[천안신문] 우리가 중계방송이나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축구경기는 어떤 과정에 의해 열리고 있을까?
우리는 흔히 축구 국가대표 경기나 프로축구 등 많은 축구경기들을 접한다. 하지만 이 경기가 어떤 과정에 의해 진행되는지 알고 있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천안신문>은 K4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충남지역 팀인 당진시민축구단 측의 협조를 얻어 17일 열린 서울 중랑축구단과의 경기가 열린 당진종합운동장을 찾아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경기시작 4시간 전부터 분주한 프런트
당진시민축구단의 홈경기 준비는 경기시작 4시간 전부터 진행된다. 간단한 점심식사 후부터 진행된 경기준비는 경기장 내 시설물 이동부터 진행된다. 홈팀인 당진과 원정팀 관계자들, 대기심과 의료진들이 자리할 벤치를 옮기는 과정, 코너플래그 설치 등 간단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부터 경기 준비는 시작된다.
A보드 같은 광고판들은 이미 시즌 초 구단 측에서 세팅을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지역과 함께 하고 있는 시민구단인 만큼 광고판의 면면을 살펴보니 지역의 중소업체들의 이름들이 자주 보였고, 당진시민축구단이 지역민들과 얼만큼 함께 하고자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후 기자는 당진시민축구단 양새롬 팀장과 함께 선수단이 경기 전 섭취할 간식을 구입하기 위해 경기장 밖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이 식사를 하는 식당에 들러 식대를 결제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경기 중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선수들을 위해 프런트들은 바나나 같은 과일이나 열량이 비교적 높은 간식인 에너지바나 초코우유 등을 준비했다.
경기장에 복귀해선 홈팀 당진 선수들의 락커룸에 구입한 간식들을 먹기 좋은 상태로 세팅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직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프런트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경기 준비가 시작되는 2시간 전
이날 경기는 오후 5시에 열렸다. 경기시작 2시간 전을 전후해서는 본격적인 경기를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이 때를 전후해 경기를 함께 할 볼보이 스태프 등이 경기장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오늘 경기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전달하고, 위치를 배정해주는 것도 프런트에서 할 일이다.
또한 선발선수를 제외한 후보 출전선수들이 착용할 조끼를 세팅하고, 경기에 사용할 경기용 공을 심판들과 협의하며 준비하는 과정도 거친다. 1시간 전이 되면 양 팀에서 경기에 출전할 선수들의 명단을 경기 감독관과 구단 측에 전달하게 되고, 경기감독관은 대한축구협회의 온라인 시스템에 이를 등록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수명단이 확정되고 선수들은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으로 나서게 된다.
선수들의 숨소리가 바로 눈앞에서
경기가 시작된 후 구단에 대해 전반적인 안내를 해준 양새롬 팀장은 기자에게 대기심과 의료진, 경기운영 담당자가 착석하는 벤치에 앉아 경기운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피고, 경기장 관중 수 파악 내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당진은 현재 유료관중들로 대부분의 관중석이 채워진다. 여기에 감독관 등 경기 운영진 등의 숫자를 더해 이날 경기의 관중 숫자가 확정된다. 이날 경기는 134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아직 당진은 타 구단들과 달리 ‘서포터스’가 구성되지 않은 터라,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가 종종 관중들의 응원을 주도했는데, 특히 어린아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응원구호를 따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천안 등 프로축구 취재를 진행하며 축구장을 자주 다닌 편이다. 그러나 이날처럼 그라운드 바로 앞에서 선수들의 숨소리를 직접 들으며 경기를 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던 이날 경기에 참여한 여성 간호사도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경기에 집중했을 정도였으니 눈앞에서 보이는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얼마나 큰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당진의 승리
이날 경기는 당진시민축구단이 서울중랑축구단을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두며 끝났다. 마침 경기가 열린 17일은 충남 금산에서 진행됐던 충남도민체전 축구 결승전이 열린 날이었고, 당진의 감독인 한상민 감독은 이 경기에 출전 후 부랴부랴 경기 시간에 맞춰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당진의 우승에 이어 팀 승리까지 겹경사를 안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한상민 감독은 “우리 팀은 처음부터 (K3리그) 승격이라는 목표를 잡지 않았다. 시민과 함께 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면서 승리의 기쁨과 앞으로의 포부를 나타냈다.
안기영 대표이사는 “항상 관중들과 함께 하는 축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치 상으로는 우리 팀이 K3~K4리그 통틀어 관중 수 1위다. 더욱 관중들에게 다가가는 팀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에필로그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중 구단 사무국 한 구석에서 구단 관계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스폰서십 제안서를 엿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스폰서들로 하여금 당진시민축구단을 왜 후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당진은 올해 8월 기준 인구가 16만 9000여 명인 중소도시다. 당진 구단 관계자들은 일본 J리그에서 최근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반포레 고후를 예로 들며 당진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꿈을 피력했다.
“고후라는 도시는 자체인구가 약 20만에 지나지 않는 작은 도시다. 당진과 비슷한 규모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도시의 팀도 국제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마케팅적인 측면부터 착실히 다져간다면 우리도 이 이상 못 해내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본다”
‘구단의 백년대계’를 위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당진시민축구단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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