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윤 / 단국대 정책과학 연구소장, 정치학박사
[천안신문] 개체 간에 전혀 접촉한 사실이 없고 어떤 방법으로도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가 흐르는 현상을 공명현상이라 한다.
즉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은 그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공간을 넘어 확산 된다는 사실이 미국의 과학자 라이언 왓슨에 의하여 1994년 학설로 입증 되었는데 우리는 이 같은 현상을 공명 현상이라 부른다.
1950년 일본의 미야자키 현에 부속된 고지마라는 무인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곳에는 원숭이가 20여 마리 살고 있었다. 이 원숭이들의 먹이는 고구마가 주식이었다.
원숭이들은 처음에는 고구마에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내고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살반짜리 어린 원숭이 한마리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다른 원숭이들이 하나 둘 이를 흉내 내기 시작하였다.
이로부터 이 원숭이 집단에는 "씻어먹는" 행위가 새로운 행동양식으로 점차 정착해 가기 시작하였다. 고구마 씻어 먹기를 하는 원숭이 수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자 이번에는 고지마 섬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山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씻어먹는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서로가 전혀 접촉이 없고 의사소통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치 서로 의사소통을 주고받는 것처럼 정보가 흘러들어 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미국의 라이언 왓슨이란 학자는 "백 마리째" 원숭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학설은 1994년에 인정되었고 많은 동물학자와 심리학자가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결과 이런 현상은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나 조류, 곤충류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세상을 지배하는 가치관이나 사회구조도 깨닫거나 앞서가는 10%의 사람에 의해 바뀐다고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깨달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먼저 10%부터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10%가 사회를 바꾸고 국가를 바꾸며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시공을 초월한 공명현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이 앞장 서야한다.
사회를 바꾸고 개혁하기 위해서는 지식 없는 열정은 무모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숱하게 보아 왔다. 반대로 열정 없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다. 이를 빗대 식자우환이란 말도 있다. 과장된 지식은 허망하며, 거짓된 지식은 사악하다. 뿐만 아니라 분별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그렇기에 지식인은 우리 사회에 진실을 알리는 자로서의 사명을 다하여 진실이 세상을 지배하는 공명현상이 지배 하도록 할 책임이 있다. 필자를 비롯한 지식인들은 남들보다 진실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주변에서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의 배움을 교활하게 권력에 아첨하는 인물들을 자주 보아왔다.
자신의 배움을 이용해서 세류(世流)에 영합하는 사이비(似而非) 지식인들로는 결코 공명정대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배가 고파 빵 한 조각을 훔친 도둑이나 지하철 탈 돈이 없어 무임승차한 도둑보다 죄질이 나쁜 도둑이 권력자에 아첨하는 지식인 이다.
우리 천안시에는 전국에서 제일 많은 대학이 밀집되어있다. 한 도시에 10개 이상의 종합대학이 있는 도시는 아마 천안시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 숫자로만 보면 세계최고의 도시요. 유일무이한 도시이다. 그런데 이 도시의 자전거 도로는 곳곳이 아무 표시 없이 끊겨 있는가 하면 장애인이 걷는 길도 마찬 가지이다.
사람이 얼마 다니지 않은 원형 교차로가 엄청난 위용을 자랑 하는가 하면 유흥가 지역이나 외진 지역에 가보면 쓰레기 투기가 일상화 되어있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를 불법주차가 막고 있으며 대부분의 직장인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 보니 도로 정체가 심하다.
천안은 하루가 다르게 시세가 확장되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 교통문제 복지문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다. 따라서 천안시에 근무하는 지식인들은 연구실에만 있기보다 실생활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변화를 주도해야 천안 발 공명현상이 사방으로 울려 퍼져 우리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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