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1 04:53
Today : 2024.05.11 (토)
오십 넘어 달린 인생, 무박으로 622km 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마라톤 중에도 울트라 마라톤은 100km 이상의 코스를 달려 인간의 한계를 초인적으로 극복하는 일종의 철인경기다. 천안에도 울트라 마라톤 매니아가 있다. 천안삼거리마라톤클럽 조붕제(55) 회장.
조 회장은 지난달 (사)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이 주최하는 메이저 대회 3개를 석권하며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09년 308km 강화도~경포대 국토횡단 코스를 시작으로, 2010년 537km 태종대~임진각 국토종단 코스, 올해는 지난달 전남 해남 땅끝마을~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종단하는 622km 완주를 성공하면서 이룬 쾌거였다.
“마라톤을 시작하고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달리면 맨날 꼴찌였는데… 51살에 뛰기 시작해 4년만에 일궈낸 꿈이다. 다시금 나 자신을 발견했고, 내 자신에게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이봉주 선수를 능가하는 기분이다. 하하”
조 회장은 4년 전 몸무게가 97kg에 육박했다. 이 시기 우연히 헌혈한 피가 수혈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과체중에 고지혈증 진단이 내려졌다.
상심하던 차에 친구가 찾아와 유관순마라톤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을 자랑스럽게 내보였고, 조씨는 건강을 위해 뛰어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조 회장은 2006년 독립기념관 이봉창열사 마라톤대회에 처녀 출전한 이후로 지금까지 수십번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메달만 해도 100여개. 이중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경험도 20회가 넘는다. 흔히 장거리마라톤으로 알고 있는 울트라마라톤은 낮뿐 아니라 밤중에도 달리는 장시간 레이스로, 긴 거리만큼 고통도 비례한다.
지난달 출전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622km 대회 또한 장장 무박 6일간의 레이스를 펼쳤다.
24시간 안에 100km를 뛰지 못하면 탈락되기 때문에 쉬지 않고 뛰어야 했다. 뛰는 중에 잠을 쫓는 게 힘들면 버스정류장에서 20~30분씩 쪽잠을 잤다. 땀으로 뻣뻣해진 옷은 살을 쓸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비누를 빌려 빨아가며 입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식당서 밥을 먹고는 바로 뛰면서 소화를 시켰다.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맸다. 물과 식량, 발에 생기는 물집을 터뜨리기 위해 필수인 바늘과 실, 약품만 짊어지고 달렸다.
그렇게 조 회장은 전국에서 78명이 도전, 37명이 완주한 622 km 대회서 13위 순위로 테잎을 끊었다.
“의욕만 가지고는 완주할 수 없다. 욕심을 버리고 페이스를 적정히 조절하고 몸 관리를 잘해야 뛸 수 있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을 때는 뼈 마디마디가 아프고 힘들만큼 고통이 컸지만 그 고통을 이기고 느끼는 쾌감이 자신감을 주었다. 지금은 무엇을 해도 자신감이 충만하고 현재 마음은 1000 km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51세에 처음 시작한 마라톤은 조 회장을 강인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앞으로 그는 더블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3개 대회를 다시 한번 완주해 보겠다는 각오.
“오는 9월 308km에 다시 도전하고, 내년에는 537km를, 내후년에는 622km를 재도전해 더블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이다. 지금 내가 마라톤을 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인생을 다시 한번 즐겁게 사는 것 같다”
장민수 기자 smile912@cn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