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인증 표고버섯 재배 농업인 이재경씨

기사입력 2011.08.01 17:21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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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북에서 유일, 사계절 버섯생산 체험장 설치 목표


    동면 죽계리에서 유기농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 이재경(63)씨. 그의 하루 일과는 버섯 종균이 배양된 참나무를 뒤집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 본에 보통 50~60kg 무게의 참나무부터 물을 듬뿍 먹으면 100kg을 훌쩍 넘기는 참나무까지 하루에 3천본의 나무를 뒤집어야 하는 이씨가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150만톤. 나무를 뒤집어가며 쌓아올리는 이유는 종균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다.

    이씨가 나무를 잘 다룬다고 시범을 보이지만 흥건하게 맺히는 땀방울이 고되 보인다. 그는 원목 재배를 고집한다. 톱밥 배양으로 버섯을 재배하는 방식이 있지만 중국산 톱밥 수입이 늘어나는데 부정적이다. 국내 대표 수종인 참나무 원목을 이용해 우리 땅에서 자라는 순수한 유기농 먹을거리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이재경씨의 철학.


    유기농 표고버섯을 위해 이씨는 항공방제가 되지 않은 지역의 나무를 이용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모기장을 이용해 병충해를 막는다. 제초제 대신 목초액을 뿌리고, 청정지하수를 뚫어 물을 준다. 그래서 이씨의 하우스에는 청정한 환경에서 서생하는 꿈틀대는 지렁이들로 가득하다.


    이런 노력으로 이씨는 2010년 7월13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표고버섯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1년 후인 지난 13일 재인증서를 받았다. 저농약이나 무농약 농산물 인증기간에 비해 1년에 한번씩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올해도 통과했다.


    그렇게 이재경씨는 표고버섯 유기농 인증 전국 35번째 농민. 충남•북도에서는 유일한 유기농 표고버섯 재배 농민 1호라는 자긍심을 이어가고 있다.


    1996년 고향 천안에 내려온 귀농 15년차의 이씨. 그의 눈시울이 불거진다. 처음 귀농했던 순간부터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낯선 설움과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유기농 인증 이후로 어려웠던 시간들이 교차했다.


    “지인이 함께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표고버섯 농사가 성공하리라 생각했는데 착오였어. 호락호락하게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지. 첫 실패 후에 망했다 소리 듣기 싫어서 벙어리 냉가슴 만 앓다가 나무를 둘러메고 농업기술센터를 무작정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했어. 거기서 박상돈 농촌지도사를 만났고 그이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결실은 맺을 수 없었을 거야. 지금도 그이는 가렵기도 전에 가려울 곳을 긁어주는 고마운 사람이지”


    농촌지도사의 지도를 받으며 다시금 힘을 얻어 재기한 표고버섯 농사에서 이씨는 2005년도 천안시 인증 우수농업인상을 수상하고, 2009년 천안버섯농촌지도자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자리를 잡아갔다.


    무농약 재배에서 유기농 재배를 시작하며 얻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유기농 재배 후에도 힘든 시간은 이어졌다. 손으로 직접 종균을 나무에 심는 대신 기계로 심는 농업기술센터의 시범사업을 2007년 시작하면서 2년간 수확을 보는데 실패했다. 기계의 압력으로 깊숙이 박혀버린 버섯이 뚫고 나오지 못해 4억원 가량 손실을 입었다. 거기다 몇 안 되는 유기농 표고버섯을 판매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농산물시장에서 경매업자가 내 상품에 붙은 유기농 꼬리표(유기농 인증 상품표)를 복사해 달라해서 내줬더니 일반 표고버섯에 내 유기농 꼬리표를 붙여 판매하더라고. 유기농 버섯도 아닌데 내 이름을 팔아 품질을 속여서 팔고 있는 거지. 행여라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까봐 지금은 내가 생산한 유기농 상품에 무농약 꼬리표를 달고 팔고 있는 실정이지. 정말 한숨이 절로 나와….”


    하지만 계속되는 난관 속에서도 그가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내 자식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유기농 안 할 수 없어. 버섯 농사를 그만둘 때까지 농약은 일체 안 할거야. 오로지 유기농으로 가야겠다는 신념으로 여기까지 왔고 지금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


    이씨는 올해 사계절 표고버섯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버섯을 배양해 이번 겨울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난방시설을 갖춰놓고 언제라도 버섯을 딸 수 있는 버섯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야. 누구든지 이곳을 방문해 유기농 버섯을 따보고 직접 요리도 해보는 농촌을 가깝게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그동안 살아오면서 받았던 도움들 이젠 내가 베풀어야 되지 않겠어.”


    63세의 이씨는 남은 인생도 버섯 농사에 전념할 결심이다. 정직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참나무의 무게를 잊은 채 하루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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