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주인은 시민' 불구, 시민들은 ‘관람객’ 외엔 존재 의미 없어 보여
[천안신문] 지금 아산시청은 제63회 성웅 이순신축제 준비로 한창이다. 시내 곳곳엔 축제 현수막과 포스터가 붙어 있고, 시청에 문의전화라도 하려 하면 축제를 안내하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너무나 축제 준비에 열심인 나머지 아산시 전체가 축제 기획에 매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그 누구보다 박경귀 아산시장 스스로 축제 홍보에 진심이다. 지난 18일엔 공무원 80여 명과 함께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청사에서 축제 개최를 알리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축제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먼저 아산시는 시·도의원 등 내빈들에게 축제 개·폐회식 초청장을 우편으로 발송했는데, 이때 박경귀 아산시장 업무명함까지 동봉해 보냈다.
이를 받은 선출직 시·도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 이유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다.
사실 공직선거법 위반에 관한 한, 박경귀 아산시장은 상습적으로 보여진다. 현재 박 시장은 1·2심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상태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해 시장직 상실은 면했지만 대전고법에서 여전히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앞서 2심 법원인 대전고법은 지난해 8월 박 시장에 대해 1500만원 벌금형을 유지하면서 "2018년 아산시장 예비 후보자 출마 당시에도 자신의 경력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적시했다.
요약하면 박 시장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재판을 받는 중이고 재판결과에 따라선 시장직 상실 가능성이 여전하다. 그리고 이에 앞서 똑같은 법에 따라 벌금 80만원을 받았던 전력이 있으며, 이번에 다시 한 번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태를 저지른 것이다.
박 시장이 비록 탁월한 변론술을 갖춘, 수임료 억대를 ‘호가하는’ 전관 변호사를 기용해 적극 방어 중이지만 선출직 공직자가 이렇게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건, 법을 우롱한다고 밖엔 보이지 않는다.
“VIP 관리해야 한다”는 아산시, 축제는 보여주기용?
아산시는 책임이 없을까? 우편발송 업무를 담당한 총무과 서무팀 이 아무개 팀장은 'VIP'를 특별하게 관리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아산시가 발송한 초대장엔 아산시 콜센터 연락처와 QR코드가 선명히 인쇄돼 있다. 최근엔 QR코드만 있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쉽게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더구나 시·도의원 같은 동료 공직자나 인접 시·군 지자체장이 박 시장 연락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순신축제의 주인은 시민이다. 너무나 당연한 전제다. 하지만 축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시민들은 그저 ‘관람객’ 외엔 아무런 존재의미가 없어 보인다.
아산시의회도 19일 오전 열린 2024년 제2회 의원회의에서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구성되어 있는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미흡하다“며 ”주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앞으로도 아산시의 대표 지역축제로 위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VIP를 특별하게 관리해야 했다"는 아산시 해명은 결국 축제가 오로지 외부에 보이기 위한 치적쌓기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마침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2일 총무과 서무팀 이 아무개 팀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독선으로 여태껏 법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행태로 일관해왔다. 그리고 시장직 상실 위기에 몰리자 전관예우라는 부조리에 기대 법망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공적 시스템이 박 시장을 더 이상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를 통해 엄중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관심도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 시민사회의 면밀한 감시가 박 시장이 감히 전관예우 ‘따위의’ 부조리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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