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 4.10총선까지 29일, ‘정치양극화’ 부채질은 금물이다

기사입력 2024.03.12 16:16 댓글수 0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s url
    아쉬움 남긴 여·야 지도부 충남권 방문, ‘페어플레이’ 기억하라
    0312_기획 커버.jpg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일주일 간격으로 천안 등 충남권을 찾았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안신문] 오늘(12일) 기준, 제22대 총선이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천안·아산 지역의 경우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여·야 모두 공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일주일 간격으로 천안 등 충남권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렇게 여야 1인자들이 잇달아 충청을 찾는 걸 보니 선거가 임박했음을 실감한다. 


    충남권은 역대 선거에서 이른바 '캐스팅 보트' 구실을 해왔다. 무슨 말이냐면 충남권 선거결과가 전체 선거결과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은 충남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6.12%p차 승리를 거뒀다. 윤 대통령이 전체 득표율에서 0.73%p 차이로 간신히(?) 이 대표에게 승리를 거둔 점을 감안해 보면, 충남권이 윤 대통령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셈이다. 한동훈 비대위장과 이재명 대표가 일주일 간격으로 충남을 찾은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방문은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이 대표에 일주일 먼저 천안을 찾은 한동훈 비대위장은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 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일대일TV 토론 제안을 거절한 데 수위 높게 비판했다. 한 비대위장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한 비대위장의 발언은 아래 인용할 대목에서 절정에 올랐다. 


    "이재명 대표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사에서, 누구를 사회로 내세워도 상관없습니다. 김어준 씨가 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강하게 원하는 정당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당 대표간의 토론이지 대통령과의 토론은 너무 뜬금 없는 것 아닙니까?"


    법무부장관 재임 때나, 정치에 입문한 지금이나 한 비대위장은 꼭 필요한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논지를 분명히 표현하는 데 탁월한 소질을 보여왔다. 천안을 찾아 한 발언 역시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아마 열성 지지자라면, 아니 조금이라도 이 대표와 야당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이라면 한 비대위장의 발언은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 비대위장의 발언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보다 상대를 범죄 형사 피의자로 대한다는 인상이 더 강했다. 검사로선 탁월한 능력일 수 있겠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때로 격렬하게 대립할 때에도 최소한의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정치의 세계에선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한동훈 비대위장·이재명 대표, ‘독한 말’ 전쟁


    0311_이재명 홍성_09.jpg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후 천안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거침 없이 직격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재명 대표라고 달랐을까? 어제(11일) 예산·홍성, 그리고 천안을 차례로 찾은 이 대표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독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 대표는 예산·홍성에서 열렸던 충남지역 후보자 연석회의 모두 발언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축소 의혹 당사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호주로 출국한 사실을 입에 올렸다. 이때 이 대표는 "어디 개구멍이 있는 모양인지, (이 전 장관을) 아무도 모르는 틈으로 출국시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시민에게 "설마 2찍(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하는 표현 - 글쓴이)은 아니겠지"라고 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결국 이 대표는 다음 날인 9일 사과했다. 그런데 이틀 만에 '개구멍'이란 비하적 표현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소한 말 실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 선거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충남지역 출마자 전원도 대통령실 용산 이전·일본 오염수 방류 방관·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을 실정 사례로 꼽으며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자"는 결의를 다졌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집권여당이었다.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은 무엇을 했나? 딱 두 가지 사례만 들고자 한다. 


    정권심판 외치는 민주당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0311_이재명 홍성_08.jpg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1일 오후 충남 예산·홍성을 찾아 대선주자급 행보를 보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의 영향력을 제한하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 노동 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원청으로 단체교섭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을 이유로 사측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게 뼈대다. 


    사실 두 법안은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논의된 법안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입법에 미온적이었다. 왜 정부여당 위치에 있을 때 방송법 개정안과 노랑봉투법을 제정하지 못하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민주당은 태도를 돌변했을까? 


    민주당 태도 변화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전정권과 다름 없이 공영방송에 자기사람 앉히고 싶었고, 재계 심기를 건드리기 두려워 노란봉투법에도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 데, 한 가지 일관된 점이 발견된다. 바로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거듭함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기현상은 민주당이 집권 여당 시절 실책을 감추고 오로지 정권심판만을 외치는 데서 오는 여론의 피로감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이제 결론이다. 한 비대위장이나 이 대표 모두 지지자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아쉽다. 두 사람의 행보는 정치 양극화의 한 단면일 수 있겠다. 


    그러나 아직 29일이나 남았다. 한국 정치는 변화무쌍해서 그 어떤 일도 가능하기에, 29일의 시간은 여전히 예측불허다. 급등장한 조국혁신당이 총선 전 무성했던 '제3지대' 돌풍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를지 누가 예측했을까?


    이제 여야가 후보를 확정한 만큼 남은 기간, 선전해 주기 바란다. 유권자들은 손에 닿는 정치, 변화를 가져오는 정치를 원한다. 한국 정치가 날로 양극화하는 건 기성 정당이 정치 고관여층을 결집시키는 데 역량을 쏟은 나머지 정치색이 옅은,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무관심해서다. 


    그러나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수위 높은 발언은 자제하고 ‘손에 닿는 정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정치’로 다가가기 바란다. 이럴 때 유권자들은 기꺼이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천안신문 후원.png


    동네방네

    오피니언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