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낸 준비서면을 근거로 박경귀 아산시장이 송남중 학부모회가 낸 직권남용 손배소에 대해 밝힌 입장을 살펴봤다.
준비서면을 살펴보면 박 시장은 자신이 일방 중단한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의 근본취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더 살펴보아야 할 지점이 있다. 박 시장은 이 사업을 일방 중단하면서 반발이 일자 '학생 1인당 460만원 특혜'라고 낙인찍었다. 원고인 송남중 학부모회는 이 같은 주장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 측은 준비서면에 이렇게 적었다.
"피고 박경귀는 2023년 3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을 언급하면서, 이는 38명의 학생을 위해 종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고, 예산 175,222,000원을 투입하며, 이는 1인 당 연간 460만 원 지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 언급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당시 기자회견문 전문과 영상을 보면 소수 학생들에게 다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 불공평하다는 점과, 그 대안으로 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다는 점을 언급하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었을 뿐, 38명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을 비난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고, 당연히 그런 의도도 없었다."
박 시장은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 일방 중단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를 때마다 '학생 1인당 460만원 특혜'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기자는 2023년 6월 25일자 “[기획 ⓶] 송남중 공동체 '1인당 460만원 특혜 수혜자' 낙인 찍히다”란 제하의 기획 보도에서 박 시장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했었다. (관련 기사 : http://www.icj.kr/news/view.php?no=42893 )
당시 공판석 교육청소년과장 조차 기자에게 박 시장 주장은 "총 예산을 수혜 학생 수로 나눈 것일 뿐"이라고 인정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늘 그랬듯 이번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보담당관실 ‘발’ 허위주장, ‘스피커’ 구실한 지역매체
박 시장이 낸 준비서면을 살펴보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자제해야 했다. 박 시장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고, 선출직 시장으로서 그 어떤 책임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460만원 특혜' 발언이 송남중 학생 학부모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주장이 특히 그렇다.
이 같은 주장에 ‘법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그러나 일단 '학생 1인당 460만원 특혜'란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박 시장은 '학생 1인당 460만원 특혜'란 주장을 기자회견에서만 하지 않았다. 아산시가 2023년 5월 23일자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송남중학교는 전교생이 150명인 학교로, ‘인구 소멸지역 학교 지원’을 명목으로 방과후 프로그램에 1억 7천만 원이 지원되어 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38명으로, 학생 1인당 약 460만 원의 지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박경귀 시장은 ‘아산시에는 전교생이 100명도 되지 않는, 송남중학교 보다 심각한 소멸 위기 학교도 많다’면서 ‘이들 학교에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1인당 9만 원 정도밖에 지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에 적힌 내용은 수십개 지역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퍼져나갔다. 아산시 홍보담당관실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뿌리고, 수십개 지역매체가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는 말이다.
시민과 진정한 소통이란?
박 시장은 아산에서 가장 우월적 위치에 있다. 그리고 상당수 지역매체는 홍보담당관실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무섭게 '북붙'해서 기사화하기 일쑤다. 이런 와중에 말과 글로 허위주장을 여과 없이 내뱉고 지역언론이 허위주장을 증폭했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실제 박 시장은 이 같은 ‘북붙’ 보도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적어도 시장이라면, 자신의 발언이나 정책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언론이나 시민들로부터 나왔다면 혹시라도 자신이 사실을 오인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잘못을 발견하면 즉시 인정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게 선출직 공직자가 시민에게 보여야 하는 기본예의다.
더구나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은 정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재개를 권고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시장은 오히려 기존 주장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으며, 되려 시비를 들여 소송을 끌고 가는 중이다.
본지는 박 시장과 아산시가 직권남용 손배소에 대해 대응하고자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최종 승소 확정시 변호인에게 성공보수 50%를 주기로 약정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 http://www.icj.kr/news/view.php?no=44879 )
박 시장 측이 현직 법조인들조차 의아하게 여기는 성공보수를 약정하며 변호인을 선임한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승소 가능성이 희박해서는 아닐까? 실제 아산시 안팎에선 "변호인 선임이 어려워 성공보수 50% 주기로 해서 겨우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자체장으로 재직하다 보면 원성을 들을 때도 있고, 뜻하지 않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당사자로선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겠지만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선출직 공직자로선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마음을 열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담긴 속내를 듣고자 노력해야 한다.
박 시장 역시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 중단을 두고 이 학교 학부모들이 민사상 손배소를 낸 지경이라면, 본인의 조치가 타당했는지 성찰하는 게 순서다.
게다가 아산시의회와 지역 시민사회, 정부기관인 국민권익위 등이 박 시장 조치가 잘못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와중이라면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 학부모들을 불러 들여 타협점을 찾는 게 먼저다. 이게 진정한 소통이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이번 일뿐만 아니라 민선 8기 들어 시정을 오로지 자신의 기획만 고집했고, 그 어떤 비판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자화자찬으로만 일관 중이다.
코믹 연기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는 배우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트루먼 쇼>는 현실과 가상의 구분선이 희미해진 현실을 일깨우는 명작이다.
영화 속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는 평범한 보험회사 영업사원이다. 하지만 그는 TV쇼 주인공이었으며 220개국 17억 인구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다. 트루먼은 자신이 가상 세계 속에 사는 줄도 모르고 매일 자신만의 일상을 꾸려 나간다.
박경귀 시장이 그간 보인 행태를 보면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 트루먼과 다름없어 보인다. 즉,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산다는 말이다.
영화 속 트루먼은 자신의 세계가 허구였음을 알고, 과감히 TV 세트장을 박차고 나간다. 반면 박 시장은 자신이 만든 허상에 빠져 헤어 나올 줄 모르는 듯 보인다. 영화보다 훨씬 우울한 현실이다.
이제 눈살 지푸려지는 ‘쇼’를 어서 끝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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