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음주사고·음주측정거부·주취소란 등 갖은 물의를 일으킨 지민규 도의원(무소속, 아산6)에 대한 징계가 정직 1개월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도의원 윤리심사와 징계·자격 등을 심사하는 충남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이철수 위원장)는 지난 6일 오후 회의를 열어 정직 1개월로 의결했다. 윤리특위 회의에 앞서 민간 심사위원들이 정직 1개월로 수위를 정했고, 윤리특위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 안건은 오는 15일 오전 열리는 충남도의회 제4차 본회의에 부의 예정인데 원안, 즉 징계 1개월 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이 있다. 윤리특위는 총 9명이다. 의석구조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7명 대 더불어민주당 2명으로 국민의힘이 압도적이다. 본회의 역시 국민의힘의 과반이다.
국민의힘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의석 배분이다. 실제 윤리특위 안팎에선 "논의가 정당 의석에 따라 갈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지 의원은 윤리특위 회의 하루 전인 5일 소속당인 국민의힘 충남도당에 탈당계를 냈고, 충남도당은 바로 처리했다. 저간의 흐름은 국민의힘이 주도한 '제 식구 감싸기'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충남도의회 윤리특위, 음주운전 심각성 잊었나?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사망자수는 3,081명에 이른다. 한 달 평균 256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자신의 삶마저 무너져 내리는 고통에 시달린다.
공직자 음주운전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4월 대전의 한 스쿨존에서 고 배승아 양은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졌다. 가해자는 충남도청 퇴직 공무원이었고, 과거에도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지만, 검찰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유가족 역시 엄벌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고는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고, 공직자 음주운전에도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윤리특위는 이 같은 세간의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흐르는 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충남도의회 윤리특위 위원, 아니 도의원 전원에게 묻는다. 공직자, 그것도 도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직자가 음주운전과 역주행 사고 등을 차례로 저질렀고 여기에 현장 출동한 경찰에 난동을 피워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됐음에도 고작 정직 1개월 처분으로 징계를 일단락 하는 데 공감할 시민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만에 하나 자신의 가족이 음주운전 피해를 입었어도 이렇게 제 식구 감싸기로 사건을 덮을 것인가?
부디 도의회가 최종 표결 전, 전도유망한 청년 정치인에게 정치판에 횡행한 몹쓸 관행을 가르쳤다는 오명을 자초하지 않도록 한 번 더 고민해 주기 바란다.
‘야반도주 탈당’ 합작한 지 의원·국민의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적었듯 지 의원은 윤리특위 하루 전 '소리소문 없이' 탈당계를 당에 냈고, 국민의힘 역시 아무 말 없이 탈당처리했다. 지 의원이 저지른 음주사고가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킨 점을 감안해 볼 때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 의원이 공인인임을 감안해 볼 때, 물의를 일으켜 당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최소한 당원에게라도 재차 고개를 숙여야 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고, 지역에서도 도정을 책임지는 공당이다.
이런 지위라면 공당의 책임에 걸맞게 지 의원에게 합당한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공개적으로 물어야 했다. 더구나 사안이 음주운전 사고 아닌가? 그러나 지 의원과 국민의힘 충남도당 모두 책임 있는 행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 의원에 대한 도의회 차원의 징계가 정직 1개월로 일단락 되어간다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음주운전에 음주측정 거부도 심각한데, 현장 출동한 공권력에 난동을 피워 공권력이 체포장구를 사용한 사안이라면 사법처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지 의원이 법의 심판마저 피해갈 수 있다고 오판하지 않기 바란다.
한편으론 지 의원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은 건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과오를 감안해 볼 때 과연 도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직 기간 동안 지 의원이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정직이 끝나더라도 의정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그리고 도의회가 부끄러운 표결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기를 다시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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