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박상돈 천안시장이 8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렸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한숨 돌렸다.
박 시장 혐의를 다시 살펴보자. 박 시장은 예비후보 홍보물·공식 선거공보물에 '인구 50만' 기준을 누락한 채 '고용률 전국 2위·실업률 전국 최저'란 문구를 넣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어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 아무개 보좌관, 기간제 공무원 남 아무개·김 아무개 씨, 선거캠프 관계자 전 아무개 씨 등이 선거 공보물 제작에 간여한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겐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가 적용됐다.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인 천안지원 제1형사부 전경호 부장판사는 "6.1지방선거 당선을 위해 실무자인 강 보좌관과 캠프 관계자 전 씨에게 홍보물에 담길 업적과 성과에 대해 방향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하지만 구체적 간여 정도는 기록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여기에 "박 시장이 홍보물에 적힌 고용현황에서 '인구 50만'이란 기준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구체적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 합리적 의심을 넘어 고용현황을 공표하면서 기준 누락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다는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논리를 요약하면, 증거불충분이라는 말이다.
재판부는 이어 박 시장이 기자회견·방송 인터뷰·선거캠프 출정식 연설·사전투표 독려 페이스북 게시글 등에서 '인구 50만' 기준을 적시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준을 적시해 언급한 점은 기준 누락을 인식하고 용인했다는 배신 의사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박 시장이 인구 50만 기준 누락을 인지하고 이를 시정하고자 노력한 점을 재판부가 참작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박 시장은 지난 7월 14일 열렸던 피고인 신문에서 "처음 보고 받았을 땐 (기준 누락을) 의식하지 못했다. 담당 팀장이 다시 알려줘서 정신을 차렸고, 이후 의식 있는 한 인용했다"고 항변했다.
이때 전경호 부장판사가 "함께 기소된 피고와 달리 정보를 정확히 잘 알았고, '인구 50만' 기준 역시 잘 알았는데 틀린 내용을 왜 바로잡지 않았나?"고 물었다.
이 질문에 박 시장은 "현장에서 알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제대로 집어내지 못한 걸 강하게 후회한다. 다만 의식이 있는 한 '인구 50만' 기준을 늘 인용했다는 점을 평가해 달라"고 답했다.
천안 박 시장 ‘무죄’ · 아산 박 시장 ‘유죄’, 왜?
흥미로운 건, 천안 박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천안지원 제1형사부가 박경귀 아산시장에 대해선 당선무효형을 훨씬 뛰어넘는 벌금 1500만원 중형을 내렸다는 점이다.
천안 박 시장의 경우, 제1형사부는 '인구 50만' 기준을 누락한 예비후보 홍보물·공식선거 공보물이 허위사실에 이른다고 보았다.
또 6.1지방선거를 총괄한 강 보좌관이 박 시장 재선을 위해 경제 분야 성과를 작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고, 따라서 허위사실을 공표할 의도가 있다고 강하게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도 보았다.
하지만 예비후보 홍보물·공식선거 공보물 제작 이전 상황에서 박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앞서 적었듯 홍보물을 제출하고 배포하던 저간의 상황에서 박 시장이 여러 경로로 ‘인구 50만’ 기준을 언급한 점을 들어 범죄증명이 없다고 판결취지에 적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천안 박 시장과 아산 박 시장에 대한 판단이 갈린다. 아산 박 시장은 6.1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1)건물매매 시점 2)건물 주소 3)사진 등을 첨부한 보도자료·성명서를 내고 상대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후보 원룸건물 허위매각 의혹을 꺼내 들었다.
재판부는 이를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성명서의 객관적인 문언·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등을 종합하면, 아산 박 시장이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해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박 시장 측(당시 후보)이 낸 보도자료·성명서는 선거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박 시장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작성, 공표된 것으로 그 내용 역시 진위 여부에 따라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상대 후보의 부도덕함과 위법성이 강조됨으로써 선거결과에 큰 파급력을 줄 만한 것"이라고도 못 박았다.
천안 박 시장이 6.1지방선거 국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였던 점과 비교해, 아산시장 판세가 박빙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근거로 작용했다.
"당시로서는 선거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무렵 배포한 성명서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세현 후보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당시 박빙이었던 선거 판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는 게 유죄선고 취지였다.
또 하나, 천안 박 시장이 '인구 50만' 기준 누락을 인지하고 이후 사후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아산 박 시장은 보도자료·성명서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고 지적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재판부는 주목했다.
결국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성 여부가 천안 박 시장과 아산 박 시장의 1심 판단을 갈리게 한 셈이다.
▶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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