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9 23:44
Today : 2024.05.20 (월)
[천안신문] K리그2 천안시티FC(이하 천안)가 리그 시작 후 무려 144일 만에 그토록 바라던 ‘승리’라는 글자를 가슴 속에 새겼다.
지난 23일 있었던 성남FC와 경기에서 3:2로 짜릿한 승리를 맛본 천안 선수들은 경기종료 직후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웃음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녹아 있었다. 이제야 해냈다는 안도감과 뿌듯함, 그리고 그동안의 어려움 속에 겪었던 안타까움들을 모두 엿볼 수 있었던 웃음이었다.
시작부터 위태로웠던 프로 첫 시즌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를 유치한 천안시는 대한축구협회와의 협약사항의 일환으로 프로축구팀을 출범시켰다. 옛 천안일화 이후 프로축구에 목말랐던 천안의 축구팬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첫 참가 시즌인 2023년이 찾아왔다.
기존 천안시축구단에서 천안시티FC로 팀 이름을 바꾼 후 가진 전지훈련부터 사실 팀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준수한 활약을 보여 올해도 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던 외국인선수 호도우프가 개인사정으로 고국인 브라질로 돌아가버렸고, 그 때문에 팀 전력 상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선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또한 주전 골키퍼로 활용하고자 했던 김민준이 연습경기 도중 얼굴부상을 당하면서 상당기간 팀 전력에서 빠져야만 했다. 결정적으로 선수단을 이끌 감독 선임도 생각보다 늦어졌다. 현 박남열 감독의 구상대로 선수단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뒤늦게 다미르가 합류하고, 프랑스 출신의 바카요코도 합류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매 경기 대량실점 속에 순위는 점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4월 19일 안산그리너스와 1:1 무승부를 기록하기 전까지 7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부진한 성적 속 계속되는 ‘잡음’
성적이 부진하니, 팀을 지켜보는 여론도 좋을 순 없었다. 몇몇 지역언론에서는 팀 안팎의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천안시의회에서도 시정질문 과정에서 구단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팀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은 성적 외에도 계속해 이어졌다.
구단 홈페이지에도 연일 구단 성적에 대한 비판, 일부 보도를 통해 접한 구단 프런트에 대한 비판 등 팬들의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구단은 팬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오해를 풀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한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아직 기다릴 때
한/일 월드컵이 열린 해인 2002년, 당시 10팀으로 진행되던 K리그에 출전한 대전시티즌은 한 시즌 내내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물론 이 팀은 1997년 창단 이후 줄곧 하위권을 맴돌던 팀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이들을 계속 지지하고 기다렸다. 이러한 기다림은 2003년 당시 팀 창단 이후 최고성적이던 리그 6위 달성이라는 첫 결과물을 가져왔고, 세월이 흘러 좋은 파트너인 하나은행을 만나 ‘대전하나시티즌’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현재는 K리그2에서 승격한 후 K리그1에서 준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천안이라고 다르지 않다. 천안 역시 대전이 걸었던 길을 비슷하게 걷고 있다. 대전 역시 ‘시티즌’이라는 이름에서도 보이듯 상당기간 시민구단 형태로 운영돼 왔고, 대전시민들의 세금으로 팀이 운영되고 있었다.
천안도 현재 시에서 출자한 예산으로 한 시즌을 꾸려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간섭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간섭은 팀이 반석위에 서기 위한 조언이어야 하지, 흔들기 위한 망치가 되선 안 된다.
다행히 6~7월에 들어 팀은 재정비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했고, 경기에서 그 효과가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연속 무승부도 나왔고, 시즌 첫 무실점도 나왔으며 결국에는 첫 승까지 이어졌다.
이제 막 프로의 옷으로 바꿔 입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팀이다. 하지만 프로의 무대는 냉정한 법.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를 지켜본 후 판단해 보는 건 어떨까. 토끼보다 늦게 출발한 거북이도 조금씩 한 걸음씩 걸으며 결국엔 토끼를 이긴 옛 이야기가 있듯, 조금 느리게 걷더라도 언젠가 천안시민의 팀으로 우뚝 솟을 천안시티FC를 모두 기다려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