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천안시 입장면 일대에 137m 규모 세계 최대 예수상·기독교기념관 테마파크를 짓겠다는, 사뭇 ‘야심찬’ 프로젝트는 사기극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일단 이 사업의 핵심인물인 한국기독교기념관 황학구 이사장은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황 이사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10일 항소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황 이사장의 사기·사문서 위조 혐의를 인정한 점, 그리고 천안시와 서북구청이 건축 인허가를 취소했거나 취소를 예고한 상태여서 기독교테마파크·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 사업은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
기자는 지난 1월부터 이 사업의 허구성을 고발했다. 그런데, 현재 흐름을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다면 이 사업이 사기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황 이사장은 1조에 이르는 투자금을 끌어 모으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그러나 현재 개신교 교세는 급전직하하는 중이다.
교세 위축은 비단 개신교만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톨릭·불교 등 기성종교 인구는 갈수록 줄고, 이와 비례해 비종교 인구는 증가 추세다. 이런 와중에 1조 가량의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겠다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불행하게도 황 이사장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무리들도 없지 않았다. 수차례 언급했듯 보수 개신교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이 사업에 사실상 ‘판’을 깔아줬다.
한교연이란 단체는 기존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부패·타락상에 맞서 건전한 보수 신앙 기구를 표방하며 출범한 단체다.
하지만 지금 한교연의 위상은 그저 군소교단 연합체에 불과하다. 이런 단체에게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은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한교연이 황 이사장의 뒷배 구실을 한 배경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전을 향한 열심, 신앙 본질 가리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 개신교 교회엔 유독 ‘건물 크기’와 ‘수’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규모가 큰 교회, 성도수 수 만에 이르는 교회는 궁극적 목회 성공의 척도다. 이런 상황에선 누구라도 한국기독교기념관 따위의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로 거리낌 없이 정치행보를 이어나가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2019년 즈음부터 2조 1천억을 들여 ‘세계 기독청’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선, 신도들에게 특별헌금을 내라고 강권해왔다.
그런데 ‘세계 기독청’ 프로젝트를 한 꺼풀 벗겨보면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황 이사장 사례처럼 건축허가도 없이 버젓이 착공감사예배를 드리는 식의 행동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전을 향한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며 건물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경고한다. 엄청난 자금과 노동력이 들어가는 건물을 짓는 게 궁극적인 신앙의 완성이 아님을 예수 그리스도 스스로 경고했다는 말이다.
다행인 건, 천안시가 종교단체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지자체가 종교 단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끌려 다니기 일쑤다. 그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종교 단체는 표 결집력이 강하고, 선출직 지자체장은 당장 ‘표’가 아쉽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천안시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가톨릭·정교회·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2천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종교를 참칭하며 사기극을 꾸몄던 무리들이 분명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종교 사기극을 꾸몄던 무리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활보한 데 실로 경악한다. 종교를 참칭한 거짓의 무리들이 이 땅 어느 곳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계를 늦춰선 안될 것이다.
기자는 또 다시 종교를 빙자한 사기극이 벌어져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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