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지자체에서 가장 중요한일 중의 하나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역과 주민을 위해 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내년 살림살이 예산안을 짜서 지방의원들에게 심의를 받는다. 지방의원들이 속칭하는 말로 일 년 중 가장 끗발을 부릴 수 있는 때가 예산안심의와 행정사무감사라고 한다.
지방의회 삼임위원회별로 행정부 간부가 참석하여 부서별 예산 각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하고 의원들의 보충질의를 통해 궁금한 것과 주민들 건의사업들을 살펴본 후 삭감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성격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실컷 질의와 답변을 들은 후 잘했다 해놓고 결과에 있어서 칼질을 해버린다.
삭감 조서에 올라가 있는 예산들은 2차 3차 소명을 거친 후 대부분 살아나는데 공직자들은 이것을 길들이기라고 표현한다. 의원별로 쭉 삼감 조서를 작성하여 보내면 이때부터 공무원들의 읍소가 시작된다. 삭감한 지방의원은 물론 의원과 개인별 영향력자까지 파악하여 쫓아다니곤 한다.
어느 지방의원은 개인적 불만 표시로 예산안 심의중에 전화를 끄고 밖으로 나가거나 집으로 가는 이도 있었다. 상임위원장이 집으로 의회사무국 직원을 보내 데려오도록 하기도 하며 끝내 안 오고 버티면 해당 상임의원과 공직자들도 같이 날밤을 새우기도 한다.
지방의원이라 함은 주민이 뽑아준 선출직 공직자인데 이처럼 개인감정을 가지고 의회 사무실이 아닌 자택으로 밖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스스로 의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소명감 있는 상임위원장은 이런 의원을 달래서 합의적으로 처리하려고 무진 애를 쓰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상임위원장은 연락을 해서 안오겠다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수결로 의결해 버리기도 한다.
이 판에 죽어나는 것은 행정부 공직자들이다. 지역을 위해 주민을 위해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겠다고 예산을 살리려고 그리 필사적으로 매달리는데도 사적 감정으로 내치기도한다..
그래서 공직자들 간에는 이런 말들이 회자한다. “예산 살려주면 일하고 깎으면 안 하면 되지, 예산이 깎여 일 안해도 봉급은 나오니 구질구질하게 한참 후배인 지방의원에게 그렇게 굽신거리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공직자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계획한 일을 하기 위해 단 한 푼이라도 깎이지 않고 원안 통과시키기를 위해 밤을 지새우며 소명하고 의원 인맥을 찾아다니며 사정과 부탁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예산안 심사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회자할 것인가 궁금하다. 어느 의원이 통 크게 통과시켜 주었느니 어느 의원이 천 원짜리까지 가지고 따졌느니 어느 의원이 심사하다 말고 맘에 안 든다고 팽개치고 집으로 갔는지 사뭇 기대된다.
지자체 예산은 시민의 혈세라고 한다. 국비 도비도 있지만, 이 모두 단 한 푼이 피 같은 국민의 혈세인 것이다.
행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 심의에 있어 지자체장의 선심성 여부와 행정부의 낭비성에 대한 부분도 잘 챙겨보면서 지방의원들 또한 영혼 있는 일꾼이라는 칭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정파를 떠나 개인감정 배제에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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