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칼럼] 어려울 때 생각나는 삶의 자세

기사입력 2022.09.11 10:41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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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을 탓하거나 불평해봤자 얻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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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윤 논설위원.

    [천안신문] 코로나19의 극복도 힘든데 태풍 힌남도가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마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사상적으로 세계는 비(非)민주적 자유주의와 비(非)자유적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이러한 이념의 전쟁터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는 너와 나할 것 없이 총체적 고통의 세월이요, 위기의 나날이다. 이 어렵고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대답으로 중국 명나라 말기의 유학자 육상객(陸湘客)의 바람직한 삶의 자세인 육연(六然)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째가 자처초연(自處初然)으로 혼자 있을 때 태연해야 한다. 그렇다면 초연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초연함이란 어느 한 가지에 집착함이 없는 태도요,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함을 유지하는 삶이다. 누구든 혼자 있게 되면 한쪽으로 쏠리거나 어느 하나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중용의 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초연한 삶이 깨질 수 있다. 따라서 팍팍한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는 의젓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가 대인애연(對人靄然)으로 사람을 대할 때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계산부터 한다. 즉 이해관계부터 따진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를 보게 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를 중심으로 상대를 판단하기 일 수다. 그 경우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허술 할 수밖에 없다. 배려가 허술한 상태에서의 만남은 상대방의 마음을 거스르기 쉽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거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대하다 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마음도 가질 수가 없다. 이를 불식하는 방법이 사람을 대할 때 평화로운 마음으로 대하여야 한다.

     

    셋째가 무사징연(無事澄然)으로 큰일이 없을 때에는 맑은 물처럼 맑고 고요하고 투명한 삶을 살아야 한다. 물속에 한 방울의 잉크만 떨어뜨려도 온 물이 흐려지듯이 마음속에 욕심이 있으면 마음이 맑을 수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욕심은 남을 속이려는 마음이요, 시기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요, 너무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런 생각은 불순한 생각이요, 마음의 오물이다. 따라서 일이 없을 때는 나쁜 마음을 버리고 맑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넷째가 유사감연(有事敢然)으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실행하라고 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군자의 모습은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허공을 응시하는 정적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군자에게는 그러한 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혼자 있을 때는 초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이 생기면 과감하게 추진한다. 이러한 과감한 행동은 조용한 자기 성찰에 의한 내공이 쌓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따라서 어려울 때 일수록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과감하게 해야 한다.

     

    다섯째가 득의담연(得意淡然)으로 뜻을 얻었다 해도 담담하게 처신해야 한다. 정신적인 수련이나 단련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성공하게 되면 표정에 바로 나타난다. 실패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설영 어떤 일을 성취한 경우도 기쁨을 내면에서 누려야 하고 기쁜 나머지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즉 담담하게 처신해야 한다.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또한 남에게 시기와 모함을 받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서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뜻을 이루었어도 담담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가 실의태연(失意泰然)으로 뜻을 못 이루었다 하여도 태연하게 처신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실패하는 경우 또는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에도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다. 따라서 의도했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괴로워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태연하게 처신해야한다. 실제로 허둥대고 낙담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실패했더라도 태연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여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실패는 두려워 할 일이 못된다. 실패를 분석하여 되풀이 하지 않은 자세가 현명한 자세요, 바람직한 자세다.

     

    육상객이 인생의 좌우명으로 제시한 이 여섯 가지 마음가짐을 하나로 묶어 표현한 임제(臨濟) 선사의 법어가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다. 이 말은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곳이 모두 진리이다“는 뜻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놓여도 진실하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주인공으로 살아가면, 그 자리가 바로 행복의 자리, 진리의 자리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서 9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세월을 원망과 절망의 나날로 보낸 것이 아니라 학문과 예술을 승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정약용은 18년간이나 전라도벽지 강진에서 유배세월을 보냈다. 혈혈단신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결코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긴 세월을 연구와 저술을 하면서 보낸 덕분에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여 권의 책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다산의 형(兄) 정약전은 흑산도로 16년 동안 유배를 갔다. 그 역시 설움과 울분으로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라 자산어보(玆山魚譜)라는 희대의 저서를 쓰는데 시간을 투입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남겨 준 자산어보는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 것도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의 저서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다.

     

    미국의 스티븐 코비가 저술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도 제일 먼저 꼽는 것은 "주도적인 사람이 돼라." "다. 서 있는 곳에서 모든 문제의 해결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환경을 탓하거나 불평해 보았자 얻을 것이 없다.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전심전력을 다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서 있는 그 자리가 모두 진리(眞理)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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