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먼저 나라밖 소식부터 알아보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현지시간 7일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일단 총리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 의원내각제의 원칙 상 보수당 대표가 새로 뽑히면 존슨 총리는 총리직에서도 물러날 전망이다.
존슨 총리는 2020년 6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총리관저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켰다. 존슨 총리는 범칙금을 부과 받았고, 이러자 야당과 여론은 사퇴를 압박했다. 물가 상승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존슨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존슨 총리의 당대표 사임 발표가 난 다음 날인 8일 일본에선 실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숨진 것이다.
전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던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8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임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퇴임 이후에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른바 ‘킹 메이커’ 구실을 해왔다.
일본 정가 안팎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조차 아베 전 총리의 막후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범인은 해상자위대 출신 야마가미 데쓰야로 알려졌다. 범행동기와 별개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임 중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점을 감안해 볼 때, 해상자위대 출신의 흉탄에 숨진 건 묘한 역설이다.
대통령·여당·지방의회, 벌써부터 권력에 취했나?
지금 한국 정치상황은 어떨까? 대통령이고 정부여당이고 정권교체를 이룬지 채 석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권력에 취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인사’, 그리고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중이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 대표 징계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당권을 두고 이재명 의원과 강훈식·박주민·박용진 의원 등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가 대립 중이다.
지방권력은 더 점입가경이다. 지난 4일 오전 천안시의회는 전반기를 이끌어갈 의장단을 꾸렸다. 그러나 표결엔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전원 불참했다. 상임위 배분을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민주당이 불참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에서 정당간 이해대립은 한편으론 자연스럽다. 그러나 6.1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뽑힌 시의원들이 새회기를 시작하는 첫날부터 반쪽짜리 표결로 의장단을 꾸린 건 실로 유감이다.
더구나 국민의힘 소속이던 김행금 의원이 의장후보 선임에 불만을 품고 탈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선거가 끝난 지 고작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니 앞날이 실로 걱정스럽기만 하다.
앞서 든 영국과 일본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한때 전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영국과 일본의 최고 지도자가 하루 사이로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괴한의 흉탄에 숨을 거둔 건 ‘권력무상’이라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새삼 실감케 한다.
과연 어느 누가 3년 전 압승을 거두고 그 기세로 ‘브렉시트’를 밀어 붙이려던 존슨 총리가 물러날 줄 예상했으며, 또 어느 누가 전후 최장수 총리로 지금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던 아베 전 총리가 피격을 당할 것으로 내다봤을까?
벌써부터 권력에 취한 대통령-정부여당-지방권력 모두는 영국 존슨, 일본 아베 총리의 사례 앞에서 중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치에 몸담은, 특히 국민의 표로 뽑힌 정치인들은 권력이 무상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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