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이번 한 주 연일 천안 C 교회 담임목사와 재정 담당성도의 재정비리 의혹이 첫 머리에 올랐다.
이 교회 재정비리 의혹을 다루면서 실로 놀라웠던 건, 신도들의 헌금을 다루는 재정담당자가 아무렇지 않게 헌금을 빼돌리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찍힌 CCTV를 몇 번이고 돌려봤다. 아무리 봐도 어떻게 이렇게 성도들의 돈을 능숙한(?) 솜씨로 빼돌릴 수 있는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사실 개신교 교회 내부의 재정비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래서 재정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불거져 나올 때 마다 지탄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이렇게 헌금을 직접 ‘만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헌금을 빼돌리는 건 실로 충격적이다. 여기에 재정비리 의혹이 담임목사로까지 이어지니 충격은 더 컸다.
이 사건은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 당부한다. 종교기관이라고 해서 법집행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신도들의 헌금은 땀의 대가이니 만큼, 엄중히 수사해 관련자들이 적절한 처벌을 받도록 수사력을 집중해 주기를 당부한다.
교회 돈이 ‘눈먼' 돈 ?
법 집행과 별개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모든 목회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의 경우 교회 헌금을 ‘눈먼 돈’ 처럼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기자가 확인한 K 담임목사의 헌금 사용 내역만 봐도 그렇다.
어디 이뿐일까? C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교단에 속한 목회자들의 타락상은 특히 심각하다. 교회에 다니지 않더라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이 교단 대형교회 유명목회자가 재정비리로 언론에도 수차례 오르내리기도 했다.
K 담임목사는 헌금을 반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헌금을 반환했다고 해서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여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임직원이 외부에서 공금을 받아오면 반드시 기업 법인계좌에 예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다 적발될 경우 직장과 평판 모두를 잃는다.
가뜩이나 물신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도 이토록 돈 관리가 엄격한데, 목회자가 성도에게 받은 헌금을 곧장 교회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건 도덕적 해이다.
게다가 일반 성도들은 열심히 일해 얻은 소득 중 일부를 떼어 헌금한다. 신앙의 용어로 말하자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땀 흘려 일하고 그 대가로 얻은 일용할 양식 중 일부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말이다. 그런 돈을 상습적으로 빼돌리거나 아무 증빙 없이 사용한 정황이 발견된 건 그 자체로 교회의 교회됨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도 이후에도 K 담임목사나 그를 따르는 성도 일부가 이 같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주는 가르침 중 하나는 너무 돈에 마음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담은 성서를 살펴보자.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내는 첫째 편지(디모데전서)에서 이렇게 적는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좇다가 믿음에서 떠나 헤매이기도 하고 많은 고통을 겪기도 한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 디모데전서 6장 10절
C 교회는 재정비리 의혹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뭇 부끄러운 일임에도 용기를 내어 이를 세상에 알린 성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회개’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교리다. 그래서 목회자들도 늘 성도들에게 회개를 주문한다. 그런데 회개는 다른 게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이를 인식하고 그 발걸음을 돌이키는 게 진정한 회개다.
C 교회 안에서 회개해야 할 사람들이 회개한다면, 다시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담임목사와 재정담당 성도가 모든 악의 뿌리인 탐심을 이기고 가난한 이들의 친구였던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악의 길에서 발걸음을 돌이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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