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지킴이] 10년째 동네 밝히는 엄명섭 씨...‘1일 1선’을 좌우명으로 궂은 일 몸소 실천
기사입력 2019.10.29 06:14 댓글수 0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레드카펫을 밟는 기분이라 말하는 주민들의 말에 힘얻어”
[천안신문] 삭막한 도심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게 산뜻한 동네가 있다. 서북구 쌍용2동 월봉5길에 들어서면 유난히 눈이 맑아지고 코로는 상쾌함이 전해진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매일같이 이곳의 크고 작은 쓰레기를 모두 거두는 엄명섭(65)씨가 그 주인공.
천안 신방동에서 65년째 터를 잡고 있는 엄명섭 씨. 이곳 방아다리 새동네로 이사온지도 어느덧 40년이 되었고, 현재 거주하는 곳에 새터를 잡은지도 10년이 되어 간다. 어렸을적부터 타고난 손재주로 현재 살고 있는 상가주택 건물도 건축업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을 정도다.
“누가 시켜서가 아닙니다. 1일 1선의 좌우명을 실천하고자 스스로 나선 것입니다”
엄명섭 씨는 동네 청소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적에는 몰랐는데, 50이 넘고부터 하루에 한번은 좋은일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그 다짐이 좌우명으로 이어져 하루하루 지켜나간게 어느새 10여 년이 되어간다.
시간으로 따진다면 매일 2~3시간은 동네 청소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 그렇게 반대하던 아내도 이제는 든든한 옆지기로 언제나 함께 나선다.
50세 이후 갑자기 찾아온 종아리 종양으로 다리 절단 직전까지 갔지만, 의연하게 받아들이기로...
무엇보다 건강만큼은 자신하며 살아왔지만, 50세 이후 갑자기 종아리에 종양이 발견됐다. 의사는 최악의 경우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었을때 기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욕심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하고 살았나, 욕심만 내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머리를 스쳐갔다.
다행히 암이 아니어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에 이르렀다. 죽을만큼 힘든 고비를 넘기고서야 마음을 많이 비웠다.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 나옹선사(懶翁禪師)
엄명섭 씨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글의 내용처럼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고픈 마음이라 전한다.
“거리가 깨끗해야 동네가 발전하고 도시자체를 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그 이후 해외 여러곳을 다니며 선진국의 깨끗하고 질서 정연한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리질서, 교통질서, 쓰레기 등 아직까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몇 명만 더 있어도 이 골목을 관광지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내집 앞은 물론이고 큰길, 골목길까지 동네가 깨끗해야 더 발전하고 오가는 시민들도 많아질테고, 또한 도시자체가 자원인데 관광지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좀더 깨끗하게 청소하고 싶어 자비를 들여 청소도구(브로아)도 구입했다.
브로아로 청소하던 초창기에는 야근을 하고 아침잠을 자려던 청년으로부터 민원을 받기도 했다. 청소하게된 동기를 차근차근 설명하니 이해를 해주면서 오전 10시 이후에 브로아를 사용하는 걸로 얘기를 나눈적도 있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레드카펫을 밝는 기분이라 말하는 주민들의 말에 힘얻어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신다. 지저분한 것이 정상인 것이 되버렸는데, 이 동네만 오면 훤해서 오히려 이상하다. 너무 깨끗하니까 허전할 정도라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레드카펫을 밟는 기분이라 말해준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재밌기도 하고 즐겁다. 남이 오히려 미안하게 하려고 하는 마음도 있다.
또 언젠가는 젊은 총각이 차타고 지나가며 수고하신다고 음료수 건네주기도 했고, 청소하다가 지갑을 주워 주인을 찾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얼마받고 일하냐 물어보면서 비아냥거릴때 맘이 아팠다.
정년 후에는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알아서 좋은일을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권유했으면...
점차 고령화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젊은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솔선수범해서 우리동네는 내손으로 가꿔나갈 것이다.
물론 천안시 차원에서 너무 열심히 청소용역에 힘써주신다.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의 손길이 미쳐 못미치는 곳들과 그들이 치우고 난 뒤에 쓰레기들을 챙기는 것이다.
정년 후에는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알아서 좋은일을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권유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쓰레기를 버리는건 자기 양심을 버리는 것, 자신을 명품화해 가치를 높이자”
쓰레기를 버리는건 본인 스스로의 양심을 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의식을 바꾸고 자기자신을 명품화해 가치를 높이자.
스스로 좋은 말, 좋은 행동으로 남이 우러러 보이는 명품을 만들자.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지금처럼 우리동네 가꾸기에 나설 것이라는 엄명섭 씨. 그는 라이온스, 불교대학 봉사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군부대에 절을 지어 기부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3년 넘도록 취미로 배우고 있는 전자올겐으로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멋지게 들려줬다. 멋진인생 브라보~를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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