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인애학교 성폭력 사건이 천안시민에게 충격을 던져준 지 10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16일 가해자로 지목된 이모 교사가 구속된 후 12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이제 8월27일 최종 진술과 첫 선고공판이 남아있다.
‘제2의 도가니 사건’, ‘천안 판 도가니’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과 닮아 있다. 닮아 있기 때문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범행 대상이 특수학교 학생이라는 점과 가해자가 교사라는 점이 닮았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학교가 교사의 범행을 조직적으로 묵살·은폐했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이 2010년 9월 교내 상담교사를 통해 성폭행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 측은 이를 묵살·은폐해 가해자의 범행은 1년이나 더 지속됐다. 학교가 묵인한 1년 간 가해자는 또 다른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학생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할 학교가 성폭력이라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벌어졌음에도 모른 체 하며 고통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가해교사가 구속되자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한 학교관리자는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이후에도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취재 중 만난 학부모들은 성폭행 공판에서 증언하기로 한 학생들이 일부 교사들에 의해 언어폭력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담임교사가 점심시간에 ‘밥도 먹지 마라’고 호통을 치고, 또 다른 교사는 ‘학교 다니기 싫으면 나오지 마라’, ‘멍청한 X들이 학교 망신을 줬다’는 등의 폭언이 이어졌다는 것. 또 학생들이 교사에게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는 등 학교생활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사건 발생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충분한 상담이나 전문적인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난 7월 충청남도교육청은 인애학교 성폭력 사건을 묵인·은폐한 교장에게 감봉3개월, 교감에게 정직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과연 이 징계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사건 발생을 인지한 학교가 묵인·은폐 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학생 보호에 나섰다면 시민들이 받는 충격은 덜 했을 것이다. 학교 명예를 더럽히고 자신의 승진을 방해하는 사건으로 치부한 학교관리자와 일부 교사들이 이번 사건을 더욱 충격적으로 만든 장본인이 된 셈이다. 도교육청의 솜방망이 처벌. 시민들이 개탄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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