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료원 떠난 봉명역…기운 빠진 노인의 뒷모습이 떠올라

기사입력 2012.06.04 10:01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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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의료원의 삼룡동 이전으로 일대 상인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

    순천향대병원과 함께 천안의 대표적인 의료기관이자 연간 13만명의 유동인구를 보장해줬던 천안의료원의 상실은 인근 상인들에게 큰 타격이다. 실제 구 천안의료원 부지 앞 도로변 1㎞일대를 돌아본 결과 상인들의 낙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매출은 적게는 30%, 많게는 70%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거리를 지나는 인적마저 저녁 7시만 지나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대부분 천안의료원의 역할을 대신해줄 의료시설이 들어오길 바라고 있지만 업종제한입찰의 가능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의 의지만으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봉명동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느낌이다. 천안시 구도심의 한축을 담당하는 지역인 만큼 골목 골목을 다니면 2003년부터 재개발사업으로 정체된 모습이 역력하다.

    어떤 집은 덕지덕지 덧씌운 흔적이 역력한 가운데 집앞에서 담배를 태우던 한 노파는 재개발에 대해 기자에게 ‘이지역 재개발이 되기는 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봉명동 내 5곳의 재개발지역 가운데 3곳은 조합설립도 하지 못할 정도로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봉명동은 천안의료원을 중심으로 봉정로를 따라 알만한 사람은 아는 온갖 맛집이 모여 있는 전형적인 주택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흥업소들이 대신 들어섰다. 마사지, 노래방, 모텔촌 등 지역 안에 6개의 학교가 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수도권전철이 연장돼 봉명역이 생기고 서부역사가 조성될 때만 해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었지만 오히려 유흥업소단지만 형성됐다.

    이런 봉명동거리를 한참 거닐자 마치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지쳐서 뒤돌아서 앉아 있는 노인이 떠올랐다.

    어쩌면 재개발로 부흥을 기대했다 긴 기다림으로 지쳐버린 여느 구도심지역이 다 이런 모습일수도 있다. 지켜보는 입장이 이정도면 당사자는 오죽 답답할까.

    종종 나이에 맞지 않게 건강을 유지하는 어르신들을 뵐 때가 있다. 그런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비록 몸은 세월의 흔적을 감출 수 없지만 마음만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을 품고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봉명동 주민들 역시 그런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까? 계기가 필요하다면 빈 천안의료원 자리에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시설이 들어와 촉진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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