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에서 천안을 선거구 분구 문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충남의 수부도시라고 자처하는, 충남 정치 1번지를 자부하는 천안시가 여·야간 밥그릇 싸움에 휘말려 선거구 경계가 일방적으로 조정되는 게리맨더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작금의 형국에 분노와 함께 지역정치인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천안시민이면 누구나 원했을 것 같았던 천안을 선거구 분구 문제는 어느 샌가 일부 정치인들의 '그들만의 문제'인양 생각되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실패했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는 제각각 각자의 입장에서 현상을 해석하며 상대 정당의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던져주기도 했다.
가뜩이나 시민들의 결집을 주도해야 할 정치인들이 지역의 중대한 현안을 대하면서도 정치적 이해로 결집하지 못하니 당연히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신뢰를 얻기란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던 것.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열린 자유선진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류근찬 의원이 던진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충청권 유일의 국회 정개특위 소속 의원인 류근찬 의원은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MBC방송국을 들어가던 중 남해 하동 등 선거구 획정위원회 안에는 분구지역에 포함됐다가 여·야의 선거구 흥정에 무산될 위기에 놓인 지역의 주민들이 농성을 벌여 개구멍으로 숨어 들어가야 했던 적이 있다고 털어 놨다. 이 시위대는 해당지역 국회의원이 끌고 온 것인데 류 의원은 이중 천안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천안지역 국회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총선에서는 모두가 경쟁자이긴 하지만 어쨌든 정치적 무게를 가진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합심해 차려졌던 밥상에 비유된 천안을 선거구 분구 쟁취를 위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 천안시의 모습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특히 두 현역 의원은 천안의 선거구를 갖고 장난치고 있는 여·야당의 소속이니 자유선진당의 그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항간에는 인구 4만명의 쌍용2동이 갑선거구로 옮겨지는 게리맨더링이 자행되면 야당성향을 가진 인구는 갑선거구로 가게 되기 때문에 갑선거구의 야당의원과 을 선거구의 여당 의원 모두가 좋은 일 아니냐는 분석이 돌고 있을 정도로 두 현역의원의 선거구 분구활동의 소극성을 비판하고 있다. 소속 정당 안에서 당 지도부에게 천안을 선거구 분구에 대해 강력히 주장한다고는 하지만 말로는 통일도 시킬 수 있는 것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인지라 더욱 강력한 분구쟁취 활동을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이번에 게리맨더링이 자행되면 다음 선거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중앙정치권에서 움찔할 수 있는 결집력을 보여줄 때가 비로소 도래했다. 설사 이번에는 실패하더라도 지역의 응집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차제에 이런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우는 백신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역량을 모아 지역발전이라는 한 뜻을 결집시켜내는 현역 의원들의 모습이 필요할 때이며,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인들이 지역의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선거구 분구 투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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