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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의 목숨 건 국토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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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의 목숨 건 국토대장정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보장법 제정 촉구 719km 21일간의 대장정


24일 밤 천안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여정 풀고 다음날 다시 길 떠나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장장 719km의 국토대장정에 나선 장애인들이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는 24일 천안에 도착해 성정동 소재 천안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여정의 고단함을 풀었다.


(사)한빛회, 다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안돌봄사회서비스센터,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지역의 장애인·사회복지단체는 중증장애인들로 구성된 국토대장정단을 환영하는 조촐한 환영식을 준비했다. 단체 관계자와 천안시청 주민생활지원국 공무원들이 참석해 환영인사와 기념품을 전달하며 여정중인 이들을 격려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국토대장정에 나선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사)한국장애인연맹(이하 DPI)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 공동주관 ‘탈시설과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토대장정’에 자발적 의지로 참여한 지체·뇌병변 장애인이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장애인에게 가해지고 있는 인권탄압을 전국에 알리고 근본적 장애인자립생활지원을 위한 법률(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이라는 역사적인 레이스에 나선 것이다.


(사)한국장애인연맹 김대성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아 시작된 장애인 국토대장정 행군단은 제주도에서 출발했다. 지난 8일 제주시청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부산->창원->대구->대전->천안->평택->수원->과천을 거쳐 오는 2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해단식을 갖는 총 719km 국토대장정, 21일간의 일정이다.


행군단은 국도를 따라 전동휠체어를 타고 1시간에 7km씩을 이동해 국토대장정 17일째인 지난밤 천안에 도착했다. 각 지역구간별로 소식을 듣고 동참을 원하는 장애인과 봉사자들이 합류했다 돌아가고 하면서 천안에는 장애인 12명과 자원봉사자 1명을 포함한 스텝 5명이 도착했다.


조촐한 환영식을 받은 행군단은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 짐을 풀었다. 비에 흠뻑 젖고 피로에 찬 대원들이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눕혔다. 바닥은 따뜻했다. 장애인이 바닥에서 작업을 해도 문제가 없도록 난방시설을 갖춰놨기 때문. 원래 행군단은 교회에 머물기로 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호의를 받아드릴 수 없었다. 급하게 지역의 복지단체와 연락을 취해 잠자리를 마련한 것이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이었던 것.
 



김 단장은 “행군을 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숙소와 식당, 화장실을 찾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 국도 휴게소에는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경사로와 넓은 공간, 좌변기를 갖춘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준비해간 이동 경사로를 사용했지만 이마저도 계단 간격이 높아 이동이 불편했다. 잠자리도 고민이었다. 교회나 복지관에서 제공해주길 원했지만 이마저도 편의시설이 없으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국토대장정은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나 더 고달팠다. 장애인편의시설이 없으면 쉬는 것 조차 일이었고, 거동이 불편해 매일 아침 9시 출발을 위해서는 새벽같이 일어나 옷을 입고 밥을 먹어야 출발시간을 겨우 맞췄다. 고열이 나고 쓰러진 대원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낙오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뇌병변 장애의 김종호 대원은 “많이 힘들죠. 자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생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데 순간 잘못하면 도로 위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저희에겐 목숨을 담보하는 일이죠”라며 느리고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그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25년을 생활하다 도망쳐 나왔어요. 제가 시설에 있어봤고 그래서 아픔을 알죠···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주 작은 날개짓이라도 나중엔 큰 바람이 되어 오잖아요. 아직 먼 얘기라고 해도··· 제 참여가 조금이라도 시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을 믿고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힘겨운 말투로 그의 의지를 밝혔다.


김대성 단장은 “중증장애인들의 생활시설은 박재화 되어있다. 그들의 삶은 자율성이 없다. 장애인연금을 시설 원장이 사용해 장애인은 무일푼 처지가 된다. 시설을 통해 자립을 키운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패러다임과 싸우기 위해 정말로 시설이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곳임을 얘기하려고 직접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생활시설을 축소하고 실질적인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자립생활센터를 늘리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달란 것”이라고 성토했다.
 



자신들의 한계에 맞선 도전을 지켜보는 이들은 행군단을 응원했다. 사람들은 행군단에게 시원한 물을 건네고 멈춰서서 박수를 보냈다. 달리던 차들도 행렬을 위해 양보하거나 기다렸다.


이들을 맞이한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인자 소장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더위와 장마를 견디고, 몸이 아파 약으로 버티면서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에 대단함을 느낀다. 특히 어린 장애인 친구들이 앞장서서 하는 것을 보니 장애인계의 앞날도 밝지 않을까”라며 “남은 여정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 배정희 원장은 “여기 작업장에는 발달장애인이 30여명인데 이들에게 보호자가 없다면 시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장애인들도 자립생활을 꿈꿔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들에게 시설에 들어갈 것인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우리 지역사회도 이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천천히 준비해 나간다면 장애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진심어린 지지를 보냈다.


다음날 이른 채비에 나선 행군단에게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소정의 격려금을 전달했고, 전날 밤 함께했던 장애인·복지단체들이 국토대장정의 길목을 배웅했다.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장애인 국토대장정 행군단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전동휠체어를 이동시켰다.


김대성 단장은 “우리가 행군할 때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쳐주었듯이 우리가 지역사회에 동화될 때도 박수를 쳐주길 바란다”고 전하며 “이번 대장정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길이다.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할 각오로 행군을 시작했고 우리들의 진정성을 위해 올해로 그치는 캠페인이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지역에서 자립해서 살고 싶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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