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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학의 전통: 칼리지 시스템과 개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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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학의 전통: 칼리지 시스템과 개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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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1.07.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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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일 고려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영국에는 현재 150여개의 종합대학과 전문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 중에서 옥스퍼드는 최장(最長, 기원은 중세 수도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의 역사와 독특한 교육체계, 즉 ‘칼리지(college)’ 시스템과 ‘개인지도(tutorial)’ 방식으로 영원한 맞수 캠브리지와 함께 영국 엘리트 교육의 상징이다. (‘옥스브리지Oxbridge’로 불리는 두 라이벌 대학의 오랜 학문적 전통에서 보아, 대체적으로 캠브리지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옥스퍼드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수백 년 간 수많은 석학들과 역사의 주역들이 거쳐 간 옥스퍼드대학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 중 하나로서 지적 영향력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옥스퍼드는 뜰(quad)과 초원과 운하canal)의 대학도시이다. 초록정원이 어우러진 중세풍 칼리지와 채플(chapel)과 도서관들, 템스 강(the Thames)과 처웰 강(Cherwell)변에 넓게 펼쳐진 목초지(meadow)와 긴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들, 고목 우거진 숲(grove)길들, 시내(high street)의 자전거와 캡(cab)들, 공원 잔디밭에서 벌어지는 크리켓 경기와 강가 뱃놀이, 골목 선술집(pub)들은 이 ‘전통’ 도시의 풍광을 물씬 전해 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상아탑 도시(꿈꾸는 첨탑들dreaming spires)를 거니노라면 정신의 순수한 공기를 호흡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옥소니언(Oxonian 옥스퍼드대학 출신자)으로서 필자의 추억과 긍지가 이 ‘꿈꾸는 첨탑들’의 장면(우편엽서에 담겨진 풍경) 속에 녹아 있다. 줄리안 그린은 <나의 도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옥스퍼드를 사랑해. 왜냐하면 나는 책을 사랑하는데 옥스퍼드는 한 권의 책이거든. 옥스퍼드의 거리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마치 책장을 넘기는 것과도 같지.” 지식의 곡창지대로서, 사실 여기보다 더 높은 IQ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는 없을 것이다. 옥스퍼드는 이렇듯 고전적이고 목가적인 ‘학문의 도시’이고, 대학생활은 전원 속의 삶이다.


옥스퍼드 학생들은 이런 환경(classic Oxford)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격을 수양하고 엘리트 의식을 함양한다. 무엇보다도 고유의 성격을 지닌 독립적인 칼리지들이 느슨하게 연합된 형태인 ‘칼리지 시스템’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칼리지들은 재정 및 운영 자율권과 신입생 선발권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하면서 대학의 학생이자 특정 칼리지의 구성원(member)이 되고, 칼리지 내에서 기숙생활을 하기 때문에 대학보다는 자신들이 속한 칼리지에 더욱 강한 소속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칼리지에 있는 학생 휴게실(common room)에서 동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고, 칼리지 교수(fellow)들과 함께 ‘포멀 홀(formal hall)’에서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다. (초창기 ‘홀Hall'이라고 불렀던 칼리지들이 있는데, ’칼리지College'는 원래 홀에서 공동 생활하는 학생과 펠로들을 지칭했던 것으로 세월이 지남에 따라 차차 의미가 지금과 같이 바뀌었다.) 학생과 교수들이 한 지붕 밑에서 생활하는 칼리지 컨셉이 시대가 흐르면서 예전과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교수들의 식탁(high table)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가벼운 토론을 즐긴다. 학생들은 이러한 칼리지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규율과 절제, 매너를 익히고 엘리트로서 성장해 간다.


칼리지는 학생들의 사회활동의 중추일 뿐만 아니라 학업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물론 학업에 있어 대학 측에서 운영하는 학과들이 칼리지 못지않게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학과faculty/department들은 대학 내 40여개 칼리지들처럼 독립된 건물과 자기만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칼리지가 개인지도와 추억거리를 제공하는 주된 생활공간이라면 대학 내 학과들은 학위과목, 강의, 세미나, 시험을 편성하고 주관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특정 학과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특정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와 관련된 졸업시험(final schools)을 치러야 한다. 이 시험의 형식과 내용을 관장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각자가 택한 전공에 해당하는 학과에서 진행되는 ‘강의(lecture)’보다는 칼리지의 특별 교수법에 의한 ‘개인지도(tutorial)’를 통해서 시험을 대비한다. (학생들은 매주 개인지도 시간을 위해 보고서 과제인 에세이essays를 작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학과 강의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권장사항이다. 최근 들어 새로운 시대 요구에 맞추어서 커리큘럼을 개편·확대하는 등 대학의 학과에서 운영하는 강의의 비중이 차츰 높아지고 있지만, 강의는 전반적인 개요만을 소개하고 개인지도를 통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옥스퍼드대학의 중요한 특징이며 오랜 전통이다.


개인지도 중심의 교육방식이라는 옥스퍼드가 지닌 매력이 온라인 교육으로는 대체될 수 없다. 온라인이나 강당 교육을 통해서는 개별적 욕구를 채우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옥스브리지(Oxbridge)와 같은 ‘개인지도’ 하에 습득한 지식과 생각을 자유롭고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칼리지)에서는 잠재력을 개성 있게 발굴해 내거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나아가 인류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리더를 배양할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 (옥스퍼드는 애틀리·이든·맥밀런·더글러스-흄·윌슨·히스·대처·블레어 등의 20세기 총리Prime Minister 대부분을 배출했다.) 지식생산자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상업주의로 점점 황폐해져 가는 오늘날의 한국의 대학들이 본받아야 할 기준과 나아갈 방향, 즉 교육학적 모델을 옥스퍼드 교육체계에서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옥스브리지를 모방해서 설립된 미국의 명문 하버드Harvard와 예일Yale처럼 한국의 몇몇 주요 대학들이 최근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는 곳으로서의 캠퍼스 개념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는 옥스브리지 칼리지 시스템, 즉 학업과 거주의 공동체를 모범으로 삼은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학생들이 강의실을 등지고 도서관에서 취업공부에 매달리는 우리 현실에서는 그들이 세계의 문제를 고민할 수 없고, 지도자의 꿈을 가질 수 없다. 한국의 대학들이 ‘옥스퍼드적’인 환경에서 학생들이 기본 소양을 배우고 사회에 필요한 지적 훈련과 전문지식을 습득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려면, 먼저 외형적 발전보다는 내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힘을 튼튼히 해줄 수 있고, 역사의 진행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엘리트들을 길러낼 수 있다.


옥스퍼드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학문의 전당으로 세계적인 지적 영향력과 영국 사회에서 특별한 지위를 누려 왔다. 그러나 엘리트 교육의 상징인 옥스퍼드대학은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사회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고, 또한 첨단과학 분야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위협받는 기초학문 육성에 고민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을 띠는 칼리지들이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여 고루한 전통주의에 쉽게 주저앉는 약점도 있다. 하지만 어떤 형식의 개혁보다도 더 중요한 옥스퍼드의 강점은 칼리지 자신들의 오랜 ‘연속성’을 견지하는 데 있고, 수세기 동안 유지해 온 옥스퍼드의 ‘자율성’은 여전히 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매력을 지닌다. (지난 수백 년간 성장을 이룬 대학들은 운영의 자율성을 충분히 부여받은 대학들이고, 20세기 유수의 유럽대학들 중 몰락한 대학은 자율성이 없던 대학들이었다.) 기존 가치관의 변화에도, 세계인들의 옥스퍼드 열기가 식지 않는 것 역시 이러한 ‘전통적인 교육적 에토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옥스퍼드가 학문을 서비스하는 현대적 서비스 대학이라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가 좀 더 유익한 방식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중세(12세기) 이후 지금까지 그랬듯이 옥스퍼드는 시대적 현실을 극복하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변화시키며 면면히 이어져 갈 것이다.


옥스퍼드 칼리지들은 거주공간으로서 학생들에게 항상 휴식과 영감의 장소가 되어 준다. 마치 시골 별장에라도 온듯하게 눈앞으로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펼쳐지는 칼리지 안뜰(front quad)에서 필자는 햇살을 즐기거나 명상에 빠지곤 했다. (헨리 제임스가 “나의 일생이 하나의 커다란 영국식 옛 정원이었고 끝없이 계속되는 영국의 오후 한때였다는 행복한 믿음 속에서 영원히 그 잔디 위에 누워 있고 싶다”고 했듯이...) 그리고 말할 수 없이 아늑하고 평온한,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빅토리아풍의 칼리지 도서관에서 학위 논문(국제정치사)을 썼다. 매 학기말, 저녁식사 후 칼리지 홀(hall)에서 학생과 펠로들이 함께 즐기는 작은 클래식 콘서트처럼 필자에게 옥스퍼드 시절은 항상 ‘가장 고전(classic) 같은 시간’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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