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환동 / 자유기고가.
[천안신문]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친절한 사람들의 여러가지 행적들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여기에 소개하여 친절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음미하고자 한다.
# 미국 네바다 주 사막 한 복판에서 트럭을 몰고 가던 '멜빈 다마'라는 한 젊은이가 허름한 차림의 노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어디까지 가십니까? 제가 태워드릴께요"하고 말했다. 그 노인은, "고맙소, 라스베이거스까지 태워다 줄 수 있겠소?"하고 부탁했다.
어느덧 노인의 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불쌍한 노인이라 생각한 그 젊은이는 25센트를 노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영감님, 車費(차비)에 보태 쓰세요!" 그러자 노인은, '친절한 젊은이로구먼, 명함 한 장 주게나!' 젊은이는 명함을 건네주었다. 명함을 받아들고는 그 노인은, '멜빈 다마! 고맙네, 이 신세는 꼭 갚겠네. 나는 하워드 휴즈라는 사람이라네!'
세월이 흘러 이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을 무렵 기상천회(奇想天外)한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적인 富豪(부호) 하워드 휴즈 사망'이란 기사와 함께 하워드 휴즈의 유언장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워드 휴즈는 영화사, 방송국, 비행기회사, 호텔, 도박장 등 많은 업체를 가진 경제계의 거물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의 유산 중 16분의 1을 멜빈 다마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 유언장에 기록되어 있었다. 멜빈 다마란 사람이 누구인가?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유언장 이면에는 하워드 휴즈가 적어 놓은 멜빈 다마의 연락처와 함께 자신이 살아오면서 만났던 가장 친절한 사람이란 메모가 있었다.
그 당시 하워드 휴즈의 유산총액이 250억달러 정도였으니 16분의 1은 최소한 1억 5000만 달러이고 이것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000억 원 가량이었다. 25센트의 친절을 금액으로 환산해 놓은 것이라 할 것이다.
# 한 소년이 호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시골 소년이 그를 구해주었다. 10년 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시골 소년은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진학할 수 없었다.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소년의 아버지는 시골 소년이 의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물에 빠졌던 소년은 훗날 영국의 수상이 됐다. 가난했던 시골 소년은 페니실린을 발명해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윈스턴 처칠'과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 박사의 이야기다.
# 1940년 5월 처칠은 폐렴으로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당시엔 한번 걸리면 낫지 않는 죽음의 병이었다. 처칠의 꺼져가는 목숨을 건진 건 바로 페니실린이었다. 윈스턴 처질과 플레밍의 우정으로 회자(膾炙)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허구(虛構)라는 말도 있지만 이 이야기를 그저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닌 것 같다. 설사 지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좋은 만남은 생명을 살리고 인재를 키운다는 점에서, 다시금 생각케 해주었기 때문이다.
# 프랑스 명품(名品)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커펠트'가 향년 85세의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재산 상속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의 재산을 상속받을 이는 다름 아닌 그의 고양이다. 칼 라거펠트는 2011년 고양이를 입양했고 생전에 '고양이와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다. 고양이는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할 수 있다면 고양이와 결혼하고 싶다' 라고 말했을 만큼 아꼈던 반려 고양이다. 칼 라거팰트의 재산은 약 2200억 원이다.
# 영화 '스타 트렉' 시리즈의 제작자 '진 로든버리'와 그의 아내이자 TV 스타인 '마젤 바렛 로든버리'는 키우던 개(犬)들에게 400만 달러(약 45억 원)를 물려주었다. 진 로든버리는 자신에게 친절했던 강아지들을 돌봐줄 관리인과 저택을 마련해 두었다. 또, 마젤은 생전에 강아지들을 친절하게 돌봐준 가정부에게도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유산을 남기고, 강아지들과 함께 살며 이들을 돌봐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친절(親切)이라 함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정겹고 고분고분함을 의미한다. 친절은 옳은 의도로 갖고 행해야 하는데, 옳은 의도란 바로 '무의도()'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친절은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효율 높은 행동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모욕(侮辱)은 잊어버리되, 친절은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