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2동 16년만에 갑선거구 투표

천안을 분구 무산 쌍용2동 갑으로 조정, 지역정가 분개

자유선진당 천안시 갑과 을 당협위원장이 기자실에서 국회선거구획정 결과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국회가 천안시 을 선거구를 분구대상에서 제외하고 쌍용2동을 갑 선거구로 넘기는 게리맨더링을 자행하자 지역정가가 분개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원 300석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종시, 경기 파주, 강원 원주 등 3곳을 늘리고 경남 남해·하동, 전남 담양·곡성·구례지역 등 영호남 1곳씩을 통폐합 해 지역구 의석은 245석에서 246석으로 1석이 늘어난다. 여기에 비례대표는 현행대로 54석을 유지해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조정했다.

특히 천안시 을 선거구를 비롯 경기 이천시·여주군, 경기 용인시 기흥구, 경기 용인시 수지구, 경기 용인시 처인구, 경기 수원시 권선구 등 인구 상한선 초과지역은 선거구 경계조정을 감행하기로 했다.

천안시 을 선거구에 대해 2012년 2월28일 현재 인구 4만2920명인 쌍용2동을 천안 갑선거구로 편입시킨다. 행정구역상 서북구에 포함된 쌍용2동 주민은 졸지에 동남구로 옮겨져 천안 갑선거구의 후보자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하게 됐다.

더욱이 최근 인구증가추세로 볼 때 다음 선거에서도 분구조건을 갖추긴 어렵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전망이다.

이에 분노한 지역정당과 을 선거구 예비후보자들은 다음날인 지난 28일 일제히 각종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밀실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선거구획정위를 국회 산하가 아닌 독립적인 기구로 둬서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호연 의원 성명서 발표

새누리당 충남도당 위원장이자 천안 을 국회의원인 김호연 의원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난 11월부터 수차례 정개특위 위원들을 만나 천안 을 지역은 선거구 증설의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어 이번에 반드시 증설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계조정을 통해 선거구 증설을 무산시킨 것에 대해 분노하고 강력하게 항의한다”며 “이는 지역민의 이해와 요청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이며, 정치적 야합”이라고 규탄했다.

김 의원은 또 “충청권은 그동안 계속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에 밀려 늘 피해만 입어왔다”며 “국회의원에게 선거구 획정권한을 주어서는 안 되고 국회와 당은 의견만 주고, 외국의 경우처럼 독립된 제 3의 기관에서 법과 통계자료에 의해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 갑선거구에 출마하는 김수진 예비후보는 “멀쩡한 쌍용동을 2동만 천안 갑선거구로 보내 이산가족을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며 “세종시를 위해 머리를 깎고 목숨 걸고 단식한 사람이 천안을 위해서 무엇을 했냐”고 양승조 의원을 공격했다.

민주통합당, 책임을 통감합니다

민주통합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양승조(천안 갑) 의원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토론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이번 공직선거법은 아무런 원칙도 기준도 없는 나눠먹기며, 현역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고, 구태정치의 전형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결돼야 된다”며 특히 쌍용2동 조정에 대해 “전형적인 게리맨더링이자 국회의원의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수정을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충남도당은 이번 결과에 대해 “민주통합당 역시 선거구획정과 관련해 국민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음을 밝힌 후 “실망하셨을 천안을 선거구 주민은 물론, 500만 충청인 앞에 죄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며 “구태정치와의 단절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안을 박완주 예비후보는 “전통적으로 야당성향이 강한 천안시 서북구 쌍용2동의 주민이 천안을이 아닌 천안 갑 지역구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은 당장의 이해당사자로써 용납하기 힘든 일”이라며 “독일처럼 정개특위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치해야 하며, 이미 공천심의위원회에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같은 천안 을에 출마하는 한태선 예비후보 역시 쌍용2동의 조정에 대해 △쌍용 2동은 2010년 보궐선거에서 김호연 의원이 유일하게 패배한 지역으로 정략적으로 천안갑으로 빠진 것 △현행법과 민주주의 절차를 철저하게 무시한 행태 △차기 총선에서도 선거구 증설이 사라진 것 등을 지적하며 “김호연 의원은 본회의 출석률 전국 꼴찌, 민생법안과 민족문제에 표결도 참여하지 않는 등 의정활동도 제대로 못한데다 서북구 선거구증설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역량을 축소시켰다. 새누리당과 함께 천안시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게리맨더링 현역 의원 야합의혹 제시

자유선진당 천안갑·을당원협의회는 지난 28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게리맨더링에 천안 현역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으로 야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천안을 자유선진당 박상돈 당협위원장은 “두 현역 의원이 도당위원장인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그만큼 당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고 큰 당이 큰 일을 할 수 있다던 말을 무색하게 만든 것”이라며 “쌍용2동은 역대 선거에서 야당이 여당후보를 압도했던 지역으로 천안 갑으로 가면 김호연 의원도 좋고 양증조 의원도 좋기 때문에 묵인한 것이 아니냐”고 두 의원의 묵인과 동조 여부를 물었다.

또한 박 위원장은 “쌍용2동 주민들은 서북구에 살면서 동남구 의원을 뽑아야 된다. 이는 성환읍을 갑선거구로 넘긴 것과 같은 이치”라며 “더욱 통탄할 일은 5만에 가까운 인구가 조정된 만큼 20대 총선에서도 분구 요인이 차단된 나쁜 법 개정”이라고 지탄했다. 이어 “이번 게리맨더링은 명백한 위헌으로 이를 용인하고자 법까지 고쳤다”며 “자유선진당은 위헌소지를 밝히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을 선거구 박중현 예비후보도 성명서를 통해 “김호연 의원은 자기 지역구 발전을 위해 차려진 밥상도 지키지 못했고 양승조 의원은 세종시 당론을 정하느라 바빠서 천안은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두 국회의원은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충청도를 우롱하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기를 촉구한다”고 현역 의원을 압박했다.

자유선진당 충남도당도 성명서를 통해 “충남의 수부도시인 천안 성장을 바라던 충남도민의 열망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으로 수수방관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도당위원장은 천안 시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원 의석수를 300석으로 늘려 호남의 민주통합당과 영남의 새누리당 의석수만 챙기는 거대 정당에 천안시민과 충남도민은 분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천안시 서북구 쌍용2동은 지난 1995년 천안시와 천안군이 통합되면서 1996년 15대 총선부터 천안시 갑선거구와 을선거구로 분리된 이래 16년만에 갑선거구 유권자로 선거를 치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