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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과 닭볶음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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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과 닭볶음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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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2.03.09 17:24
  • 댓글수 0
▲ 윤성희 문학평론가


때 아닌 닭도리탕 어원 논란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작가 이외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라는 주장을 올려놓았다. 한국 최대의 파워 트위트리언인 작가의 주장은 누리꾼들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닭도리탕에서의 ‘도리’는 ‘도리다’라는 순우리말에서 온 것으로 ‘잘라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수에 의하면 닭도리탕은 닭을 잘라내서 만든 탕이 된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도리’가 ‘새’를 가리키는 일본어 어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이를 ‘닭볶음탕’으로 다듬었다며 표준어 제정의 경위를 설명했다. 또 ‘도리’가 ‘도리다’라는 어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도리다’는 ‘둥글게 빙 돌려서 베거나 파다’는 뜻이기 때문에 의미상 어원으로서의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설령 ‘도리다’가 어원이라 해도 어간 ‘도리-’와 명사 ‘탕’이 바로 붙는 것은 우리말에서 찾아보기 힘든 결합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지 못한 대중들 입장에서는 어느 쪽 의견을 따라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사실 닭도리탕이냐 닭볶음탕이냐 하는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국립국어원조차도 입장은 그렇게 정했지만 어원에 관한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굳이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본말에 ‘도리’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급적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느닷없이 조선일보가 토를 달고 나서며 판정관 노릇을 했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위터에 ‘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망신을 당했다.”라고.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말의 뿌리를 찾는 어원론이라는 게 봉사 문고리잡기 식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그럴듯한 상상력을 동원하느냐, 누가 좀 더 많은 근거 사례를 찾을 수 있느냐에 따라 어원의 논리가 만들어지곤 한다. 어원론이 학문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과학에 근거하지 못하는 말장난 수준에 불과한 것도 수두룩하다. 사정이 그런데도 닭도리탕을 일본식 이름이 아니라고 단정한 이외수 어법은 위험천만일 수밖에 없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나 순화어 제정에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 어법인 탓이다.


국립국어원의 입장 또한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도리’를 일본어 어원으로 잡을 경우 ‘닭도리탕’이 ‘닭새탕’이라는 어색한 겹침 말의 동격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색하니까 순화 대상이었다고 말하겠지만 실제로는 ‘도리’를 일본말로 봐서 순화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어간에 명사가 결합되는 조어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내놓았지만 이는 이외수에 의해 바로 반박되었다. 또 그런 조어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여기다 조선 말기의 시인이었던 최영년은 민속시집 격이었던 <해동죽지>에서 한자말로 된 ‘도리탕(桃李湯)’을 언급하고 있다. “닭 뼈를 가늘게 잘라 버섯과 양념을 섞어서 반나절을 삶아 익히면 맛이 부드러운데 세상에서는 패수의 특산물이라고 한다.”고 설명한 것을 보면 평양 지방에서는 닭도리탕이란 말이 벌써부터 사용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낳는 것이다.


순화어인 ‘닭볶음탕’도 자연스런 말은 아니다. 탕(湯)은 국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요리사에 따라 조리법이 다르겠지만 우리가 음식점에 가서 흔히 먹는 닭도리탕은 국물을 자작하게 해서 끓여낸 음식이다. 그릇에 기름을 두르고 닭을 볶아서 만든 음식이 ‘닭볶음’이고 이걸 다시 국물을 붓고 끓여야만 ‘닭볶음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리한 닭볶음탕은 닭도리탕이라고 하는 음식과 조리 과정은 물론 맛도 모양도 전혀 다른 음식이 되는 것이다. 닭도리탕에서 풍기는 왜색을 견딜 수 없었다면 국립국어원은 차라리 이를 ‘닭매운탕’으로 순화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언어적 논란에 끼어든 조선일보의 보도 성향 또한 다분히 언어외적 의도가 강해 보였다. 이외수도 눈치를 채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멘션을 날렸다. “다른 신문들은 논란을 일으켰다 정도로만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는 아예 망신을 당했다고 단정했다.” 이외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조선일보는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이외수에게 망신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닭도리탕과 닭볶음탕의 사이에는 엉뚱하게도 이외수와 조선일보가,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적 대척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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