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프로젝트’ 유족 두 번 죽이는 일

기사입력 2013.08.16 15:35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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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은 북한에 의해 폭침당한 것이 아니라 좌초됐다’는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내달 개봉을 앞두고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천안함 유가족들과 해군 장교들은 지난 7일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의정부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반면, 영화 제작사 측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인들의 법무 대리를 맡은 김양홍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왜곡의 자유는 없다”고 꼬집었고, 영화를 기획제작한 정지영 감독은 “나 스스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를 납득할 수 없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맞섰다.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은 상태여서 다음달 초로 예정된 영화 개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안함 프로젝트가 지향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극적인 허구성이 없이 그 전개에 따라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포장해 관객들이 영화 내용이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고 판단하게 하고, 실제로 내용의 핵심은 허구라면 이는 관객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천안함 프로젝트 논란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천안함 46용사의 유가족들일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로는 천안함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인옥 천안함유족협의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왜곡된 내용까지 국민이 잘못 인식하면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천안함 폭침사건을 왜곡하는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0년 3월26일, 수십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을 군으로 보낸 천안함 46용사의 유가족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 했다. 하루아침에 피어보지도 못한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억울함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는, 스스로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가슴 한편의 멍에로 남겨져 있다.

    그로부터 3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메시지는 ‘조국을 지키다 북한군의 피격에 의해 장렬히 산화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느리고 천천히 상처가 아물어 가고 있는 유가족들의 상처에 다시 한번 소금을 뿌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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