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9 05:49
Today : 2024.05.09 (목)
[천안신문] 아산시가 시 보조단체에 정치적 중립을 주문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어길 경우 보조사업자 선정과 보조금 지원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심지어 아산시는 특정 단체를 지목해 보조사업 현황 파악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내, 표적 감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기자는 아산시 자치행정과가 1월 31일자로 시 보조단체에 보낸 공문 원본을 단독 입수했다. 자치행정과는 이 공문에서 "보조사업 수행자로 선정됐으며, 앞으로 보조사업 추진할 경우 '아산시 지방보조금 관리 매뉴얼'을 숙지해 사업목적 달성과 계약·집행·정산 등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다음부터다. 자치행정과는 "보조사업자는 사업 수행으로 다양한 행정정보와 개인 정보 등에 접근과 습득이 쉽고,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사적 활용과 정치적 이용이 우려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선량한 수행자로서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적었다.
이어 "위와 같은 사례(정치적 중립 위반 - 글쓴이)가 발생할 경우 앞으로 아산시 보조사업자 선정과 보조금 지원에 반영될 수 있음을 유념해 달라"고 끝을 맺었다.
앞서 박경귀 아산시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시 보조기관·단체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주문하면서, 이를 어기면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산시 자치행정과가 시 보조단체에 보낸 공문은 박 시장의 엄포가 실제 행정적으로 실행됐음을 입증한다.
시점도 묘하다. 박 시장의 문제 발언이 나온 확대간부회의는 1월 29일에 열렸는데, 자치행정과 공문엔 1월 31일자 스탬프가 찍혀 있다. 박 시장의 내린 지침을 자치행정과가 신속하게 이행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자치행정과 측은 오늘(6일) 오전 기자와 만나 보조단체에 공문을 보낸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보조사업자 선정 관련 항목은 강행규정으로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보조단체가 시행하는 사업은 공적 영역에 속해 있고,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할 수 있으니 편향된 시선을 받지 않게 유념해달라는 취지"라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관권선거대책위는 지난달 28일 "아산시 관내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강제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박 시장을 충남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때 민주당은 박 시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는데, 이번엔 박 시장의 발언을 시 차원에서 이행한 공문이 새롭게 드러나 박 시장의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아산시, 이번엔 특정단체 표적 감사?
이뿐만 아니다. 아산시 관광진흥과는 2월 21일자로 각 실과와 읍면동에 'A 협동조합'의 보조사업 현황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을 살펴보면 사업시기 사업내용 보조금 매출실적 등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A 협동조합 측은 오늘(6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센터 사용 만료 문제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고, 우리 조합 측 입장을 정리해 시에 보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2024년까지가 사업기간이었는데, 아산시가 이 시기 전·현직 임직원 사업일체는 물론 강사 재료비 사용지침까지 파악하려 한다. 시청 직원 몇분이 무슨 문제 있었냐고 문의해올 정도"라면서 "현 상황은 시 용역수주에서 배제하려는 무언의 압박이란 인상이 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A 협동조합 측은 고위 이사진 중 한 명이 전임 시장과 친분이 있었는데, 아산시가 이 점을 근거로 ‘표적감사’에 나선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관광진흥과 측은 "이 협동조합이 온양역에 체험센터를 운영 중이었는데, 센터 사용기간이 만료돼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문 상에 센터 사용기간 만료를 안내하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관광진흥과 측에 그 이유를 묻자 "길게 쓰기가 어려워서"라는, 사뭇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