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20 08:33
Today : 2024.05.20 (월)
[천안신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7일 오전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비전 선포식 행사를 갖고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새로이 그리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베이밸리는 김 지사의 핵심 공약이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 추진계획'을 제1호로 결재할 만큼 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비전 선포식은 김 지사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행사였다. 김 지사는 현장에 모인 1천 여명 청중 앞에서 직접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함에 따라 반도체 그 중요성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아산만권에 반도체 후공정 산업 클러스터와 자율주행 차량 용 반도체 종합지원생태계룰 구축하고 한국첨단반도체기술센터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천안·아산·서산·당진 4개 시에 충남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는 한편, 전례없는 규제 혁신과 맞춤형 지원책으로 외국인 투자유치를 이끌고, 대한민국 최초로 기업 지역 인재 채용 목표제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청년들이 베이밸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33조 사업비 ‘베이밸리’,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문제는 '어떻게'다. 김 지사가 밝힌 베이밸리 사업비는 32조 8,782억원이다. 비록 2050년까지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 총사업비 22조를 훌쩍 뛰어 넘는다.
여기에 사업비 구성을 살펴보면 ▲사회간접자본 163,746억원 ▲산업 121,405억원 ▲정주환경 42,030억원 등이다. 인재채용에 배정한 사업비 예산은 고작(?) 1,601억원. 건설업자 배만 불리는 사업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행안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베이밸리 핵심사업 중 서산공항을 중부권 특화항공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항목이 눈에 띤다.
지난해 5월 서산공항은 비용편익분석(B/C) 합격기준 1.0에 못 미치는 0.81을 받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아래 예타)에서 탈락했다. 이러자 충남도는 지난해 12월 예타를 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500억 이하로 낮춰 추진하기로 방침을 틀었다.
서산공항이 중부권 특화항공거점 구실을 하려면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게 상식이다. 그런데 충남도가 사업비를 낮춰 서산공항 사업을 추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민청도 실효성을 의심 받는 '메뉴' 중 하나다. 김 지사는 선진 이민제도 기반을 조성하겠다며 이민청 유치 의사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필리핀 정부는 전남 해남에서 브로커가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임금을 착취하는 일이 발생한 점을 들어 계절근로자 송출을 중단했다.
고용노동부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2023년 3/4분기 기준 필리핀 노동자는 19,262명으로 베트남에 이어 외국인 노동자수 2위다. 필리핀이 인력 송출을 중단하면 곧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제 지역마다 외국인 노동자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충남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서아시아 국가 출신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인권침해 인종차별은 고질적인 문제다. 인도의 한 유투브 유저는 한국의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방송을 송출하는 지경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제시한 선진(?) 이민제도 기반 조성 계획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베이밸리 구상, 4대강 전철 밟지 않으려면
아산만 일대를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에 이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다만, 33조에 달하는 사업비에 비해 실행계획은 어설프기 그지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앞서든 4대강 사업은 이제껏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이란 오명에 시달리는 중이다. 베이밸리 사업이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김 지사와 충남도가 천안·아산·서산·당진 등 4개시 시민 앞에, 더 나아가 도민 앞에 실효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 당당히 제시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지적이겠지만, 그간 대형 국책사업에서 이 같은 당연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4대강 사업이 지금까지도 비판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 지사가 내놓은 ‘베이밸리’ 구상이 김태흠판 ‘4대강’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역언론으로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