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 국민의힘 쪽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과 더불어민주당 쪽 양승조 '다함께잘사는세상' 이사장의 출판기념회가 하루 사이로 열렸다. 그리고 출판기념회를 갖는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줄을 섰다.’
잇단 출판기념회는 총선 시계가 빨라졌음을 실감케 한다. 무슨 말이냐면 12월 들어 출판기념회가 이어지는 건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총선 예비후보 등록에 맞춰 정치인들이 자기를 알리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뜻이다.
출판기념회는 여러모로 정치인에게 이득을 안겨준다. 먼저 선거 일정에 맞춰 자신을 알릴 수 있고, 지지층을 결집하기도 쉽다. 정치자금도 쏠쏠하게 모인다. 그래서 시민들도 이 같은 관행에 익숙해져서 정치인 누군가가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하면 '선거에 나가려나 보다' 여긴다.
정치인이 책을 내는 일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책을 쓸 권리가 있고, 시민 입장에선 정치인이 공직을 지내면서 겪은 경험은 귀중한 정보다.
정치인이 쓴 신간, 저술로서 가치 있나?
종종 정치인이 쓴 책, 특히 회고록은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를 인정 받곤 한다. 육군 참모총장과 국무총리를 차례로 지낸 정일권은 한국전쟁 회고록을 냈는데, 이 회고록은 한국전쟁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인정 받고 있다. 옛 소련 서기장을 지낸 니키타 흐루쇼프의 회고록도 빼놓을 수 없다.
문학적 가치를 인정 받는 회고록도 존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냈는데, 이 회고록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이 낸 책은 저술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장되기 일쑤다.
정치인·정치지망생이 출판기념회에 내놓은 책들 대부분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재임 중 벌어졌던 논쟁적인 사안은 자신의 일방적 주장만 강변하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낸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사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난무하는 데 대해 문제제기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2014년 9월 국회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폐기수순을 밟았다.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는 옛말 그대로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꼭 출판기념회가 아니어도 정치인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방법은 많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책, 보다 궁극적으로 자신을 팔아야 한다. 정치인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이 점은 늘 치열한 특종경쟁 속에 취재활동을 하는 기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저술로서 가치를 크게 인정 받지 못하고, 더구나 집필자가 본인인지 조차 모호한 책을 내놓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자금을 챙기는 행위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지역 정가에 밝은, 익명을 원한 시민 A씨는 "때만되면 우후죽순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한마디로 책을 빌미로 돈챙기는 행사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지역사회는 한치건너면 다아는 사인데 모두 챙겨야 할 상황이라 금전적 부담도 만만찮다"면서 "실시간 변화되는 디지털시대에 정치는 과거를 답습하며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돼있다. 우리들의 휘초리가 절실하다"고 일갈했다.
총선을 앞두고 '몸을 푸는'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에게 바란다. 적어도 저술로서 가치 있는 책을 들고 출판기념회를 하든지, 저술로서 자신이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알려 달라.
후진적인 관행에 기대 자신을 알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얄팍한 행태가 반복되는 데 대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 보라. 그러면 적어도 다른 길이 눈에 보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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