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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신문] 박상돈 천안시장은 1심에서 무죄를, 함께 기소된 강 모 보좌관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이 박 시장, 강 보좌관에게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구형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적어도 검찰 입장에선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이뿐만 아니다. 징역 10월을 구형했던 기간제 공무원 남 모씨 역시 무죄 선고를 받아 처벌을 면했고 김 모 씨도 검찰 구형 10개월에 턱없이 못 미치는 벌금 500만원 처벌에 그쳤다. 다만 선거캠프 관계자 전 모 씨만 검찰 구형 200만원의 두 배인 400만원 벌금에 처해졌을 뿐이다.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검찰로서는 참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당연, 검찰은 지난 11일 항소했다. 검찰이 1심 심리 과정에서 제시한 증거 외에 추가 증거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강 보좌관의 존재를 분명히 밝혔고, 재판부 역시 강 보좌관을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청 안팎에선 강 보좌관이 '농단' 수준으로 시정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의혹이 팽배해 있다. 검찰 수사, 그리고 1심 재판부 판단에서 드러난 강 보좌관의 역할은 이 같은 의혹이 사실에 부합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피고인 신문에서 나온 진술을 토대로 하면, 박 시장은 강 보좌관을 지근거리에 두고 싶어 했다.
지난 7월 14일 열렸던 피고인 신문 당시 박 시장은 강 보좌관은 2020년 4월 치러진 천안시장 보궐선거에서 정책팀장을 맡았다고 진술했다. 박 시장은 보궐선거 당선 이후 강 보좌관을 공약 추진 담당 정책비서로 뒀다.
"성장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마침 별정직 공무원 채용기회가 있었고, 이 기회를 활용해 (강 보좌관을) 채용했다. 채용 이후 그에게 공약 추진을 맡겼다"고 박 시장은 진술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나이와 직급차가 있어 자주 만날 상황은 아니었다", "시청 내부 움직임을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 "공약추진 업무 외엔 기대하는 것도 없고 관심 기울일 일 없었다" 등의 진술로 강 보좌관과 거리를 두려했다.
강 보좌관 스스로도 6월 23일 오후 열렸던 피고인 신문에서 "내부자료 혹은 대외비공개자료 같은 민감한 자료는 요청한 적 없다. 시청 쪽에서 민감한 자료를 먼저 주는 경우가 있는 등 여러 경우가 혼재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법 위반 거리낌 없었던 강 보좌관
하지만 재판부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전경호 부장판사)는 강 비서관이 공식 선거공보물 제작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적시했다. 재판부 판결을 아래 인용한다.
"강 비서관은 천안시장 비서로 근무하던 공무원으로서 선거 법령을 준수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엄중한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자신이 직무상 소지하고 있거나 위와 같은 지위로 접근이 용이한 박 시장의 공약·업적 관련 기초자료들을 수집해 선거캠프 관계자 전 모 씨 등에게 이를 전달, 정리하게 했다. 또 공무원 지위에 있는 기간제 공무원 김 모씨로 하여금 박 시장 선거홍보용 카드뉴스를 제작하도록 지시한 후 이를 검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해서 이 사건 홍보물·공보물 작성에 이르기까지 범행 전 반에 걸쳐 깊이 관여했다."
재판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법 위반에 대해 별다른 거리낌 없는 태도를 보였고, 적지 않은 다른 공무원들을 연루되게 했다”고 판시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번 사건 주범을 강 비서관으로 보았던 셈이다.
재판부 판단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강 비서관은 6.1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당선된 이후 6급 상당 비서팀장에서 5급 상당의 정무보좌관으로 재임용됐다. 사실상 ‘영전’이었고,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만한 인사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인사가 "이 사건 각 범행에 따른 대가로 봄이 상당하다"며 "이를 좌시할 경우 공직사회의 이른바 ‘줄대기’ 관행과 그에 따른 각종 위법이 난무해질 우려가 크므로 결코 용인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 보좌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아래와 같이 이유를 분명히 밝혀 두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온정주의에 따른 선처를 베푼다면, 자칫 관권선거나 공무원 선거개입을 사실상 조장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그 결과 헌법이 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아닌 재선에 나서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 유력 후보자의 봉사자로 전락해 그로 인한 피해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강 보좌관이 공소 사실 전반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과 초범인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로 형량을 낮췄다.
적어도 사법적 기준에서 박 시장은 증거불충분으로 처벌을 피해갔다. 하지만 강 비서관을 지근거리에 둔 궁극적 책임이 박 시장에게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박 시장은 강 보좌관의 역할이 공약추진 업무로 한정돼 있다고 밝혔지만, 앞서 적었듯 강 보좌관이 시정 전반에 관여한다는 의혹이 시청 안팎에 팽배해 있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하면, 사법적 책임과 별개로 강 보좌관이 유죄를 인정받은 데 대해 박 시장은 정치적·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하지만 1심 선고 직후 박 시장은 강 보좌관의 유죄 선고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사뭇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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