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광장]서두름보다 느림의 미학이 때로는 더 낫다

기사입력 2023.08.09 06:06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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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正道의 모범 보이면 오래 함께 하지만 불신 쌓이면 결국 소외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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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홍순 논설위원.

     

    [천안신문]박상돈 천안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같이 재판받은 직원 등은 실형과 벌금 등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장 본인은 일차적으로 한 고개를 넘었다. 물론 검찰의 항소가 남아있겠으나 일단은 시정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큰일을 당할 때 조바심으로 인해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일생일대의 향배를 결정짓는 큰 재판을 앞두고 있거나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한 지병을 판정받을 때, 또 눈앞에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등 판단력이 흔들려 정상적이지 않은 결정을 한다.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에 '拔苗助長(발묘조장)이라고 있다. 순리에 맞지 않게 서둘러 성과를 얻으려 이치에 맞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 또는 서둘러 행동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공자(孔子)도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라는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의 비슷한 말을 하였고 홍수 때 말은 발버둥 치며 물길을 거슬러 헤엄치다 힘이 빠져 죽지만 소는 물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다니다가 살아남는다는 ‘우생마사’(牛生馬死)‘란 사자성어도 있으며 우리 속담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빨리 서두르면 도리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시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따라 공직자와 시민들이 많은 걱정을 했다. 최종심까지 법원의 판단을 예단할 수 없기에 당사자는 물론 시민들까지 시정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재판 중인 시장의 조바심으로 공공기관 설립 또 산업단지 관리소장 추천, 공공기관장 선임, 직원 인사에 있어 내사람 심기가 눈에 보인다는 지적이다.

     

    산업단지관리소장에 있어 관례적으로 정년 1년을 남겨두고 명예퇴직한 간부들이 대부분 갔으나 요즘은 퇴직한 지 7년이나 5년 된 사람들을 보내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말들이 많다.

     

    또 신설하는 청소년재단이나 시설공사 대표를 시장이 누구누구를 내정했느니 벌써부터 세평이 무성하다. 선거캠프에 기웃거린 사람들을 보내지 말고 정말 최적격 능력자를 보내야 한다.

     

    시장은 퇴직하더라도 지역에서 거주하며 산다. 본인은 잘한다고 했어도 퇴직 후에 약간의 손가락질을 받지만 그나마 잘못한다는 평이 많을 때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외면을 받는다.

     

    물론 자기가 챙긴 몇몇은 가신처럼 쫒아다니겠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정도(正道)의 모범을 보이면 오래도록 함께하겠지만 그나마 대부분으로부터 불신을 많이 받았을 경우 결국에는 소외당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급하다 하더라도 손자병법에 나오는 우직지계(迂直之計)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가까운 길을 곧바로 직진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박자 늦추며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 어릴 때 어른들이 자주 하신 말씀이 있다. 비는 오는데 소꼴은 베어와야 하고 지게 위 소꼴이 비에 젖어 무거운데 빗길이 미끄럽고 해는 서산에 지니 마음이 급하지만 그래도 뛰어가면 넘어지기에 내 몸도 다치고 지게도 부려지고 소꼴도 다 땅바닥에 떨어져 말짱 헛일이 되다는 교훈의 말씀을 자주 주셨다.

     

    시장 본인 1심 재판 선고가 무죄로 끝났고 검찰의 항소 여부에 따라 2심 3심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겠으나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평정심을 찾아 완급을 가리며 일을 잘 해주면 좋겠다.

     

    세상사에는 늘 인과응보(因果應報)가 따라다닌다.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르는 게 철칙이다. 내가 행한 결과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기에 정말 엄중한 마음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모쪼록 시정추진에 있어 서두르고 무리해서 낭패 보지 말고 후세에 그때 정말 일 잘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심사숙고 속에 느림의 미학도 곁들여 주길 바란다.

     

    아울러 시장은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있는 데 대한 속죄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하며 시민들로부터 시정추진을 위임받은 4년 계약직임을 늘 가슴속에 깊이 담아두어야 할 것이다. 

     

    직원들 또한 ‘공무원이 땀 흘리면 주민이 편하다’라는 말을 명심하고 향후 있을지 모를 시장의 상소 재판에 좌고우면하지 말며 맡은바 본연의 직무에 전념하여 우리 천안을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도시 반열에 올려놓아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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