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사관학교 출신 대위계급자들을 예편시켜 5급 사무관으로 특별채용하여 이들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이들은 정부 권력기관인 각 부처 및 시도단위에까지 배치해 행정을 일사불란한 군사시스템처럼 운용하는 군사정권의 부정적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내무부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은 물론 일선 시장·군수 등에까지 이들을 포진시켜 위에서 아래까지 마치 하나의 명령체계 신경망처럼 운용해 왔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자기들끼리의 모임을 결성하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은 물론 사정이나 감찰시 정보 내용을 서로 연락 공유하여 지켜주고 구제해 주는 행위도 암암리에 자행해 왔다.
다행히 문민시대에 들어와서 이들의 폐해를 인식하고 이들을 정리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역사적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세간에서는 이들을 유신사무관이나 워커(군화) 정치사무관이라 불렀다.
필자가 현직시 이들을 직접 보거나 언론에 나왔던 소식들을 접하면서 느꼈을 때 특유의 특성이 있다.
애국심, 충성도, 단결력, 추진력, 지휘력 등 행정을 함에 있어서도 전형적인 투철한 군인정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북한에 대한 태도나 목표설정에 따른 추진 이행에 있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지휘권에 대한 도전적 행위는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즉 부하나 주변인들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내가 최고라는 독선의식이 강하다.
박정희 정권하에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 출세의 지름길이 군대 장교가 되는 길이었기에 그 시대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입문하는 길이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었기에 사관학교 합격만 해도 도로에 현수막이 잔뜩 걸려 있었다.
이렇게 충성 정신으로 완전무장이 된 장교들을 국가나 지방정부의 행정관료로 임용하였으니 그들이 어떻게 행동했을까는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아래 부하직원보다는 윗선인 상사의 마음에 쏙 들도록 분골쇄신했기에 이들의 평가가 아주 긍정적이었다는 말이 팽배했었다. 다만 공심(公心)보다는 사심(私心) 쪽으로 흘러갔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판을 많이 받는 집단으로 매도되었다.
이러한 유신사무관 제도가 우리 천안에도 예외일 수 없었다. 유신사무관 출신 부시장들이 여러 번 내려왔다. 공군사관학교 조종사 출신 민모 부시장이 왔으나 일보다는 자기 고향 군수 출마를 위해 엉뚱한 일을 벌이다 고발도 당하곤 했으나 결국 군수로 당선되어 토착비리로 수사를 받다가 영어의 몸이 되었다.
이어서 육사 29기 권 모 부시장이 와서 4년여 최장기로 재직하다 퇴임하기도 했다. 상당히 권위적이라 직원들이 많이 싫어했다. 정부 각 부처에 유신사무관 출신들과 교류를 잘해 감사 지적 사정 적발 등 시가 어려울 때 여러모로 해결사 노릇도 잘했다.
다음으로 육사 32기 이 모 부시장이 와서는 불법 노점정비, 외자 유치 등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며 따뜻한 인성행정으로 직원들의 존경을 받다가 명예퇴직했다.
천안시 행정 총책임자인 시장에 있어 민선 4명 중 2명이 유신사무관 워커 출신이다. 육군사관학교 30기인 민선 6대 구 모 시장이 당선되어 6년여 시장을 하다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중도 사퇴했다.
이어서 박 모 시장은 육사 28기 출신으로 구시장 낙마 후 보궐로 들어와 지금까지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이번 주말 12번째 법정 출석과 함께 검찰 구형을 앞두고 있다.
물론 육사 출신 유신사무관이라 해서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창 인격 형성이 완성되어 가는 20대 초에 이들에 대한 주입식 교육과 상명하복 군인정신이 어떻게 머릿속에 자리잡혀 있는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꿩 잡는게 매”라고 일만 잘하면 된다. 유신사무관 출신이 수장으로 있는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군사행정력이란 의심을 받지 않도록 더 열심히 일해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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