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이 되면 공직자들은 또 다른 고민에 휩싸인다. 모시는 자치단체장에게 세배를 가야 하나 마냐를 두고 고민을 한다.
가지 않으면 찍히고 가자니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지내기도 짧은 데 오고 가고 세배하고 술 한잔하고 시간을 한참 뺏기게 된다.
과장급 이상은 거의 다 가고 일부 팀장급이나 배짱이 두둑한 하위직 직원들도 상당수 세배하러 간다.
이렇게 많은 직원이 한꺼번에 모이게 되니 설날 다음날 일정 시간대를 세배 시간으로 정하여 비공식적으로 공지하고 준비를 한다.
그렇다 보니 다과 준비하고 술상 차리며 설거지하는 여직원들도 있어야 하기에 뒷말이 많이 나온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나면 직원 간에도 누가 세배 가고 안 가고 또 누가 설거지 했느니 등 말들이 많다.
세배(歲拜)는 새해를 맞아 손아랫사람이 손윗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미풍양속으로 의미는 참 좋다. 그러나 순수한 뜻이 변질할 때 상당한 부작용으로 다가온다.
세배하러 다녀온 직원과 안 간 직원과의 위화감이나 답례로 주는 세뱃돈의 부담감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공금을 사용할 수 없기에 상당액이 사비 아닌 사비로 지출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이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직원 수백 명이 세 배 차 들락거려 그 동 아파트 전체가 시끄럽기에 인근 주민들 원성도 야기된다.
다행히 코로나19 이후 최근 집단적인 세배가 중단되었지만, 올부터는 재개될 것으로 보여 이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의 확실한 근절대책으로는 자치단체장이 소속직원들에 대해 자택으로 세배를 일체 오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는 것이다.
혹여 서운할 경우 설 연휴 끝나고 출근하는 날 사무실로 와서 서로 덕담과 인사하자고 지시를 내리면 된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자치단체장도 편하고 직원들도 맘 편하게 설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올해는 공직자들이 세배차 삼삼오오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이런 추태를 더는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직자들도 눈도장 찍기 세배보다 참전용사나 장수어르신 등 지역 원로분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이번 설 명절 맞이 세배에 전국의 여러 자치단체장이 소속직원들에게 자택 금족령을 내렸다는 미담이 전국적으로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주민들께서도 이번 설빔은 전통시장을 많이 애용하고 설 연휴 온전히 쉬지 못하고 비상근무에 전념하는 공직자들에게도 성원의 박수를 보내주시기를 부탁한다.
모쪼록 설 연휴 안전운행은 물론 가족 함께 즐거운 명절 지내시고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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