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환동 / 전 극동대 교수, 자유기고가.
[천안신문] 사석(私席)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A모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법정 다툼 끝에 공무원 신분을 회복했다.
그는 다시 공무원이 되어 교육부 산하 기관인 중앙교육연수원에 복직하게 되었다.
중앙교육연수원은 교육정책이 학교 등 현장에 안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시·도 교육연수원, 대학과 협력해 교육분야 공무원들의 역량 개발과 전문성 강화를 돕는 기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대검찰청 기획단장인 B모 검사가 법무연수원으로 발령이 났다. 정부와 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한 것이 그가 연수원으로 가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바로 사표를 내고 검사를 그만 두었다.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C모 경찰청장이 돌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전보되었다. 그는 조기퇴직을 신청했으나 퇴직 불가 통보를 받았다.
수 백명의 중국 교민들이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인재개발원 그리고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에 수용되었다.
'연수'는 '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는다'라는 의미의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연수'는 '공부'를 좀 고급스럽게 표현한 말이다.
하여튼 '연수원'이나 '교육원' 그리고 '인재개발원' 이라 불리는 각종의 정부 교육기관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질 향상을 위해 직무교육이나 교양교육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런 기관을 한직(閑職)으로 보거나, 있으나 마나한 곳 쯤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좌천성 인사나 보복성 인사를 행할 때, 이러한 연수원으로 발령을 냈으니 말이다. 또는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을 쉬게 만드는 장소로도 이런 곳이 활용되었다. 그러니 전염병 의심 환자들을 연수원에 수용하는 것 쯤이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수원에 의심 환자들을 연수원에 대거 수용했다는 선진국의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 왕왕(往往), 연수는 업무를 떠나 머리를 식힌다든지, 회식을 하고, 오락을 하며, 웃고 노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이렇게 연수를 하찮게 생각하는 현상은 교육생들이나 정부 책임자들이나 마찬가지인듯 하다.
이러니 연수원에 발령이라도 나면 좌천되었느니, 한직(閑職)으로 밀려 났느니 하면서, 화를 벌컥 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굴욕을 참고 근무하거나, 또는 참지 못하고 사표를 내 던지는 것은 아닐까.
연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의 교육기관인데, 축구장 크기의 55배나 되는 국회 고성 의정연수원은 또 무엇인가. 지금 나라 부채가 1,800조 원에 육박한다는데, 수 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벌써 지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진작부터 인천 강화에 국회의원연수원이 있는데 왜 또 지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연수원이 아예 없거나 소규모이다. 2002년 월드컵 축구를 위하여 수 천억원 혈세를 들여 전국에 만들어 놓은 대규모 축구장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 모두 개점 휴업 상태가 아니던가? 공무원의 연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Dead Space, 죽은 공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