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학생이 바라본 한국문화㉓ - 키르기스스탄 ‘카드르바에바 엘리자’

기사입력 2018.07.02 16:17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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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잘 지키는 한국인들의 생활 모습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천안신문] 천안신문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 중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자 선문대 한국어교육원(원장 하채수)의 협조를 얻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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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유학 온 ‘카드르바에바 엘리자’라고 한다.

    내가 1년 전 전북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후 어느새 1년이 지났다. 나에게는 한국생활이 정말 재미있었고,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또 많은 경험을 해 봤다. 또 방학 때 아르바이트도 해 봤기 때문에 한국문화를 더 많이 알게 됐다.

    내가 한국에 왔던 첫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친구들과 같이 와서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가 본 적이 없어서 한국은 나의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어딜 가든 항상 부모님이 옆에 계셨다. 나는 한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한국인의 정을 느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 전주까지 스스로 가야 했는데, 어떻게 갈지 몰랐고 한국말도 잘 못했다. 그때 어떤 착한 아저씨가 우리가 외국인 줄 알고 버스표를 사 주시고 버스까지 데려다 주셨다. 낯선 아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셨는데, 자세한 설명도 해 주시는 등 따뜻한 마음이 감동적이어서 우리는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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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한국인의 정이라고 하면 ‘보살핌’ 이 생각난다.

    사실 어떤 사람이 내게 과자나 주스를 사 주면 “나도 돈이 있는데, 왜 사 주는 거지?” 라고 하면서 싫어했는데, 이제는 한국인의 정 덕분에 내가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어! 외국인이야, 힘들겠구나”라고 하면서 과자나 주스를 사 준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어느 나라 사람? 유학생? 힘들지 않아? 음식은 어때?”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두 시간 정도 이야기했는데 그 사람이 군대 가는 날이라서 우리한테 맛있는 케이크를 사 주고 “힘내세요!”라고 하면서 가버렸다. 우리는 감사했고 한편으론 아쉬웠다.

    어느 날 내가 야간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는데, 손님으로 온 어떤 아저씨가 내가 외국인 줄 알고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는 자기의 딸을 너무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나에게 “혼자 한국에서 공부하고 밤새도록 알바도 하는데 힘들지 않아? 아이구~ 내 딸도 너처럼 힘든가 봐”라고 말씀하셨다.

    아저씨는 딸이 자기 때문에 알바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힘들 때 옆에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면서 눈물까지 흘리셨다. 나중에 웬일인지 나에게 2만 원을 내미셨다. 내가 안 받겠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그냥 받아! 내가 돈 주는 거 아니고 널 보고 딸이 생각나서... 멀리 있는 딸을 도와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파”라고 하시면서 계속 돈을 내미셨다.

    그런데 아저씨의 마음이 슬퍼 보이고, 불안해 보여서 나는 그냥 아저씨의 마음을 받기로 했다.  그때는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아저씨의 얼굴은 냉정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따뜻해 보이셨다. 그 당시에 나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정이 많고 자상한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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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낯선 곳에 가면 음식이 입에 맞을까, 안 맞을까? 걱정한다. 사실 나도 좀 그랬다.

    한식을 생각하면 매운 것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우리 기숙사 식당의 음식은 거의 다 맵기도 하고 맛이 이상하기도 하다. 매운 김치, 매운 밥에다가 국도 매웠다. 나는 달콤한 음식을 잘 먹는 편인데, 매운 것은 전혀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프면 편의점에 가서 라면이나 김밥을 사 먹는 날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뭐를 먹어도 빵이랑 같이 먹는데 한국에서 별로 먹지 못해서 고향 음식이 정말 그리웠다.

    그래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식당은 바로 ‘김밥나라’였다. 배고플 때마다 김밥나라에 가서 참치 김밥을 자주 먹었다. 그런데 식당 주인께서 내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걸 알고 “한국에서는 특히 김치를 자주 먹는다. 한번 먹어 봐”라고 하시면서 김치 반찬이랑 같이 많이 주셨다.

    왠지 나에겐 그 아저씨가 건네주신 김치가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한국 김치 맛에 익숙해지면서 뭐를 먹어도 김치가 있어야 밥을 먹게 되었다.
     
    한국 식당의 특징은 다른 나라에 비해 반찬을 많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반찬을 무료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고 싶으면 또 시켜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양념치킨이다. 한국에서 소고기가 너무 비싸서 친구들과 치킨을 먹으러 가곤 했다. 양념치킨도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맛있다.

    한국은 날씨가 겨울에 정말 춥고 여름에 아주 더운 나라인 것 같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추운 겨울이었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나는 상의로 따뜻한 옷을 입고, 하의로 바지 두 벌을 입었는데도 추웠다.

    그런데 어떤 한국 학생이 반바지에다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와우~ 대단하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편하게 신는 운동화랑 슬리퍼를 좋아하게 되었다.

    뭐를 입어도, 어딜 가도, 학교에 다녀도 편안한 운동화랑 슬리퍼를 신은 그런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나도 이제 이렇게 편안한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히히~~ 이런 식으로 나는 한국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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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국 여자들에게 화장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국인들과 같이 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편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화장품 없이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내가 1년 이상 살면서 화장하지 않은 한국인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아이부터 할머니들까지 화장한 얼굴, 단정한 옷차림, 날씬하고 건강한 외모, 젊어 보이는 할머니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한국 사람들은 학교, 시장, 회사, 편의점 가는 5분 정도의 시간 등 잠깐이라도 밖에 나갈 때 꼭 화장을 하고 나간다는 사실도 여기에 와서 알았다.

    한국 화장품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짙은 화장을 하는 반면에 한국인들은 자연스러운 화장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나도 이제 “어~ 너 한국사람 같아” 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여러 동아리에 가 보았다. 동아리에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친구들도 있었다.

    그 동아리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윗사람이나 선배들을 존경하고 후배들을 보살피는 한국문화를 알게 되었다.  우리 동아리 팀에서 내가 막내였기 때문에 선배들이 나를 잘 보살펴 주었고 맛있는 것도 사 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밥을 먹었는데 선배들이 술을 마시고 싶어도 내가 돼지고기를 안 먹기 때문에 삼겹살집으로 가지 못하고 치킨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이런 선배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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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모르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벤트 중에는 4월 14일 ‘블랙데이’랑 11월 11일 ‘빼빼로데’가 있다. 화이트데이날 남자한테 선물을 못 받은 여성들은 4월 14일에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모여서 자장면을 먹었다.

    맛이 이상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먹는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 11월 11일에는 돈이 하나도 없었는데 친구한테 돈을 빌려서 할인을 받고 21,000원에 빼빼로 한 박스를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로 줬다.

    내가 초콜릿 과자 같은 단 것을 좋아해서 나도 선물로 받고 많이 먹었다. 그날 내가 진짜 많이 먹어서 행복했다. 요즘도 손꼽아서 빼빼로데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 두 이벤트 때 친구들과 재미있게 보내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한국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이 뭐냐면 바로 ‘고객 서비스’이다.

    한국에 있는 고객 서비스는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딜 가든 뭘 하든 직원들은 고객한테 항상 미소를 지으면서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친절하게 인사하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에 나는 좀 창피해서 무뚝뚝하게 말을 안 했는데, 지금은 고개를 숨겨서 인사까지 하는 여유가 생겼다. 요즘도 가끔씩 어떤 사람한테 전화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할 때가 있다.

    특히 화장품 가게나 은행에 갈 때 내가 외국인인 줄 알고 직원들이 천천히 말해 주고, 내가 못 알아들어서 짜증날 것 같은데도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설명해 주는 서비스가 감동적이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주고받을 때 두 손으로 주고받는 한국문화는 이제 나에게도 익숙해져 습관까지 됐다. 내가 한국에서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고 또 배울 것이다.

    예를 들면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 수업 시간에 늦지 않는 것, 어떤 일을 맡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 특히 책에 대한 사랑, 한국인들은 어딜 가든 항상 커피랑 책을 들고 가는 것 등이다.

    그리고 학교 도서관뿐만 아니라 서점, 커피숍이나 편의점에서도 공부하는 사람들, 부모들도 자기 아이랑 같이 공부할 시간을 가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공부할 때 열심히 공부하고, 즐길 때 재미있게 즐기고, 시간을 잘 지키는 한국인들의 생활 모습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말하면 말할수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위에서 말했던 이야기들은 나에게 처음 있었던 일들이었고 내 인생에서 큰 경험이 되었다. 한국에서 스스로 생활해 보고 많은 경험을 쌓고 인생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한국 그리고 한국인 덕분이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속담처럼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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