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로 교장 인터뷰]삶의 교육, 상생교육 강조하는 이정로 전 홍동중 교장

기사입력 2012.05.14 18:29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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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교육, 상생교육,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과 희망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는 이정로 전 교장.


    제1기 교장공모제 출신 이정로 전 홍동중학교 교장


    삶의 교육, 상생교육,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과 희망 제시!


    입시위주 지식기반교육 탈피, 상생하는 삶, 학생사고 넓히는 역량기반교육 실현해야


    지난해 9월16일 전국의 자율학교를 대상으로 교직 경력 15년 이상의 교사가 교장에 공모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교장 공모제는 2007년 제1기 교장공모 실시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시범 운영을 거치며 확대되기 시작했다. 교장 공모제 실시 이후 홍성의 홍동중학교, 양평의 조현초등학교가 새로운 학교 만들기(혁신학교)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았다.


    전교생이 150여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인 홍동중학교는 혁신학교 모델로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교 중 하나가 됐다. 제1기 교장공모제를 통해 2007년 9월1일 이정로 전 교장(61)이 부임하면서부터 큰 변화가 시작됐다. 교육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상생의 교육으로 정의하고 학교 시스템을 뜯어고쳐 모든 것을 교사와 학생 중심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8월31일 정년퇴임 할 때까지 4년 간 이정로 전 교장은 홍동중학교를 혁신학교의 새 모델로 바꿔놓게 된다.


    5월15일 스승의 날에 즈음해 의미있는 교육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공교육의 새 희망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정로 전 교장을 만나 그간의 교육적 성과와 퇴임 후 소회를 들어봤다.


    교사의 꿈 이룬 후 보이기 시작한 학교교육


    홍성 출신인 이정로 전 교장은 홍북초와 홍성중, 홍성고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에 진학해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으로 신문기자나 교사를 꿈꿨다는 이 전 교장은 “수업시간 눈이 마주치면 질문을 하고 머뭇머뭇 대답을 해도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은사님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며 “중학교에 가서도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생각나는 분은 수업을 잘 하시는 선생님이 아니라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시는 그 은사님이셨다”고 말했다. 또 “고등학교 진학 후 담임선생님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하는 일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며 “이러한 것들이 대학 졸업 후 교직을 선택해야겠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의 꿈을 이룬 이 전 교장은 강릉명륜고와 상주모서중, 천안상업고등학교를 거쳐 1983년 천안복자여고로 근무지를 옮긴 후 교육혁신에 대한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복자여고는 대학입시 준비를 위해 주별고사, 보충학습, 야간자율 학습 등으로 학생들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며 “학교는 반복적인 문제 풀이와 시험을 통해 성적이 향상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학생들에게는 학(學)만 있고 습(習)이 없는 지식주입 교육만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식기반교육, 공교육 파괴 주범


    이때부터 이 전 교장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토론 등을 통해 학교 교육 개선방안을 만들어 나갔다.


    그는 학교 측에 교육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주별고사를 정기고사로 전환하고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완화해 운영하도록 유도했다. 급기야 1992년부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던 보충수업을 없애고 자율학습 체제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해 학생들이 듣고 이해하는 수업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설명하고 질문하는 수업인 소집단 토의학습을 시작했다. 수업도입 초기 선배교사와 학교관리자의 불편한 인식 속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소집단 토의학습의 효과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워내며 복자여고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 전 교장은 “현재 대한민국 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지식기반 교육이 공교육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희망을 찾는 연구지원 공동체 창립


    이 전 교장은 복자여고 재직 당시 다양한 학급활동을 통해 역량기반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학급문고 만들기, 시설 봉사활동, 방학 중 캠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은 긍정적인 효과로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복자여고 학생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그 학생들 중 우리 반 학생들이 두드러지자 학교에서 이정로 반 학급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자 이 전 교장의 학급활동은 1997년 말 복자여고 학교프로그램으로 확대되며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학급활동으로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를 감지한 학교 측은 학교프로그램으로 일반화해 복자여고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강화했다. 테마수학여행을 비롯해 환경캠프, 집단상담, 모의법정, 모의국회, 국토순례, 장애체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학교에서 시작됐다.


    학교 단위 교육과정을 통해 교육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 전 교장은 2000년 10월 초·중·고 교사와 대학교수, 시민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사)충남교육연구소를 창립했다. 학교의 교육철학, 교육과정, 교수학습, 조직문화 등을 연구하는 학습 공동체가 탄생한 것이다. 이 전 교장은 자신의 교육철학이기도 한 ‘삶의 교육, 상생의 교육’을 슬로건으로 결정하고 회원들과 함께 학교 개혁의 꿈을 쌓아갔다.


    이 전 교장은 학교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교를 이끄는 교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사는 학생을 바꿀 수 있고 교장은 교사를 바꾸고 학교 전체를 바꿀 수 있다”며 “이 같은 점을 주목해 교장 공모제를 통한 학교 혁신의 모델을 찾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구 끝에 이 전 교장은 교육혁신위원회에 교장 공모제를 제안하고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면서 홍동중학교를 제1차 내부형 교장 공모제 시행 학교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교장 공모를 통해 2007년 9월 홍동중학교 공모 교장으로 부임, 학교 혁신의 열매를 맺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교사와 학생 중심의 혁신학교


    홍동중학교에 부임한 이정로 교장은 (사)충남교육연구소 창립 후 만 6년간의 성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특성화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 혁신을 이뤄냈다.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에 맞춰 진로교육(1학년 진로와 직업)과 생태교육(2학년 생태와 인간), 인성교육(3학년 삶과 생활), 문화예술체육교육(방과후학교)를 실시했고, 지식기반교육에 역량기반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독서토론, 실험실습, 토의토론, 체험노작활동을 강화했다.


    또 이런 교육과정운영을 위해 교사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적 의미가 미약한 전시성 행사와 업무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더불어 교사의 교육활동 중 장애요인을 찾아 연수와 전문가 초빙 등의 지원을 하고, 교사가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 활동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학부모와 지역사회 연계활동 강화를 위해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운영 내용을 학부모와 공유하고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냈으며, 학교를 지역사회에 개방해 호혜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이 전 교장은 “특히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체험학습은 학교 밖의 지역사회가 교실이 된다”며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학교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또 “학력신장에 집중해야 된다는 주위 우려를 씻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학생에게 다양한 경험을 통한 긍정적 효과와 함께 학력도 자연스럽게 성장했다”며 “이러한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자 수도권과 타 지방에서 전학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충남교육발전 위한 학교혁신, 비합리적 제도개선 제안


    혁신학교의 열매를 성공적으로 거둔 이정로 전 교장은 2011년 8월31일 홍동중학교에서 퇴임했다. 이후 이 전 교장은 후배교사를 위한 강연과 혁신학교 설립을 위한 연수 등을 통해 자신의 교육철학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아직도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는 학교 혁신과 교육과정 개선을 통해 충남교육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전 교장은 “현재 교육의 문제점은 입시를 목표로 한 지식기반교육”이라며 “학생의 다양한 사고를 일깨울 수 있는 역량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며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은 연구학교 유치와 경시대회 입상 등 승진점수 경쟁에 매달려 있다”며 “승진과 성과에 매달려 있는 교사들에게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충남 교육 발전을 위해 삶의 교육과 상생의 교육을 제시했다.


    이 전 교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낙오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해하고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삶의 기반을 둔 교육을 통해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충남 교육은 철학이 없이 겉돌고 있고 충남교육을 이끌어가야 할 교육단체장들은 전시성 행정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교육의 핵심인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위해 학교를 혁신하고 비합리적인 제도를 고쳐나가야 충남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이 전 교장은 후배교사들에게 학생을 위한 진정한 교사가 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못난 교사는 가르치려들고 잘난 교사는 강의하려하고 훌륭한 교사는 가슴에 불을 지른다”며 “사랑과 열정, 전문성을 키워 교육이 즐겁고 보람되도록 학생들에게 감동을 심어주는 교사가 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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