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천안지역의 설화를 찾아 ② - 불당동

기사입력 2016.05.23 09:56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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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신문] 천안신문은 오랜세월 천안지역에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설화와 전설, 문화재, 인물, 민속과 민담, 마을유래 등 옛 조상들의 생활상이 녹아있는 각 지역별 고담을 연재해 선조들의 일상적인 문화와 삶을 엿볼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됐다.

    이번 연재는 천안시 서북구문화원에서 장기간 인력을 투입해 각 마을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상세한 조사를 통해 발간한 ‘천안의 구비설화’의 저자 최상은, 김현주의 협조를 얻어 지역의 설화를 연재하게 됐다. <편집자주>  
     
    불당동
    불당동은 천안시 서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동쪽으로는 쌍용동에, 서쪽으로는 아산시 탕정면에, 남쪽으로는 아산시 배방면에, 북쪽으로는 백석동에 접해 있다. 서쪽은 탕정면에 연해 있는 산지이고, 동북쪽은 봉서산이 자리잡고 있고 대부분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이다. 남북으로는 번영로가, 동서로는 불당대로 마을을 관통하고 있다.

    천안시청이 있어서 천안 행정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서쪽 사면으로는 경부고속철도가 지나는데 마을 남쪽 끝자락에 천안아산역이 자리잡고 있어서 신흥교통요지이다. 천안아산역 주변에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펜타포트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상가에는 이마트·CGV가 입점해 있고 인근에 갤러리아백화점이 위치하고 있어서 유동인구가 매우 많다. 그리고 천안시청 맞은편에는 1만 세대에 가까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현재 건설 중에 있다.  

    옛날에는 지형이 풀무와 같이 생겼다 해서 풀무골, 또는 불무골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인근의 서당골과 병합, 불당리가 되었다가 불당동으로 개칭되었다. 예전에 불당(佛堂)이 있어서 불당동이라 했다는 얘기도 있다. 불당동은 원래 산지가 많았고 땅이 질어 비가 오면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할 정도로 매우 불편하고 가난한 마을이었는데 도시계획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불당동은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2개교, 고등학교 1개교 등 많은 학교가 위치해 있고, 불당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학원가가 발달해 있어서 아파트 매매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교육열이 매우 높은 마을이다. 그리고 천안교육지원청, 충남북부상공회의소 등이 위치해 있다.

    불당동 설화 ①
    고생 끝에 부자 된 불당동
    불당아이파크 경로당, 2015.6.26 / 박노겸(여, 87)
     
    1박노겸.jpg
     
    정원식 할아버지의 지명 유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박노겸 할머니가 옛날 어렵게 살던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 불당동은 (조사자: 네.) 나 어려서 불당동으로 시집을 간다고 하니께 (조사자: 네.) 시집을 가머는 그네를 하나 사서 이고 가야 시집을 간디야. (조사자: 그네요?) 베를 훑는. (조사자: 아~.) 불당동은 다 이렇게 벼를 훑었어. (조사자: 아~.) 벼를 터륵이라고 (조사자: 네.) 그래서 그 그네가 있어 그거를 이렇게 (조사자: 아~.) 벼를 넣어서 (조사자: 네.) 훅 잡아당겨서 훑어서 (조사자: 아~.) 서당골이 다 먹고 살고 (조사자: 네.) 다른 데로도 품 팔러 댕기고 그런 동네야. (조사자: 아~.)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해 가지고 이 서당골이 참 잘 살아. (조사자: 아 그 옛날부터 그걸로.)
     
    그러니까 다 뭐든지 열심히 해 가지고. (조사자: 그러면 시집 오셔서 할머님도 그 일을 계속? 아~, 어떤 일을?) 지금 이렇게 안 했지? 그걸 계속 그네, 그거 이고 다른 동네로 품 팔러 댕기고. (조사자: 아~.) 그래서 부지런하게 살기 때문에 이렇게 부자가 됐어. (조사자: 아~ 아, 베를 이렇게 해 가지구.) 베를 이렇게 인제 해놓잖아? (조사자: 네.) 이렇게 한 주먹씩 쥐어서 그네에 이렇게 넣어서 쫙 훑어 쫙 훑어 (조사자: 아, 저희 지금 티비에서 보면은 막 이렇게 베 짠다고 하는 그런?) 그건 짜는 거고 벼는 이렇게 훑으는 거 나락, 쌀. (조사자: 아~, 곡식.) (청중들이 각자 여러 가지 일을 얘기해서 알아 들을 수 없음)

    다 해서 먹고 이렇게 하고 살았어. 이 동네가 애초부터 그렇게 살았어. 그렇게 다 부자가 돼서 잘 살어. (조사자: 벼를 훑어서 이제 나온 거를 이제 이고 가서 팔고~.) 아니 이제 쪄서 쌀로. (조사자: 아~, 쌀이나 먹을 거로 해서~.) 네. (조사자: 아~.) (청중: 베가 아니라 벼.)  (잘 안 들림) 우리 여기와서 보리방아도 찧었지 뭐. 아침에 세 번씩 찧어 널고 점심 해 먹었지. 그래갖고 까벌러서 널어서 또 넌 거 가지고 또 점심 먹고 찧어 널고 저녁에 까불러가지고 그놈 저기다 베껴가지고는 그놈 보리쌀 다 했지. 옛날엔 그렇게 했지.) 지금은 아주 그냥 참 태평하게 편하게 잘 살어, 잘 먹고. (조사자: 맞아요. 아우 그러면은 예전에는 되게 바쁘셨겠어요.) 그라고 우리 꺼 또 다하고 남의 일도 하고, 돕고~. (청중: 얘네 보리방아 찧는 거 몰라.) (청중: 모르지 그럼 어떻게 알어. 세 번 찧어야 먹어, 세 번.) (조사자: 아~, 보리는 아~.) (청중: 찧어서 널었다 까부러, 껍데기 내불고 또~.) (조사자: 아~.) (청중: 또 찧어야지. 또 찧어서 넣어. 넣었다가 까불라 가지고 또 물 붓고 또 베끼야~, 그때는~.) (조사자: 아~.) (여러 명이 함께 이것저것 얘기해서 혼잡스러움) 옛날부터 고생 끝에 낙이가 있다는 말이 (조사자: 네.) (소란스러움) 지금 편하게 사는 거여.

    (조사자: 절구를, 할머니 댁에 있었어요? 그 돌로 된 절구. 저는 그걸로 곡식을 빻는데 저도 한 번도 못 보고 메주 쓸 때 그 때만 이렇게, 메주 쑤면 옆에서 주워 먹고. 이거 기억만 나거든요.) 우린 구십이 다 됐지만 고생 참 많이 했어. (청중: 찧어 가지고 밥해 먹었는데 뭘.) 지금 사람들은 고생이라고 하나도 할 게 없어. 지금 그 때 그만한 고생을 했응께. 지금은 만사가 태평하고 잘 먹고 잘 살아요.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말이. (조사자: 네.) 옛날에 할머니들이 하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어. (또 고생했던 얘기 이것저것 섞임)
    (청중: 학생분들 한 가지. 여기 할머니 분들이 불당 여기서 온갖 채소나 과일을 재배할 거 아니오? 토마토라든지 뭐 나올 거 아니오? 배추나 김치나 이런 거. 만들면은 여기서 이고 지고 천안 저기 중앙시장까지 팔러 다니셨다 이 말이요.) (조사자: 아~.) (웃음) (조사자: 엄청 멀잖아요.) (청중: 여기서 가지고 생산된 물건 가지고 중앙시장까지 이고 지고 그래가 걸어가서 팔고. 이 얘기 들으면 기가 막히지.) (조사자: 그때는 중앙시장이 그나마 큰 시장이어서.) 고생 끝에 낙이라는 것이 참 옛날 할머니 말이 딱 맞아. (조사자: 어르신들이 부지런히 일 하셔 가지고 불당동이 요새 부자가 됐네요.) 네. (웃음) 아우 밤낮없이 일을 했죠. 거기는 나락을 다 졌잖아요? 그걸 산더미같이 져서 다 여자들이 그 저기 호태, 그걸 이렇게 놓구선 그걸 다 수십 가마를 훑었어요. (청중: 호태로 다 훑었잖어.) 지금 사람은 그렇게 하면 안 살아. 지금 사람은 그렇게 하면 안 살아. 밥은 못 먹고, 뭐라 하면 안 살지. 우리는 부모가 맺어준 거니깐 (조사자: 아~.) 살면 살아야지. (또 다른 얘기들과 섞임)

    (청중: 어디가 더운 물이 어딨어? 어는데, 가서 빨래를 했지.) (조사자: 계곡, 그런 데서 빨래를?) 냇가. (조사자: 아~. 냇가.) (청중:  냇가도 얼어붙어서 동태기로 깨요. 끄구서 빨래를 했지. (조사자: 차가운 물에요?) (청중: 그럼, 차가운 물로 했지.) (손을 가리키며) 이게 터져가지고 피가 절절절절 나지, 손에. 이게 터져가지고. 찬 물이라가지구.
    (조사자: 8남매 꺼를 다 하시고, 5남매 꺼를 다 하시고~.) (청중: 그럼 다 하지. 얼어붙어서 못 널어. 물 끓여가지고 이렇게 헹궈가지고 널어야지, 얼어붙어서. 손에서 피가 절절 나고.) (조사자: 그 돌에다가 빨래 얹어놓고 방망이질 해서~.) (청중: 그럼, 방망이질에 손으로 싹 다 빨았지. 그렇게 해서 8남매 다 키웠어, 애들도.)
     
    불당동 설화
    도깨비 이야기
    불당아이파크 경로당, 2015.6.26 / 이용남(여,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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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난 이야기가 끝나고 조사자가 호랑이 이야기나 도깨비 이야기가 없느냐고 묻자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사자: 호랑이 얘기 아는 거 없으세요?) 어? (조사자: 호랑이~. 호랑이 얘기.) 호랑이? 하하. (조사자: 도깨비나 뭐 호랑이 얘기.) (청중: 아이고, 그런 게 어딨어?) 빤짝빤작하먼 호랑일거래.(조사자: 빤짝빤작하는 것?) 날 궂을라먼 그랬어. 학교를 돌아나오는데 산이 하나 있어. (조사자: 네.) 그런데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어디 할아버진지 모르는데 하얀 두루마기에다 갓을 쓰고 아주 밤새 돌아댕긴다 말야. (청중: 도깨비~.) 그래 가지구 죽었, 죽었는가 하고 갔더니 숨만 할딱거리고 동네 사람 놀래 가지고 사람 죽었다고 그랬는데, 다 긁히고 까시덤불을 쫓쳐 댕겼어. 정말 있을 수 없는~. (청중: 도깨비~. 빗자루, 화장실 빗자루 놓잖아. 거기 피가 묻으먼 그게 똥칠해서 된 거래아.) 수수땡이 수수땡이 넘어지먼 그 수수땡이 빨갛잖아? (조사자: 예.) 그러먼 그게 무가 넘어져 갖고 피 흘려 갖고 그게 도깨비가 된다 그래. (청중: 옛날에는 전깃불이 없어서 도깨비가 많았기 때문에 저녁에는 다니는 게 안 좋다고, 심야에는 특히. 뭣에 홀렸는지 술을 잡사서 그런지 하이튼 산을 돌아 당겼다고. 하얀 두루마기에다 갓도 쓰고 그랬어.)
     
    불당동 설화
    마시면 젊어지는 샘물
    한화 꿈에그린아파트 경로당, 2015. 6. 30 / 이선화(여,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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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조사자가 예시로 들었던‘젊어지는 샘물’과 동화구연에서 배운 이야기 내용의 앞부분이 조금 다르다면서 구연을 시작하였다.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 톤의 변화를 주고 몸동작을 섞어 가면서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였다.

    옛날에 옛날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느 산골에 살고 계셨는데 어 하루는 이 할아버지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그래. 내려오고 그랬대. 그랬는데 하루는 그날도 할아버지가 산에 나무하러 간 거야. (조사자: 아~.) 그래서 산에 나무하러 가는데 하늘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포로로 날아오더래. (조사자: 아~.) 그 파랑새가 너무 예뻐서 (조사자: 오~.) 거기에 막 정신이 팔려서는 파랑새를 쫓아가다 보니까 어 어느 샘물, 우물가로 닿았대. (조사자: 아~.) 하도 목이 너무 말라서 그 물을 한 모금 마셨대. (조사자: 아~.) 그랬더니 잠이 사르르 와서 잠을 한숨 자고 어 일어났대. 그랬더니 한숨 자고 나니까 주위가 어두컴컴하니 어두워졌대. (조사자: 아~.) 그래서 할아버지는 마음이 급해서 막 움직여 어 그냥 뛰어서 집으로 갔다는 거야. (조사자: 아~.) 그래 가서 문을 똑똑똑 두드리니까 마누라가,
    “누구시오?” 하니까,
    “여보, 내가 왔소.”(웃음)
    “아니, 당신이 누구예요?”어, “왜 젊은 사람이 나를 찾느냐?”고. (조사자: 오~.)
    “여보, 나는 그게 아니라 어 단디 보라고. 내가 당신 남편이라고.” 그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해줬다고. 어 그래서 그 이야기를, 그 어디를 가니까, 샘물을 마시니까 다리도 가볍고 몸도 가볍고, 그래 왔대. 아 그런대 마누라가 딱 보더니, “아, 이제 보니까 이 옛날 영감 젊을 때 그 모습이 나오는구려.”

    그러면서, 그런데 그 소리를 이웃의 욕심 많은 할아버지가 들은 거야.  (조사자: 아~.) 그래서 그 할아버지가 와가지고 어, “나한테도 가르쳐달라.”고. 어, “그 우물이 어디에 있느냐?”
    고. 그래서, “나도 젊어지고 싶다.”면서 어, “그래, 그럼 나랑 같이 가자.”고. 할아버지가 그냥 같이 올라갔어.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부탁을 한 거야.

    “이 우물 많이 마시면 안 돼.” (웃음) 그런데 이 욕심 많은 할아버지는 막 마시기 시작한 거야. (조사자: 네.) 어 그랬더니 애기가 되어 버렸지. 그러니 내려오지를 못하잖아. (조사자: 아~.) 그래가지고 그 이튿날 아무리 기다려도 할아버지가 안 내려오더래. (조사자: 네.) 그래 안 내려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걱정이 됐어.

    “여보, 우리 내일 아침 일찍 한 번 산에 올라가보자.”고 그래. 가니까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는 거야. 아니 어디서 바위틈에서 “으아앙!” 애 우는 소리가 나잖아. 찾아서 가보니까 그 할아버지가 입었던 옷에 어린애가 싸여 있더래. 그래 보니까 그 할아버지더래. (조사자: 아~.) 그래서 마침 인자 자식이 없고 그래서, “여보, 우리 이 응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서 우리가 키우자.”고. 그래서 그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애, 그 사람을 데리고 와 가지고 그리 행복하게 (조사자: 오~.) 잘 살았단다. (조사자: 오~.)(웃음) (구연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한테 얘기하는 흉내를 내며 분위기를 재미있게 이끌었다.)
     
    불당동 설화
    공동묘지의 아줌마 귀신
    불당노인회관, 2015. 7. 3 / 유시영(여, 70)
     
    4유시영.jpg
     
    미리 통지를 하고 찾아갔기 때문에 불당 노인회관에는 할머니 세 분이 조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몇 분이 더 왔다. 노인회관 내부는 주방이 있는 넓은 거실이 있고 거실 안쪽으로 방이 자리잡고 있다. 조사자들이 방문 취지를 설명하고 도깨비 이야기 같은 걸 예를 들며 구연을 부탁하자 바로 구연을 시작했다.

    아! 나는 진짜 경험 한 번 있어요.(조사자: 아 많, 예. 그런 거 네.) 어 저기 (조사자: 네.) 한 40살 정도 됐을 때여. (조사자: 네.) 근데 우리가 저기 젊었을 때 무슨 농장이 있었어요, 친척집에. (조사자: 으음, 네.) 그래서 거기를 가는데 (조사자: 예.) (청중: 도깨비불이 있어?) 아니 아니! 여자가 하나 지나가더라구. 그래 옆에는 공동묘지였구. (조사자: 어이구!) 그랬는데 어째 거기를 내가 혼자 갔는지 몰라, 애기를 업구. (조사자: 허, 오~.) 하여튼 무슨 일이 있었을꺼야. 그래서 가는데 앞에 아줌마가 가는거야. (청중: 으음~.) 그래서 (이 때 새로운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심) (청중: 어서 오셔.) (조사자: 안녕하세요?) 아이고! 어서 오셔. 얼른 오셔. (웃음) 에 그래갖고 (조사자: 네.) 우와, 이런데 아줌마가 있네. 난 차암 반갑잖아. (조사자: 네.) 그래갖구, “아유, 아줌마! 같이 가요.”

    애를 업고 (조사자: 오~.) 막 나는 늦지, (조사자: 네.) 그래갖고 막 쫓아가는데 한참 지나가다 뭐 애 땜에 뭐 애가 울고 하니께 (카메라 셔터 소리) 쳐다보다가 보니께 없어진 거야. (조사자: 어이구!) 그때 당시는 그게 구신인지 뭔지 생각지도 않고 허유 아줌마 어딜 갔을까? 같이 가면 얼마나 좋~. (조사자: 으음.) 이래고선 어떻게 다 볼 일을 보고 (청중: 어째 공동묘지를 혼자 갔어?) (웃음) 몰라. 하여튼 거길 누가 살었었는가 봐. (조사자: 아유!) 그래갖고 나중에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어머 (청중: 귀신~.) 너무 무서운 거야. (조사자: 네, 얼굴은 못 보셨구요?) 앞에 가더라구, 앞에. (조사자: 뒷모습만?) 어! (조사자: 혹시 하얀~.) (조사자: 하얀 모습이었어요? 소복이었어요?) 하얀 걸 입었는지 하여튼 어, 저건 아줌마다라는 (조사자: 어.) 그것만 느낀 거야. (조사자: 어~.) (카메라 셔터 소리) 그래갖고, 아유 아줌마 같이 가지. 이런데 사람이 있으면 얼매나 재미~. (조사자: 네.) 그랬는데 다 볼일을 보고 그렇게 하고 왔는데 집에 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어유 그게, 그게 (조사자: 허, 어유!) 뭐였나 봐. (조사자: 으음~,무섭다.) 끔찍하더라구. (조사자: 네.) 나 진짜 그런 경험이 한 번 있어. (조사자: 오~.)
     
    불당동 설화
    짐승들은 먼저 해치지 않는다
    한화 꿈에그린아파트 경로당, 2015. 6. 30 / 권분순(여,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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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자: 늑대도 사람을 해치나요?) (주방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 해롭게 안 하면 안 해쳐요. (조사자: 아.) 화나게 했거나 그러면은 키를 넘어요. (조사자: 아.) 키 넘을 때는 (조사자: 네.) 이 나무에 딱 붙어 서 있으면 키를 안 넘어요. (조사자: 아~. 나무 때문에, 아~.) (조사자: 아, 요령이구나, 그게. 키를 넘으면 이제 홀리~.) 키 넘으면 홀려갖고 이제 (조사자: 넋 빠지고 아~, 무섭다.) 그걸 안 걸들면 괜찮아요. (조사자: 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자꾸 왔다갔다 하면서 화나게 하면 (조사자: 화나게 하면 이제.) 키를 넘지 계속. (조사자: 오~.) (주방에서 식기 꺼내는 소리) 참 무서웠지.

    (조사자: 참 옛날에는 정말 그런 게 많았구나. 그니까 이런, 이런 얘기도 저흰 처음 듣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조사자: 네~, 재밌어요.) 우리 친구가 새벽기도를 가다가 (조사자: 네.) 새벽기도를 가다가 (조사자: 네.) 에 막 늑대가 내려와 가지고 (조사자: 어머!) 이제 나무에 전봇대에 탁 붙어섰으니까 (조사자: 네.) 안 넘드래. (조사자: 아~.) 막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데, (조사자: 왔다갔다?) 나중엔 전봇대 옆에 딱 붙어 서 있으니까 그냥 가더래. (청중: 화장지 어딨어요?) 괴롭히지 않으면 (조사자: 화장지.) 뱀이고 뭐고 해롭게 안 하면 안 물어요. (조사자: 네~. 그렇죠.) 뱀도 마찬가지야. (조사자: 아~.) 사람이 뭐 밟거나 저거 하지 않음 안 물어, (청중 기침소리) 가만히 있으면~. (조사자: 아~.) (조사자: 그니까 동물이 먼저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 (셔터소리) (조사자: 인간이 먼저 헤쳐서~.) 가만히 있으면 안 해쳐. (사람이 해치지 않으면 동물이 먼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얘기가 한참 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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