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이 평등한 교육받을 대한민국 만들고 싶다”

기사입력 2011.12.12 17:51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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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입수능 거부한 천안고 전 학생회장 김재홍 군


    “모든 시민이 평등한 교육받을 대한민국 만들고 싶다”


    청소년단체 결집해 운동 전개, 평등교육과 청소년 인권보호 활동 계획


    전국 70만명의 입시생들이 대입을 위한 ‘전투’를 벌이던 날 김재홍(18)군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으로 향했다. 시험에 방해라도 될까봐 관공서는 출근을 늦추고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조차 금지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에 김 군은 같은 또래 18명과 함께 현행 대학입시거부와 철폐를 외쳤다.


    천안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 군은 고등학교 입학 후 현행 대학입시가 주는 문제점을 절실히 느끼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학생회의 활동이 유명무실함을 깨닫고 학생회장에 출마해 학생회 기능의 강화를 추구한 결과 학교에서는 인권학생회장으로 인정받았다.


    김 군이 보는 천안의 학교는 더 좋은 성적, 더 좋은 학교, 친구와 치열하게 경쟁해 살아남아야 되는 정글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수많은 학생들은 대학 입시만을 쫓는 부나비 같은 존재였고 학교는 이 같은 아픔을 감싸주기는커녕 입시전쟁 속으로 더욱더 내몰았다는 것. 김 군은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학생들을 줄 세우는 곳에서 또 다시 입시에 상처 받고 힘들어했다. 결국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수능을 거부하고 대학입시 철폐를 외쳤다. 18명의 고3 학생과 함께 대학입시 거부를 외친 천안고등학교 전 학생회장 김재홍 군을 만나봤다.


    - 수능거부, 대학입시 철폐를 주장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현행 수능 체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금의 수능 체제와 대학입시는 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강요하고 서로를 경쟁자로 내모는 형태다. 이 점을 가장 큰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가진 수능과 대입에 응시를 하면 스스로 현행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고 수능에 수혜를 받는 것이다. 앞으로 수능 제도를 바꿔야겠다는 목소리를 낼 때 수능을 응시한 전력은 나의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것으로 생각해 거부했다.


    두 번째 이유는 마음속 신념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수능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입시로 인해 기형적으로 발달한 대한민국 사교육에 기여 할 것이다. 나 하나이긴 하지만 입시에 뛰어든다면 다른 친구들과 경쟁 상태에 놓이게 된다. 친구들과 대학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경쟁자가 되는 것이 싫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나의 신념을 나타낸 양심적 거부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험난한 길을 걸으면서 주위에서도 많은 걱정이 있었을텐데?


    고3이 되자마자 올 해 초 나의 뜻을 부모님께 밝혔지만 부모님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지는 않았다.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앞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여러 가지 사고 과정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나의 의지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여드렸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스스로 내린 결정을 바꿀 수 없었다. 보통의 길이 아닌 비주류의 길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의 활동 모습을 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고 있다.


    학교에도 학생회장 당선 후 이 같은 신념을 가지고 청소년 단체 일을 한다는 것을 알렸다.


    학교에서는 내가 이전 학생회장과는 다른 것을 알아줬다.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타칭 인권학생회장이 됐다. 학생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여러 가지 건의를 하고 학생인권을 대변하는 활동을 했다. 학교에서는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학생회장으로 인식해줬다. 대외적으로 청소년단체 활동을 한다는 것을 접해도 놀라지 않았다.


    주위에서 전해지는 편견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잘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인터넷을 통한 비난을 할 뿐 입시거부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어떤 시선들일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두렵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청소년 인권활동하시는 분 중에 ‘너희가 입시 거부를 하고 이후에 신념처럼 더욱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이라고 조언하신 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자존심이 강해 대학을 안가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사회에 보여주고 싶다.


    - 특별히 교육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천안지역의 학생들은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학생들보다 입시 고통을 더 먼저, 더 많이 느낀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시 문제에 또래들 보다 일찍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끔 거리에서 중학교 시절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면 어느 학교로 진학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물어보기가 참 힘들다. 서로 진학한 학교를 알게 되는 순간 어색해지고 먼가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생긴다. 중학교 시절 장난치고 웃고 떠들던 친구가 한 순간 나와는 다른 곳에 속해 있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아이러니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경쟁을 유발하는 현행 입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친한 친구였던 학생들이 다른 교복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명문대학 간판을 달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마음속으로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지만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나의 활동은 대다수의 다른 학생들이 고민하던 것을 행동에 옮긴 것일 뿐이다.


    - 대학입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김 군이 생각하는 대안은?


    현재 대학입시체제를 폐지하고 모든 학교의 평준화가 목표다. 대한민국 교육에 가장 현실적이고 적절한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할 것이다.


    지식개방 사회로 진화하면서 사람들의 학습의 정도가 증가하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도 늘어나고 평생교육 차원에서 끝없이 배워가며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 지식이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그 지식을 공유할 때 진정한 평등과 민주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고등교육 부분도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야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내세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 목표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활동은?


    현재 전국에 있는 청소년 단체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직은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내는 목소리에 기성세대가 크게 귀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지금은 청소년 단체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고 새로운 줄기가 있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나로 힘을 모은다면 내년 선거에 학생단체의 입김이 정당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입시문제 개선을 위한 청사진을 청소년이 직접 제시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청소년 단체가 재정립 되거나 전국에 흩어진 청소년 단체의 통합을 통해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청소년 단체 활동의 제약은 없는가?


    청소년 단체는 입시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준비가 덜 됐다. 학생신분이라는 활동의 제약을 받아 대부분의 청소년 단체는 온라인에 익숙한 폐쇄적인 활동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과 학교의 걱정과 우려 때문에 활발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서 온라인 소통을 벗어나 청소년 단체의 구심점을 정립하고 성인단체와의 협력을 추구해야한다.


    교육계와 성인단체도 우리의 의견을 존중하고 필요로 하고 있다. 교원단체, 학부모단체와 학생단체가 결합하면 균형이 맞고 누구에게나 공감되는 진정성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인단체와의 협력과 연계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한다.


    - 앞으로의 활동방향과 각오는?


    모든 시민이 평등한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고 싶다.


    요즘 ‘너 수능 어떻게 봤니?’, ‘대학 어떻게 갈꺼야?’ 라는 질문이 줄어들어 좋다. 내년이면 교복을 벗고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성인이 된다. 그동안 학생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봤던 분들에게 나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입시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천명해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평등교육을 위해, 청소년 인권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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