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분석] 박경귀 아산시장의 '자가당착'[천안신문] 아산시의회 제240회 제2차 정례회가 지난 25일 오전 개회했다. 이번 정례회에선 2023년도 아산시 예산안 심의가 이뤄지기에 의미는 각별하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일까? 시의회 본회의는 뚜껑을 열자마자 신경전이 오갔다. 이날 5분 발언에 첫 발언자로 나선 천철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다 선거구)이 포문을 열었다. 천 의원은 박경귀 아산시장이 서울에 소유한 20억 원대 아파트를 거론한 데 이어 신정호 아트밸리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자 전남수 의원(국민의힘, 라 선거구)은 다소 거친 어조로 “그만 합시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 의원이 언성을 높이자 김희영 의장은 “5분 발언 순서”라며 중재에 나섰고, 전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날 정례회에선 박경귀 시장의 시정연설이 예고된 상태였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이었고, 연설 중엔 새해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앞서 5분 발언에서 나온 문제제기를 의식한 듯 시정연설에 앞서 자신의 입장부터 밝혔다. 박경귀 시장과 천철호 의원 사이의 신경전, 그리고 전남수 의원의 항의성 퇴장 등은 정치적 의사진행 과정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여야 정쟁으로 폄하하는 시각이 없지 않지만, 사실 정치는 원래 싸움터다. 단, 페어플레이 정신을 잃어선 안 된다. 정치란 살상용 무기가 아닌 ‘정제되고 품위 있는’ 말로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쟁’하면 얼른 부정적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우리 정치가 너무 저급한 말싸움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5분 발언 과정에서 분위기가 살짝 험악해졌지만, 재빨리 중재한 김희영 의장과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자리를 뜬 전남수 의원 모두 ‘선’을 지켜줬다. 이 점에 대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바로 그게 문제 ! 그러나 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선 한 마디 해야겠다. 박 시장은 천 의원이 “너무 많은 사실을 침소봉대, 견강부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이어 이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따라서 누구나 재산을 취득하고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됐든. (생략) 6년 전 완전히 이사 와서 서울에 살 집이 없습니다. 6년 전 (아산으로) 완전히 이사 와서 아산시민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고요, 소유를 어디에 하고 있느냐 거주를 어디에 하고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박 시장이 문제제기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1.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따라서 누구나 재산을 취득하고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됐든. => 이미 박 시장 서울 소유 20억 아파트가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직자로서 자세와 태도가 문제인데, 박 시장은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 6년 전 완전히 이사 와서 서울에 살 집이 없습니다. 6년 전 (아산으로) 완전히 이사 와서 아산시민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고요. => 박 시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배우자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L아파트 84.80㎡ 한 채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고, 이 위원회는 이를 관보에 실었다. 박 시장은 또 이 아파트를 2억 원에 전세를 줬다고 신고했다. 주택 소유주는 법에 따라 임대인에게 퇴거를 요청할 수 있다. 서울에 살 집이 없다는 말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3. 소유를 어디에 하고 있느냐 거주를 어디에 하고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 시장의 서울 소유 아파트가 문제가 되는 건, 아산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공직자가 서울에 20억 아파트를 소유하고 헐값 전세를 주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이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박 시장의 진정성이 의심 받는 것이다. 박 시장은 서울에 살 집이 없다면서 재산 소유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자가당착도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다. 박 시장은 공직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성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기자수첩] 설익은 조례 발의, 결말은 소모적 공방[천안신문] 22일 오후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 회의장은 다소 소란했다. 경제산업위는 그 시각 노종관 의원(국민의힘, 아 선거구)이 대표발의한 ‘천안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아래 개정안)을 심사하려 했다. 이 소식을 듣고 매립장이 있는 목천읍 일대 주민들이 찾아온 것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노종관 의원은 발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원안대로 통과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심의를 지켜보던 주민들의 입장은 강경했다. 경제산업위 김철환 위원장은 일단 심의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노종관 의원과 목천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 황동석 대표 등을 불러 입장을 청취했다. 이어 진통 끝에 개정안 처리를 보류시켰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으나 의견 취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대로 통과시킬 경우 주민 반발이 예상됐다”고 김철환 위원장은 털어 놓았다. 개정안을 발의한 노종관 의원이 고민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노 의원은 백석동 주민 일부가 제기한 민원 내용을 회의장에서 낭독하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목천읍 주민들은 노 의원이 백석동 일각에서 제기한 민원을 목천읍으로 기계적으로 적용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개정안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가장 심각한 건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정안 심의에서 있었던 이해 당사자간 의견 청취 역시 안을 최종 완성하기 전에 이뤄져야 했다.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건 노 의원 스스로 인정했다. 천안시 청소행정과 측과 조율이 매끄럽지 않은 모습도 노출했다. 여기에 전문위원 역시 종합적 사고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모든 과정은 개정안 통과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시의회 조례, 더 나아가 상위 입법기구인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은 우리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목천읍 일대 주민들이 회의장으로 속속 모여든 것도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상을 심각하게 흔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지금은 정보가 개방된 사회이고,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줄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례나 법령이 나왔다는 소식은 금방 퍼진다. 그리고 이런 법령을 그대로 방관할 시민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사전 공론화를 거쳐 합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순서였다. 노 의원이 낸 개정안이 반발을 산 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다. 결국 고민 없는 조례(법령) 발의가 소모적인 공방으로 귀결됨을 이번 사태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노 의원 아니라 입법 활동하는 모든 이들이 참고해야 할 사례다. 일단 경제산업위는 25일 오전 개정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노 의원에게 당부한다. 25일이란 시한에 구애 받지 않고 당장 개정안 통과로 입법 이력 한 줄 올리겠다는 사고에 사로잡히기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민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이번과 같은 소모적인 논란은 한 번으로 족하다.
-
[취재후기] 수능 긴장감 녹인 스승 응원[천안신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강추위라 하기엔 ‘약했지만’ 아침 공기는 무척 쌀쌀했다. 하지만 고사장 주변은 훈훈함이 넘쳤다. 충남교육청 60지구 제12고사장이었던 천안 불당고엔 천안북일여고 교사들이 수험생 보다 먼저 현장에 나왔다. 학교 점퍼를 차려 입고 나온 북일여고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볼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시험장에 입실하기 전, 선생님의 격려를 받고 싶어 먼저 다가온 수험생도 여럿 눈에 띠었다. 북일여고 교사들에게 인터뷰를 청했지만, 이들은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했다.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교사들은 제자들이 모두 제 자식 같다며 수능을 치르는 제자들이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주기를 염원했다. 다른 고사장도 마찬가지 풍경이 연출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탄식이 잇따르고 있다. 동시에 학생과 교사 사이에 불신이 팽배하다는 우려도 날로 높아가는 와중이다. 지난 8월엔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교단 위에 누워 수업 중인 교사를 촬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면서 다시 한 번 교권 추락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날 북일여고 교사들이 보여준 장면은 여전히 사제지간의 정은 여전히 교육 현장을 휘감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었다. 수능이 끝났지만, 이제부터 진짜 입시다. 교사와 학생 모두 긴장해야 하는 시기다. 모두 합심해서 원하는 결과 얻기를 소망한다.
-
[기자수첩] 국제 스포츠 이벤트, 적자 개최는 금물이다[천안신문] 지난 주말, 벨기에에서 기쁜 소식이 들렸다. 대전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충청남도·충청북도 등 충청권 4개 시·군이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학경기대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렸었다. 하지만 이번 충청권 4개 시·군 개최는 사상 첫 4개 지방정부가 공동 개최하는 대회다. 참으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이미 대한민국은 올림픽·월드컵·세계육상대회·아시안게임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치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 스포츠 이벤트를 치를 때마다 장밋빛 환상이 따라 나온다. 이번에 충청권 4개 시·군이 유치에 성공하자마자 곧장 2조가 넘는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앞서 적었듯 대한민국은 굵직한 대회를 치렀고, 그래서 대회 이후 예상했던 경제 효과 보다는 적자를 떠안고 있음을 경험으로 안다. 대구스타디움을 살펴보자. 이곳에선 2002한·일월드컵, 2003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 전국체육대회 등이 열린 역사적인 경기장이다. 그리고 2018년까지 대구 시민 프로축구단 대구FC가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했었다. 그러다 대구FC가 2019년부터 DGB대구은행파크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대구스타디움은 매년 50억 씩 적자를 냈다. 다른 구장이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게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올림픽·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국제축구연맹(FIFA) 등 주관 기구 배만 불릴 뿐 개최국에 오히려 적자를 떠안긴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하계세계대학경기라고 다르지 않다. 다행스러운 점은 충청권 4개 시·군이 유치전을 벌이면서 기존 체육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충청권 4개 시·군은 유치전에 나서는 시점부터 “충청권 내 기존 시설 30개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고, 벨기에 브뤼셀 최종 투표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배구·축구·수구 등 3종목 경기를 배정 받은 아산시 역시 별다른 보수 없이 기존 시설을 활용하겠다고 알렸다. 경기장이 필요하면 신축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사후 활용방안 없이 일단 새로 지어 대회를 치르고 보자는 식의 행정은 금물이다. 이런 행정은 두고두고 지역은 물론 국가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충청권 4개 시·군이 공언한대로 저비용 고효율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바란다. 지역 언론으로서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는지 주시할 것이다.
-
[기자수첩] 공인과 ‘SNS 리스크’[천안신문] 공인은 문화권이나 시대와 상관없이 말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지금 같은 시기에 조심해야 할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SNS다. 말 그대로 무심결에(?) SNS에 글을 올렸다가 큰 논란이 일고 본인 스스로 온갖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이제 흔하다. 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삭제해도 누군가는 ‘박제’해 놓았다가 공격의 소재로 삼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충남도의회 방한일 의원(국민의힘, 예산1)이 216명이 가입해 있는 ‘천안사랑’에 ‘펌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게시글을 읽어보니 팔십을 넘긴 노모를 모시는 자식이 30대부터 50대 사이 세대를 훈계하는 듯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아배(아버지)는 말한다. 5.16혁명을 국민들은 너무 반겼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배고픔을 면하게 해준게 5.16이고 박정희였다는 거 너희는 모르나?”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사실 방 의원이 퍼온 글은 우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게시글 중 하나다. 문제는 글의 내용이 사회적 상식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국민들이 5.16을 반겼다는 취지로 적었지만, 이미 5.16은 군사 쿠데타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언론조차 ‘5.16 군사 쿠데타’라고 쓰고 있으니 말이다. “자유 민주주의 추구하는 박근혜 밉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쫓아내고, 공산주의 추종하는 문재인 좋다고, ‘대깨문’ 해서 그래 지금 만족스럽냐?”는 대목은 무척 심각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인용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를 추종한다는 주장은 전광훈 목사 부류의 극우 세력에서나 유통될 뿐이다. 도의원이 사실과도 맞지 않고, 심지어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듯한 글을 온라인상에 올렸으니 구설수에 오르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이에 대해 방 의원은 게시글 내용을 다 읽지 않았고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인으로서 이 같은 해명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앞서 적었듯, 누구라도 온라인상에 올린 게시글로 곤욕을 치를 수 있고 심한 경우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될 수 있다. 더구나 도의원이 부적절한 게시글을 내용 파악도 없이 불특정 다수가 모여 있는 온라인 대화방에 올렸다면, 자질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방 의원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방 의원과 함께 도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동료 의원들 역시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잘 모르는 이들이 방 의원이 단톡방에 올린 펌글을 봤다면, 방 의원을 간단히 극우성향의 정치인이라고 단정하기 쉽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인의 위치에 있는 모든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SNS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SNS를 가벼이 여겼다간 경력과 평판 모두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
[앵커브리핑]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천안신문-천안TV] 지난달 29일 온 국민의 넋을 잃게 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온 나라는 비통에 빠졌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연일 이 사건과 관련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유족들을 비롯한 희생자 가족들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질 않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제대로 수습되기도 전부터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과 서울시장 같은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 공개적 유감표명을 하긴 했으나 이마저도 논란거리를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정부의 책임도, 현장에 있던 희생자들의 책임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잘못인 것입니다. ‘내가 불편하면 다른 사람도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 보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아니한 시민의식이 만든 인재가 바로 이태원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볼 수 있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글은 우리의 아니한 시민의식을 스스로 꼬집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156명의 희생자들이 왜 우리 곁을 떠났는지, 그들의 가족과 이별하게 할 권리가 우리 각자에게 있는지, 국가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라도 그들을 보호하고 가족에게 보냈어야 했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를 성찰해야 합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삼가, 156명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기자수첩]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천안신문] 지난달 29일, 온 국민의 넋을 잃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다. 2일 현재 무려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온 나라가 비통에 빠졌다. 텔레비전 뉴스는 연일 이 사건과 관련한 특보로 채워졌고, 유족들을 비롯한 희생자 가족들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아직 상황수습이 제대로 끝나기도 전인 지금, 벌써부터 ‘누가 책임을 져야하나’, ‘나는 책임이 없다’ 등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말들이 정치권, 공직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어 논란이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 공개적인 유감표명을 했으나 이마저도 논란거리를 계속 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결론을 먼저 언급하자면 이는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우리 자신,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시민의식 부재가 만든 ‘인재’다. 먼저 정부는 이 사건 초반부터 이른바 ‘밀친사람’이 누구인지 CCTV 등을 활용해 찾아 형사처벌을 하려는 모습부터 보였다. 그 사람을 수사를 통해 찾아낼 순 있다 하더라도, 정부 측이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은 행사에서 수 백 명의 사람을 한 사람이 밀쳤다고 처벌을 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 처사일지도 의문이다. ‘압사’는 흔히 후진국형 사고라고 칭한다. ‘내가 불편하면 다른 사람도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보다 ‘나만 편하면 된다’라는 아니한 시민의식이 우리들 내면에 내제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만든 ‘인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글귀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안타깝지만 충남도내에서도 천안을 비롯한 몇몇 곳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 우리는 이제 늘 주변에 함께 했던 156명의 형, 누나, 친구, 동생들이 왜 우리 곁을 떠났는지, 그들의 가족과 이별하게 할 권리가 우리 각자에게 있는지, 국가는 제도적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그들을 보호하고 가족에게 보냈어야 했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그래서 156명의 희생자들에게 우리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반성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돼 있다고 해서, GDP(국내총생산)가 높다고 해서 선진국이 아니다. 이웃과 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민의식이 갖춰질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멀었다.
-
[기자수첩] 고 박현경 씨 죽음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천안신문] 2년 전인 2020년 6월 천안 목천 쿠팡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던 고 박현경 씨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고 박 씨의 남편인 최동범 씨와 지역 시민단체는 사건 발생 직후 쿠팡과 식당운영권자인 동원홈푸드, 고 박 씨가 속했던 인력파견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고소·고발했다. 사건 발생 2년 3개월 째인 지난 9월 사법 처리 결과가 나왔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쿠팡과 인력파견업체를 무혐의 처분했다. 단, 천안지원은 식당운영권자인 동원홈푸드만 약식 기소 처리하기로 결론지었다. 검찰이 치밀한 증거분석과 법리 검토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냈으리라고 보고 싶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순진하게 받아들이기엔 부조리가 너무 심각하다. 고 박 씨는 락스와 오븐크리너 등 독성이 강한 약품을 몇 개 섞어 수백 명이 집단적으로 이용하는 구내식당 홀을 청소하는 일을 했다. 당시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었고 방역 당국이 위생과 방역을 채근하는 시기였다. 자연스럽게 업무연관성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쿠팡은 고 박 씨 사망사건 이후 줄곧 관련성을 부인했고, 유족에게 그 어떤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사에 불리한 보도를 한 기자에게 억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로 취하하긴 했지만, 특정 기자를 ‘찍어’ 거액의 손배소를 낸 건 ‘입막음’ 소송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고 박 씨 사망사건 책임을 두고서 관련 업체들끼리 벌인 책임 떠넘기기는 더욱 추했다. 쿠팡은 동원홈푸드에게 도급을 줘서 식당을 운영했고, 도급업체는 영양사 한 명을 빼고 나머지 인력을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채용했다. 그래서 고 박 씨의 사망사건에 대해 쿠팡은 자사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급업체인 동원홈푸드는 직접 작업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 노동 시장에 만연한 하청-재하청의 먹이사슬을 드러내는 생생한 단면이다. 심각한 건 이렇게 복잡하고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만드는 먹이사슬로 인해 고 박 씨의 유족들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과연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쿠팡으로선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안도할지 모른다. 그러나 쿠팡은 비단 목천 물류센터 사망사건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로 지탄을 받아왔다. 정상적 경영윤리를 저버리는 행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쿠팡은 명심하기 바란다.
-
[앵커브리핑] ‘정쟁’에 몸살 앓는 국회, ‘우리 동네 의원님’들은 어떠십니까?[천안신문-천안TV] 지금 여의도 국회에서는 제400회 정기국회가 한창입니다. 어느 때보다 민생과 관련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이번 회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 역시 날카롭게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이 곧바로 국회 문턱을 통과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바로 끝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정당 간의 ‘정쟁’ 때문입니다. 텔레비전과 신문에서는 연일 정쟁과 관련한 소식을 앞다퉈 보도합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얼마 전 수해와 관련해 진행돼야 할 수해피해지원법과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담은 법안과 같은 국민들이 원하는 부분에 있어 양 당 지도부 중 누구도 이를 거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은 어떨까요. 천안을 지역구로 둔 3명의 국회의원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도 당론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내세우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어느 당의 의견이 옳다는 것 보다, 삭감됐던 지역화폐 관련 예산에 대한 회복이나 물가조정대책에 대해 더욱 관심이 높다는 걸 이번 정기국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명심하기를 바랍니다.
-
[취재후기] 흥타령춤축제, ‘흥’으로 시작해 ‘흥’ 마침표 찍었다[천안신문] ‘천안흥타령춤축제2022’가 25일 오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그야말로 흥이 넘치는 무대였다. 현대적 선율을 입힌 ‘천안삼거리’에 맞춰 모든 참가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광경은 절로 흥이 나게 한다. 우리말을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옮길 때 적절한 낱말을 찾기 어려운, 우리만의 정서가 스민 낱말이 몇 개 있다. ‘흥’은 그 중 하나다. 흥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 뜻을 잘 안다. 그러나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대략 난감이다. 이렇게 볼 때 ‘천안흥타령춤축제’는 한국인 고유의 ‘흥’을 국내외에 제대로 알렸다고 본다. 비록 평일엔 한산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지만, 축제 마지막날 열기는 흥이 넘쳐흘렀다. 축제 참가자 한국을 찾은 외국 손님도 끝까지 흥겨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정세 불안, 정치 양극화 등 지난 3년간은 그다지 흥겹지 못했다. 흥타령축제도 불가피하게 멈춰서야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축제는 더욱 흥겨웠다. 더구나 국제춤대회, 전국춤경연대회 등 대회 프로그램에 참가한 팀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수준급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부랴티아 공화국 무용단의 무대가 가장 인상 깊었다. 부랴티아 공화국은 참 생소한 나라다. 그러나 이들의 춤과 음악은 우리 정서와 묘하게 통하는 듯 했다. 생김새도 우리와 비슷하다. 정보를 찾아보니 부랴티아 공화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랴트족은 몽골계로 우리 민족과 같은 뿌리다. 왜 그토록 정서가 통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문화는 생소하기만 한 세계를 우리 삶 속으로 끌어 오는 힘이 있다.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BTS)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듯 말이다. 또 전국춤경연대회 스트릿댄스 부문에 출전한 우리 댄스팀의 실력도 굉장했다. 확실히 BTS를 배출한 나라답게 ‘칼군무’는 그야말로 수준급이었다. 흥타령축제가 흥겨웠던 건 이렇게 참가팀 모두 수준급의 춤 솜씨를 과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25일 열린 폐막식에서도 개막식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참가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안삼거리에 맞춰 춤을 췄다. 이 광경을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무척 아쉽다.
많이 본 뉴스
- 1 [천안갑 여론조사] 신범철 46.1%, 문진석 34.2%에 오차범위 밖 앞서
- 2 충남아산FC-서포터스, 홈 첫 경기부터 갈등…“축구장에서 정치색 내비치지 말라”
- 3 [독자기고] 넘쳐나는 마약 예방 교육을 하며
- 4 [독자기고] 신탁통치에 대하여
- 5 [독자기고] 마약 제조범의 단약(斷藥) 하소연을 보며
- 6 [독자기고] 성폭력(性暴力) 중형 선고와 성매매 방지 특별법을 보며
- 7 [앵커브리핑] 지지층 만족시키려다 ‘미래’ 걷어찬 국민의힘
- 8 U23 대표팀에서 돌아온 천안시티 이재원, ‘큰 대회’ 경험 소속팀에 녹일까?
- 9 김태완 천안시티 감독, “오늘의 패인은 선수들의 투쟁심 부족”
- 10 [현장영상] 안보현장 견학 나선 민주평통 천안시협의회 안상국 회장 "천안함 용사들의 자유수호 희생 뜻 기릴 것"
- 11 이순신리더십국제센터 최두환 교수, 제3회 이순신상에 이름 올려
- 12 [독자기고] 개 팔자가 진짜 상 팔자인가?
- 13 [기고] 안전한 봄을 위한 다짐
- 14 [현장영상] 북한이탈주민 박정순 씨 "대한민국 만세"
- 15 북한이탈주민 85세 박정순 씨, “대한민국의 배려만 받고 있어 죄송”
- 16 [앵커브리핑] 충무공 이순신 장군 기리려면 제대로 기려라
- 17 [독자기고] 황제 노역수(勞役收)가 뭘까?
- 18 시즌 첫 ‘클린시트’ 승리 만들어낸 제종현, “모든 건 팬들 덕분”
- 19 [앵커브리핑] 거짓말 일삼는 박경귀 아산시장, 시민들은 왜 침묵하나?
- 20 [건강칼럼] 50대 이상, 눈 나빠지면 ‘망막혈관’ 꼭 점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