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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영재)교육과 선행학습 중독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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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영재)교육과 선행학습 중독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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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1.06.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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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일 박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이 세상 모든 부모는 다 자녀를 잘 키우고 싶어 한다. 또한 많은 부모들의 눈에는 자신의 아이가 남달리 영특하게 보인다. 그래서 열성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가만 두지를 못한다. 영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제대로 걷기도 전에 외국어(영어)를 비롯하여 음악과 미술 등의 개인지도를 시작하고,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는 각종 사교육을 시킨다. 이러다 보니 아이를 기르는 게 일종의 제품 개발처럼 변질되고 있는 우리 현실이다. 마치 조련하는 듯한 교육방식이 자녀 사랑의 표현 중 하나이지만, 부모가 자녀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 아이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갉아먹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자녀 교육을 망칠 수도 있다.


사실 사춘기가 되기까지는 아이의 재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유치원 연령의 경우 여러 영역의 발달 속도가 달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켜야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유아기부터 공부에 시달리게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미취학 아동들(3~6세)은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아이들보다 수영, 미술 등 예체능을 배우는 비중이 훨씬 적고 유아기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학습’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영재반에 들기 위한 사설 학원에서의 심화학습이나 선행학습은 기본이다. 이런 환경에서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개성을 잃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탐구 해나가는 지적 호기심의 싹을 틔우지 못한 채 자란다.


자녀가 참된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를 들볶으며 좀 더 깨치게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더 떨어진다. 학습은 자연적 호기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정 과목만을 강조하고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거나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문제만 푸는 현재의 (사)교육 문화 속에서는 영재가 나올 수 없다. ‘학원의 선행학습은 학교 진도 나갈 때 좀 더 효과 있어’,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라 선행학습이 꼭 필요해’, ‘영어 교육은 빠를수록 좋고 외국어 습득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대’ 등 일찍 가르치면 똑똑해질 거라는 부모들의 잘못된 육아 가치관과 통념이 문제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하여 유추해보면, 강제된 조기교육 또는 선행학습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뿐더러 학업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아동심리학자들은 어린 아이들은 발달단계마다 강조하고 키워줘야 할 발달과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시기마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특성을 고려해 이에 맞는 양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주위에 영유아기 아동의 조기교육에 대한 의존할 가치가 없는 양육법과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조기학습에 대한 강조는 이를 요구하는 극성 부모들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다. 요즘 유아기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 커서도 똑똑하다는 믿음에 조기 독서 열풍이 불면서 어린 아이들이 책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 시기에 영재교육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동화책을 많이 읽게 하면 아이의 시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가 있고, 더 나아가 ‘유사자폐’가 될 위험이 있다. 글을 통해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즉 읽기 기능이 원숙해지는 독서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라고 한다. 실제로 핀란드, 독일 등 유럽의 교육 선진국에서는 유치원에서 문자 교육이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처벌을 받을 만큼 엄격하다. 기본적인 인지능력도 떨어지고 아직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학령전 아이들에게 글자나 숫자를 주입하는 것은 정서 발달에도 안 좋고 교육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유아에게 ‘이미 만들어진 자극’을 주는 양육과 교육 태도는 아이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위축하는 행위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과도한 조기교육을 시키면 두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단계별로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성장한다고 앞서 언급했듯 최근 한 아동의학자도 연구 발표에서 “특정한 뇌기능은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적절한 자극은 뇌기능 발달을 돕지만 과도하고 장기적인 자극은 뇌기능을 오히려 손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만 0~3세에는 감정과 정서 발달이, 전두엽이 빠르게 발달하는 3~6세에는 인간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며, 두정엽과 측두엽의 발달 속도가 빠른 만 6~12세에 언어교육을 해도 된다”고 한다. 그는 “우리들은 아이들의 뇌가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처럼 과도한 조기교육을 하고 있다”며 “가느다란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과부하가 걸려 불이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과도한 조기교육은 각종 정신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아기의 과잉 조기(영재)교육이나 초등기의 무분별한 선행학습은 몰개성적이고 자유의지를 꺾는 것으로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부실한 공교육도 문제지만, 어린 자녀들을 일찍부터 교육시장에 내몰고 있는 부모들도 아이들의 꿈과 소망을 빼앗는 공범이다. 아이의 감정, 본능, 흥미, 자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부모가 과도한 경쟁을 의식한 나머지 아이를 무리하게 학습 위주로 끌어가고 있다. 줏대 없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다들 그런다고 해서 조기교육이 어린 자녀의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너무 과하면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말했듯, 아이의 지능지수를 높이고자 강제하는 조기학습은 아이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흥미유발을 조기에 짓밟을 수 있다. 더욱이 한창 신나게 놀고 행복해야할 어린 나이에 ‘학습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상과 자신감 저하 등 심한 정서장애로 병원을 찾는 아동들이 급증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이들은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보다 많은 것을 보고자하고 알고자 하며 생각하고자 한다. 이럼에도 많은 부모들이 점점 더 자녀들의 자연적 성장과 정상적인 학습능력의 발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유아교육학자는 “부모들은 유아가 보이는 관심이나 유아발달을 적기 교육연령보다 보통 더 빠르게 인식하고 있어 유아발달과 적절한 유아교육에 대해 부모들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사실, 한 개인의 성장은 서둘러서 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시대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오래 기다려주는 ‘인내심’이다. 공부를 채근하거나 시키는 대신 아이가 ‘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어야 한다. 부모의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언젠가는 우리 아이를 먼 지적탐험의 길을 떠나도록 인도할 것이다. 진정 아이를 위하는 길은 지금 당장의 높은 학업성취가 아니라 평생의 꿈과 소망을 품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배려이다.


자녀가 자율적이고 주체적이며 개성을 가진 창의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유아기에는 지적 발달을 강제하기보다는 인성(人性)을 키우는 공간(유치원)을 마련해 주고 일상의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독립된 개체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초등시기에는 성적 위주의 공부가 아닌 책을 폭넓게 읽게 하여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세계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탐색의 여유’를 허락해야 한다. 즉, 자신이 누구이며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가를 아이 스스로 깨닫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다. 아이를 지켜보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며 통제하기보다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의욕이나 흥미를 유발하려는 ‘격려’가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조력(助力)하는 것이다.


존 홀트(J. Holt)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교사가 아닌 정원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원사가 꽃나무의 꽃을 피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순히 꽃이 피도록 가꿔줄 뿐이며 꽃나무는 저절로 자란다. 아이들의 마음도 꽃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가 나무에 잎이나 꽃을 붙여 자라게 할 수 없듯이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것을 집어넣어서 그들을 자라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그들의 자라는 마음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취하면서 잘 자랄 것이라는 신념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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