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0 16:33
Today : 2024.04.20 (토)
“하루 밤 자고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의 명언이 요즘 가수 싸이에게 만큼 잘 어울리는 말이 없을 듯싶다. 대학의 축제를 즐겨 찾아다녔던 그의 에너지 넘치는 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힘이 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결국 일을 냈다. 한류의 덕이라고 다른 연예인들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을 보였지만 ‘강남스타일’로 일약 국제가수(그는 월드스타라는 표현보다는 더 한국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를 원했다)가 되어 미국에서의 인기를 실감하고 국민가수가 되어 최근 귀국했다.
그가 세계를 지배(?)한 것은 코믹한 말춤이다. 보고 있으면 따라하고 싶은 유쾌한 춤사위는 어느새 세계인의 춤이 되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는 자리에 올랐다. 유튜브라는 인터넷과 트위터라는 소통의 도구가 한 몫을 했지만 싸이의 말춤 세계화는 IT를 넘어 CT(Culture Technology)로 진입해가는 사회현상의 한 징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생산력이던 정보화사회에서 감성과 상상력이 생산력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드림소사이어티로 시작하고 있음을 K-POP과 싸이의 현상을 보면서 절감하게 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그런 측면에서 문화의 강국과 미래사회의 종주국이 될 토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국은 어느 나라 말로도 번역할 수 없는 정(情)이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조상들이 남겨놓은 수 없이 많은 문헌에 담겨 있다. 어쩌면 중동이 사막에서 석유를 파서 팔아먹었듯이 우리는 이조실록 등 오천년 역사에서 조상들이 한(恨) 많게 살아온 삶의 기록들을 광맥처럼 들추어내면서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을 또 다른 많은 표현수단을 통해 세상에 드러내 세계인들의 눈물과 웃음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가락에 맞추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몸으로 표현하는 춤은 세계 공통어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고 다양하게 변화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것이 어느 곳에서는 왈츠가 되고 탱고가 되었으며, 삼바가 되고 차차차 그리고 룸바가 되어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춤은 발레가 되어 우리 앞에 감동을 주고, 승무가 되어 처연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강강술래와 농악은 모든 이들을 하나 되게 하고 학춤은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그래서 춤은 생명의 욕구니 생활의 경험이니 하는 산스크리트어인 Tanha.라는 Dance의 어원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춤으로 하나 되는 세상! 가자 천안으로!’를 슬로건으로 2012년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열린다. 아홉 번째 열리는 이번축제도 26개국 28개팀의 외국팀과 대학창작춤 25개팀을 비롯한 5개부문 226개 국내팀으로 총254개팀이 경연을 펼칠 예정이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보령의 머드축제 등과 같이 국내에서는 많지 않은 최우수축제로 이미 인정받은 훌륭한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는 어떤 춤사위로 우리를 기쁘게 해줄지 자못 기대가 되면서도 아쉬운 것은 이미 발표한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작년과 큰 틀의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리퍼레이드가 있긴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맞추어야 하는 경연위주의 페스티발은 춤의 예술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한 작품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작품이 갖는 스토리를 읽어내야 하는데 경연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 많은 팀들이 오지만 춤의 장르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 축제기간을 전후해서 세계적인 팀을 초청해서 봉서홀이나 새로 지은 예술의 전당에서 정식 공연을 기획하는 것도 천안흥타령축제의 격이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춤에 관한 국제학술대회 등을 개최해 춤을 테마로 한 천안관광의 활성화도 모색할 일이다. 폐막무대는 싸이의 특별출연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2012년 천안흥타령춤축제의 흥행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싸이의 공연일정을 모르고 한 말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