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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나이는 숫자에 불과…85살에 중학교 졸업장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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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나이는 숫자에 불과…85살에 중학교 졸업장 받다

부석중 최고령 졸업생 김복환씨

김복환_졸업.JPG▲ 지난 8일 부석중학교 제 62회 졸업식에서 김복환 할아버지는 모범학생 표창을 수상했다.
 
 
[서산=충지연]인지면 산동리 김복환 할아버지. 그의 나이 여든 셋에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 감회는 남달랐다. 지난 8일 부석중학교 졸업식에서 그는 29명의 졸업생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 할아버지는 60여 년 전 그만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지난 2015년 3월 2일 81세로 부석중 2학년에 복학했다. 그리고 지난 2년 학교 관계자와 같은 반 학생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졸업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할아버지 집을 방문하다
 
기자가 졸업을 앞둔 김 할아버지 집을 방문했다. 지난 1월 말 설 연휴가 끝나고서다. 도비산자락 산동리 민가에서는 겨울날 아침 아궁이에서 타고 남은 흔적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 집이다.
 
물어물어 찾아간 주인 없는 집의 굴뚝에선 푸른빛이 녹아든 것들이 춤을 추며 겨울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다양한 창조물을 연출했다. 굵은 참나무는 나무난로 속에서 길고 긴 겨울 밤, 할아버지의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우는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호두나무에 묶여 있는 하얀 진돗개, 등줄기의 억센 깃털을 고추 세우고 험악한 표정으로 맹렬하게 짖어댄다. 곧 이어 달려 나온 애견 두 마리는 곁눈질로 뒷걸음치며 ‘왈왈’ ‘왈’ ‘왈’ 외부인의 출입을 경계한다.
 
활짝 열려 있는 대문 앞에 섰다. 가마솥 부뚜막에는 양철로 만들어진 써레바지와 억새 빗자루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주변은 솔잎하나 흔적 없이 깨끗했다. 기자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소리쳤다. ‘계세요?’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계신가요?’ 몇 차례 불렀지만 인기척이 없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랫집 소 외양간이었다.
 
그곳에는 운동장에 모여 있는 중학생들처럼 다섯 마리의 누런 한우가 몸 크기 순서대로 쇠기둥에 고삐가 매어져 있다. 오른쪽 귀에는 노란색 번호표가 붙어 있다. 앞쪽에 있는 가장 덩치가 큰 소의 뿔이 십 센티미터 쯤 되어 보이고 가장 뒤쪽의 작은 소의 머리에는 오 센티미터 쯤 솟아난 회색 빛 뿔이 무디게 자라고 있었다.
 
나이 순서대로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소들은 기자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고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기를 반복했다. 그들이 이해가 되었다. 매일 조석으로 먹이를 나누어 주던 친절한 할아버지만 보다가 검은색 가방을 둘러멘 이상하게 생긴 이방인을 보니 신기할 법도 했다.
 
소 우리를 지나 열 보 쯤 옮겨가니 토담으로 지어진 우리 속에는 어미 흑염소와 태어난 지 육 개월쯤 되어 보이는 염소가 콩깍지를 먹다가 기자를 빤히 쳐다본다. 온 몸은 덮고 있는 검은 털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윤기가 반질반질 했다.
 
이곳에서 3km쯤 떨어져 있는 마을회관을 들렀지만 아무도 없다. 다시 집을 찾았지만 인기척은 여전히 없다. 다만 마당 한쪽 새끼줄로 단단히 묶여 있는 생나무 잔가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할아버지의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었다.
 
갑자기 뱃속에서 야단 법석 이다. 점심때가 되어도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인지시내로 나와 국밥으로 배를 채우니 든든했다. 찬바람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심하고 눌러앉을 태세로 자동차 한 대 댈듯한 대문 앞 안마당에 여러 번 앞뒤로 돌려 후진 주차했다. 대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
 
굴뚝에서 나오는 평화로운 온기는 겨울바람을 녹이는 한 폭의 동양화였다. ‘할아버지는 어디를 가셨기에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데도 돌아올 줄 모른단 말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겨울 해는 짧다. 산 그림자가 길게 드러눕기 시작했다.
 
김복환_메인.jpg
 
김 할아버지 인기척에 집안에 있던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념에 적어 있는 순간 갑자기 진돗개가 ‘컹컹’하고 두세 번 짖었다. 이어 집안에서 튀어 나온 강아지 두 마리도 황급히 대문 문지방을 가볍게 뛰어 넘더니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마당을 지나 길가로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요란한 상황에 기자도 뒤따랐다.
 
멀리 완만한 언덕길을 한 노구가 구부정한 자세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의 양손에는 할아버지 나이만큼이나 먹었음직한 자전거가 함께 힘들게 걸어서 올라오고 있었다. 자전거는 얼마나 닦았는지 반사된 은빛이 할아버지의 백발과 닮아 있었다. 자전거와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다.
 
기자는 직감으로 김 할아버지임을 알 수 있었다. 고향집의 아버지를 만난 듯 반가웠다. 할아버지는 서산시내 목욕탕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이 밝았다. 눈빛도 반짝이고 목소리도 우렁차서 전혀 믿겨지지 않았다. 방문한 이유를 말씀드렸더니 안방으로 안내했다. 어르신과 소중한 보금자리에 들었다. 다음은 김 할아버지와 1문 1답.
 
- 복학하게 된 동기는?
“어느 날 TV를 보고 있는데, 노인 한 사람이 뒤 늦게 한글을 배우는 과정이 소개되었다. 버스표 한 장 제대로 살 수 없었던 일자무식이었던 그 노인은 배움을 통해 문맹에서 벗어나 어디라도 갈 수 있는 모습을 보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히려 그가 문맹자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곧 바로 실행에 옮겼다”
 
-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선 부석중학교 같은 반 학생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학우들이 아니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금방 배운 것도 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잘 몰라서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금방 잊어버린다. 또 물어보면 또 가르쳐준다. ‘허허허’ 애들도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뻘 되는 내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도움을 준 짝꿍들이 많이 고맙다. 또 일반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배움은 다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이던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 학교 다니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것은?
“가장 걱정되는 것이 등하교였다. 비가오거나 눈이 올 때도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도 없다. 그래서 교장한테 솔직하게 이야기 했더니 이종렬 교장선생님이 택시를 무상으로 등하교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지금도 많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짝꿍들을 괴롭혔던 것이다. 워떤 땐 수업 듣다가 날름날름 하다가 정신없이 그냥 넘어가고, 또 워떤 땐 짝꿍이 일러줘서 좋고 허허허 그렇게 다녔지요”
 
- 중학교 다시 다니겠다고 하니까 할머니는 뭐라 하셨나?
“처음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농촌 일손이 바쁠 때는 좋게 생각하지는 안았다. 일이라는 것이 어떤 때는 손발이 맞아야 수월한테 둘이 호흡이 착착 맞다가 하나가 아침에 나간 후 해가 다가도록 온 종일 안보이니까 그럴 때는 좀 달근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 집안에 동물들이 많던데 어떻게 기르시는지요?
“짐승들이 있어야 부지런해진다. 새벽에 영 일어나기 싫을 때도 있다. 그런데 짐승들을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진다. 나를 운동하게 만들고 부지런하게 만드는 것이 짐승들이다. 나는 짐승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 욕심 때문에 키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언젠가는 다 죽는다. 그저 심심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친구처럼 키우고 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고등학교에도 진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2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혼자서 농사일과 동물들을 돌봐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다. 예전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문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다른 일자리가 생겨서 그만 두었다. 악기도 배우고 싶어 피리를 불어봤는데 쉽지가 않았다. 지금은 나이도 있고 해서 가끔은 주변의 공원묘지 일자리가 있어 그곳에 다니기도 하고 가축들 키우며 생활하고 한다. 고등학교는 못가지만 책은 손에서 놓지 않을 계획이다. 요즘도 틈만 나면 책을 계속 보고 있으며 어느 때는 저녁 10시경까지 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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