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정석환 교수
[천안신문] 근래에 들어 여성, 노인,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폭행, 강간, 살인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강남역에서는 여성이 이유도 없이 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했다. 부산에서는 지나가던 할머니와 여성을 각목으로 내리쳐 중태에 빠트린 남자가 붙잡히기도 했다. 청주에서는 지나가던 노인을 청년이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해 중태에 빠트렸다. 오늘은 이러한 현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독자들과 소통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는 응급용으로 진통제 한 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편의점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반드시 진통제를 갖추고 있는 집들이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배가 심하게 아프게 되면 진통제를 한 개 먹는다. 그러면 통증은 사라진다. 며칠 후에 통증이 찾아오면 다시 진통제를 먹는다.
진통제가 떨어지면 아파서 잠을 못하고, 먹으면 편하게 잔다. 결국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고, 진통제로 인해 통증은 별거 아니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평소처럼 생활한다. 그러나 진통제는 통증을 잠시 잊어버리게 해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즉, 달콤한 진통제의 유혹은 궁극적으로 큰 병을 가져오게 되어 감당할 수 없는 손실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통증은 자신의 신체시스템의 변화와 증상에 대한 메시지이다.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인 것이다.
그러므로 통증은 병이 아니고, 증상에 대한 신호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통증을 병으로 인식하고 통증을 사라지게 하는데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진통제로 통증을 없애면, 더 큰 통증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결국 진통제를 통해 병을 키우는 것이다.
불특정한 대중을 상대로 벌어지는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통증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통증을 잊으려고 진통제만을 복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벌을 강화한다거나 분노만 한다거나, 공권력을 질타한다거나, 추모행사를 벌인다거나 하는 것들은 일시적으로 아픈 마음들을 달래주는 진통제일 뿐이다. 그러나 진통제에 익숙해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더욱 찾지 못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국가가 할 수 있는 부문은 어디까지인지? 민간부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시민들이 동참하여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의 전체적 관점에서 시스템이 가지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계속해서 임시방편적인 방법으로 넘어간다면 우리사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