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책장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책들이었다. 대기, 수질 등 환경분야 전문서적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경영이나 리더십, 그리고 인문학 서적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환경 전문기업 금강엔지니어링(주) 정선용 대표이사는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멋쩍은 듯 조심스럽게 한마디씩 내뱉던 정 대표는 책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사업이나 시민사회단체 활동 등에 대한 그의 생각과 기업경영 철학까지 막힘없이 열변을 토했다. 정 대표 본인의 말처럼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위 ‘공돌이’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요즘 늦둥이 막내 딸 재롱에 시간가는줄 모른다는 정선용 금강엔지니어링(주) 대표가 생각하는 환경기업의 존재이유와 기부의 가치, 그리고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아래는 일문일답)
- 먼저 금강엔지니어링(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환경문제에 관한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전문회사입니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자 1997년 환경 벤처회사로 시작해 기술인력만 70여명이 일하고 있는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환경오염 방지시설 설계시공, 기초시설 운영관리, 환경오염물질 측정분석, 환경영향평가와 유독성물질 위해성 평가, 컨설팅업무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간 R&D(연구개발)를 통해 20여건의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환경오염문제를 극복하는데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난분해성인 물질들에 대한 전문처리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1997년 창업해 주로 기업체 등 민간영역 분야의 일을 많이 하고 있고, 지자체 하수처리장 등 공공영역도 점차 일감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 책장에 각종 서적들이 가득한데, 평소 독서를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아울러 감명 깊게 읽은 책 한 권 소개 부탁드립니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은 가능한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독서는 회사 경영자의 소양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방안을 찾아내려면 결정권자가 다방면에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환경분야를 공학적으로만 접근하는 사람들은 저를 공돌이답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환경 문제는 시설이나 설계, 운영 등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환경은 사람을 위한 영역인 것입니다. 따라서 환경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하고, 인문학적 성찰 노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회학 분야 책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궁금한 일이 생기면 정보를 얻기 위해 찾다보니 많이 읽게 됐습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회사에 따로 작은 도서관도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원하는 책을 사놓기도 하고, 매월 직원들에게 선물로 사주고 있는 책 등을 모아놓았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숨겨진 힘-사람’(저자 찰스 오레일리)이라는 책입니다. 일반적으로 전문 리더십 관련 서적은 대기업이나 성공한 사람 위주로 쓰여져 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보통사람의 성공을 연구한 책입니다. 이런 책이 거의 없어요. 자기 역량을 극대화시켜 개인과 회사의 발전을 이뤄낸 사람들에 대한 책입니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인터넷정보는 어떤 생각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단편적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모두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에서 한 두가지 게시물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어 여러개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는 만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기업경영 철학은?
우리 회사는 좋은 장비나 설비를 통해서 물품을 생산해내는 기업이 아닙니다. 사람이 중요한 경영의 요소입니다. 이점은 장점이면서도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로 성장시키고 개인의 성장을 통해서 회사가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적자원 개발에 힘을 쓰는 이유입니다.
저는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부터 좋은 사람을 뽑아 트레이닝 시키는 방식으로 해왔습니다. 그래서 경력자를 거의 뽑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식산업 업종이라 결국 사람으로 승부가 나기 때문에 사업 초기인 지난 1997년 당시 환경벤처기업으로는 파격적인 격주 5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회사에서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등 직원 개인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와 기술사 자격증을 딴 경우도 있고, 8명의 창업멤버 중 4명이 아직 우리 회사에 근무할 정도로 이직률이 낮습니다. 우리 회사는 일한 양을 계량화 할 수 없는 업종이기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 일했느냐, 몇 시에 출근하고 퇴근했느냐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판단해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해주는 등 최대한 스스로 일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데…
(재)풀뿌리희망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고, 15년째 푸른천안21추진협의회 상임회장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또 천안YMCA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고,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과 천안시민정치참여네트워크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창업을 했던 지난 1997년 천안YMCA에서 처음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했는데, 내 역량과 재정, 그리고 시간의 10% 정도는 지역사회에 할애하기로 마음먹고 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 중 풀뿌리희망재단에서 기부모금행사로 ‘희망 나눔 굳샷’이라는 슬로건 하에 골프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5월 11일 윈체스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데,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기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의 성장위주의 정책 기조 속에서 야기된 무한경쟁 구조의 폐해인 ‘자기만의 이익’을 챙기는 각박한 사회 분위기가 비인간적 범죄로 되돌아와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존과 상생의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변화의 발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문명과 야만의 기준은 이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경쟁을 강요한다면 야만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공존과 상생의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 기부이며, 기부는 고도의 문명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시민으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천안신문 독자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참여하게 된 계기와 천안신문에 바라는 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창간 때부터 칼럼 위원으로 활동해왔으며 독자위원회에도 함께 활동해줄 것을 제안 받고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균형 있는 여론 형성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열악한 언론 현실은 균형 있는 정론을 형성하는데 많은 제약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천안신문이 지역의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프로필]
1964년생
호서대 대학원 환경공학과 졸업(공학박사)
금강엔지니어링(주) 대표이사
(재)풀뿌리희망재단 이사장
푸른천안21 실천협의회 상임회장
前 (사)충남벤처협회 회장
前 천안YMCA 이사장
충남도지사상 2회(환경보전 분야 유공)
중소기업청장상(R&D 우수)